
기후현장의 연구자, 김경철 대원
2026 연구탐사대 LAUNCH 컨퍼런스 발표대원 소개
가나의 매연 속에서, 숨 쉴 권리의 도미노를 미는 대원

국제개발로 모두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꿈꾸는 김경철 대원. 전쟁, 기아, 난민 그리고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연민과 애통함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갔고, UNICEF(아프리카 가나), UNDP(중남미 과테말라)에서 근무하며 현장의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돌아온 국제개발협력가.
우리가 무엇인가 바꾸려고 할 때, 가슴 속에 있어야 할 것은 분노가 아닌 사랑이라고 믿는 몽상가.
연구탐사대 부트캠프 10기는 연구탐사대의 방향을 정비하고, 완전 리뉴얼을 거친 후 처음으로 시작한 기수입니다. '진짜 현장에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한 커리큘럼으로 완전히 리뉴얼하며 오프라인 훈련과 1:1코칭을 진행했죠. 그 시간을 함께해 주신 연구자분들의 고민과 여정을 잘 기록하고 싶어 인터뷰 시리즈로 한 분 한 분 소개합니다. 이번 주자는 김경철 대원입니다.
개발도상국 노후 중고차 매연, '숨 쉴 권리'를 묻는 연구
김경철 대원님은 **'개발도상국 노후 중고차 매연으로 인한 사회적 약자의 숨 쉴 권리 박탈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라봅니다.
기후정의에 관심을 둔 활동가이자 개발협력 종사자인 경철 대원님은, 자신이 직접 아프리카 가나에서 몸으로 체감한 대기오염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다 쓰고 낡아 폐기되어야 할 중고차들이 개발도상국에서는 어떻게든 고쳐져 계속 굴러다니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매연이 거리 위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일상적으로 내려앉는 구조. 대원님은 이 문제를 아이리스 마리온 영(Iris Marion Young)의 '구조적 부정의(structural injustice)' 관점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구조적 부정의(structural injustice)란, 누구 한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닌데도 사람들이 정해진 규칙대로 평범하게 살아갈 뿐인데 그 결과로 어떤 집단은 계속 불리한 자리에 놓이고 다른 집단은 이득을 보게 되는, 사회 구조 자체에서 생기는 부정의를 말한다. 그래서 "누구 탓이냐"를 따지는 대신, 이 구조에 연결된 모두가 함께 구조를 바꿔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게 영(Young)의 핵심 주장이다.
출처: Iris Marion Young, Responsibility for Justice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왜 노후 중고차인가요? — "어디에서도 편하게 숨 쉴 수가 없구나"
김경철 대원님은 개발협력 분야, 그중에서도 국제기구에서의 커리어를 쌓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직접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3년 가까이 해외 생활을 했고, 그 시간 동안 나라는 달라도 공통적으로 마주친 풍경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다 쓰고 낡아서 이제 못 쓸 정도가 된 중고차도 개도국에서는 어떻게든 고쳐서 계속 사용하더라고요. 그런걸 타고 다니다보니 교통사고도 많이 나고, 매연도 정말 많이 나오고요."

문제는 그 매연을 누가 마시느냐였습니다. 외부 공기가 차단된 고급 자동차를 타는 부유층은 그나마 깨끗한 공기를 누렸지만, 거리 위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 가난한 이들, 노상에서 물건을 파는 여성들 — 김 대원님이 둘러본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 대부분이 그 매연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그게 문제라는 인식조차 없으셨어요. 본인들이 어릴 때 부터 그랬으니 너무나 당연한 환경이었던거죠. 그런데 계속 기침을 하시고, 호흡기 질환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연민과 애통함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호흡기가 예민한 편이었던 김 대원님은 40도가 넘는 더위에도 KF 마스크를 잔뜩 챙겨가 매일 끼고 다녔습니다. 한국에서 봄철 미세먼지 몇 달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가나는 하루 종일 그런 환경이었습니다. 공원에 가도 매연 냄새가 났고, 집에 와도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만 돌렸습니다.
"어디에서도 편하게 숨 쉴 수가 없구나, 싶었어요. 이것만 해결돼도 정말 다르겠다고 느꼈죠."
꿈속에서라도 이 문제의 해법을 찾고 싶다는 마음, 가상으로라도 어떻게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대원님이 이 주제를 연구로 들고 온 이유입니다.
안개 같던 문제 — "설명서를 받은 것 같았어요"
연구를 시작하기 전, 김 대원님에게 이 문제는 '뿌연 화면' 같은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지문이 잔뜩 묻으면 뭔가 안개 낀 것처럼 뿌연 화면이 나오잖아요. 딱 그런 상태였어요. 분명히 문제라고 느끼는데, '네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뭐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설명을 못 하겠는 거예요."
석사 과정 전에 문제의식을 확고히 하고 싶어 일부러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돌아와서도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잘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부트캠프에서 비슷한 목표를 가진 동료들을 만나고, 사회 구조적 폭력 같은 이론을 만나면서 비로소 안개를 걷어내고 실타래를 푸는 요령을 배우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런 노하우 없이 바로 석사 과정에 갔으면, 엉엉 울면서 엄청 고생했을 거예요. 부트캠프가 저한테는 밑그림이 깔린 1,000 피스 퍼즐, 순서가 그려진 레고 설명서 같은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씨앗같은 눈덩이 한 뭉치였습니다. "가나에서 공기가 더러워서 힘들었어요." 단지 그 불평이 담긴 한 문장. 그런데 그걸 가지고 이리저리 굴러 다니다보니 위에 살이 붙고, 이론이 붙고, 후속 연구 아이디어들이 가지를 치면서 논문이 되고, 연구가 되었습니다.
김 대원님은 이 과정을 "눈사람을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본인 연구가 아닌데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저도 도파민이 막 나오더라고요. '아, 이래서 문제 해결을 향한 연구가 그냥 리뷰 페이퍼보다 훨씬 재밌구나' 싶었어요."
가장 몰입했던 순간,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

대원님이 가장 몰입했다고 꼽은 순간은 부트캠프의 첫 1~3주차, '예언자적 연구'에 대한 이론 시간이었습니다. 보통 연구탐사대 참여자분들은 연구의 방법론을 익히는 4주차 이후를 가장 흥미로워하시는데, 김 대원님의 답은 조금 달랐어요.
"그 3주가 저한테는 자동차에 연료를 풀로 충전하는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연구하면 함께 나아가는 멤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이론적으로 정리되니까, 처음 듣자마자 '오, 이거다' 싶었거든요."
그동안 사회운동을 하면서 가장 외로웠던 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학교에서도, 평소 자리에서도 이런 주제로 깊이 이야기할 동료가 없었던 경철님에게, 부트캠프는 같은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교육·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동료들이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게 느껴졌고, 그 에너지가 그대로 자기 연료가 됐다고 말합니다.
반면 어려웠던 순간은, 그 충전된 연료를 마음껏 쓸 수 없었던 현실의 문제였습니다.
"연료는 풀충전됐는데, 바퀴가 세모난 채로 덜컥덜컥 굴러간 느낌이에요. 이거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즌이었으면 좋았겠다, 그게 가장 아쉽습니다."
부트캠프와 함께하는 학교 일정과 다른 활동들이 있다보니 한꺼번에 일정이 터지면서, 김 대원님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엔 아쉬움이 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1~3주차에 단단히 박힌 마음가짐 덕분에, 모든 일정 위에서도 주말 시간을 내어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도끼를 갈고 나무를 자르는 비유 있잖아요. 처음 3주 동안 도끼를 갈지 않았으면, 그 뒤로 나무를 못 잘랐을 거예요."
문제가 해결된 가나의 모습 — "새소리가 들리는 거리"
"일단 더 조용할 것 같아요. 길을 걷다 보면 '왕—' 하는 엔진 소리, 시끄러운 소음, 매캐한 냄새가 정말 가득했거든요."
대원님이 그리는 미래의 가나는, 거창한 풍경이 아닙니다. 더 조용하고, 더 깨끗하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거리에 나와 있는 모습. 사람들이 밖에 나오기를 꺼리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걷고 싶은 도시가 되고,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또 다른 활력이 생기는 곳.

"지금은 노후 중고차의 소음과 매연에 가려져서 잘 안 들리는데, 사실 가나에는 새소리가 정말 많이 들려요. 그게 다시 들리는 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가나는 본래 새소리가 풍성한 곳이었습니다. 다만 그 소리가 지금은 매연과 엔진음에 가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경철 대원님이 꿈꾸는 해법은, 거창한 무엇이 새로 생기는 그림이 아니라 이미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이 다시 들리고 다시 보이게 되는 풍경에 가깝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는 사랑이 담긴 연구를 한다

"지식으로만 알고 글로만 남겨서 자기들끼리 공유하는 연구가 아니라, 제 삼자의 문제를 내 문제인 것처럼 함께 슬퍼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 — 사랑이 담긴 연구를 하는 사람들."
김 대원님이 정의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자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부트캠프 이전부터 그가 자기 좌우명으로 삼아온 표현은 "행동하는 지성인". 한동안 의식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이 말이, 부트캠프를 거치며 다시 또렷한 형태로 떠올랐다고 말합니다.
"주변에서는 '꿈꾸는 소리 한다', '뜬구름 잡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뜬구름이라는 말 위에서, 김 대원님은 한 발 더 올라섭니다. 충분히 높이 올라가면 그것은 더 이상 뜬구름이 아니라 혜안(慧眼)을 가진 연구가 된다는 것. 꿈꾸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그 꿈을 들고 끝까지 가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뜬구름'은 지도로 바뀝니다.
김경철 대원이 꿈꾸는 현장의 모습 — 첫 도미노를 미는 사람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첫 도미노 조각을 미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해외, 그중에서도 경제적·환경적·사회적으로 난관을 겪고 있는 곳들이 대원님이 생각하는 '현장'입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지난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돌아봅니다.
꿈꾸던 현장에 도달했음에도 시간이 흐르며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무기력감을 느끼며 점점 의기소침해졌던 과거의 모습. 김 대원님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은, 그 무기력에 다시 잠식되지 않는 자기 자신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그 문제를 내 문제처럼 해결하려고 고심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모습. 그게 제가 꿈꾸는 현장에서의 저예요."

이 그림 뒤에는 가나 해변에서의 작은 경험이 있습니다.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을 처음에는 혼자 줍다가, 어느 날 지인들과 다른 사람들을 모아 함께 주웠는데 — 단 3시간 만에 그 해변이 깨끗해졌습니다. 그 활동을 계기로 비치코밍과 플로깅을 하는 단체들이 그 지역에 하나둘 생겨났고, 한국 대사관·개발 단체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로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아, 머릿속으로만 갖고 있을 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하면 정말 해결되는구나, 느꼈어요."
거대한 변화 전체를 혼자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파도를 일으키는 사람. 줄 세워둔 도미노의 가장 앞 조각을 살짝 미는 사람.
이니시에이터(initiator)로서의 자기 역할. 그것이 김경철 대원님이 그리는 자기 자리입니다.
가나의 새소리를 다시 들리게 하는, 김경철 대원님을 응원합니다
연구는 결국 외로움 속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김 대원님이 가나의 거리에서 혼자 마스크를 끼고 느꼈던 그 답답함, 그리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나눌 동료를 찾기 어려웠던 시간들.
그 외로움 위에서 김 대원님은 **'그래도 한번 그려보자'**라는 마음을 꺼내 들었고, 부트캠프 10기는 그 작은 마음이 첫 도미노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한 손을 보탠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김 대원님이 정리하고 있는 연구는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나 해변의 쓰레기가 3시간 만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문제해결 조직들이 생겨났듯, 첫 조각을 미는 손이 있다면 그다음 조각들은 의외로 빠르게 따라옵니다. 김경철 대원님이 미는 그 손 끝에서, 언젠가 매연이 옅어지고 새소리가 다시 들리는 가나의 거리가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어디선가 제 쓸모가 느껴지면, 저는 그게 좋습니다."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첫 도미노를 미는 이니시에이터로 — 대원님의 발걸음을 함께 따라가며 응원하겠습니다.
부트캠프 10기 최종성과공유회
26년 6월 3일, 부트캠프 10기 대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 솔루션 IP를 발표합니다.
12주 동안 연구를 배우고,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만의 솔루션 IP를 만든 4명의 대원들. 이들의 발표를 듣고, 후속 연구를 위한 피드백을 해주세요!
- 날짜: 6월 3일(수) 15시
- 장소: 헤이그라운드 서울시작점
- 참가신청링크: https://tally.so/r/7R12x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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