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연구를 재정의하는가
반복되는 사회문제 앞에서,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다
반복되는 사회문제 앞에서
2011년, 한국에서는 하루에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31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청년빈곤, 저출산, 기후위기, 지역소멸, 돌봄문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문제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고전문가들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언론은 문제를 보도하죠.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변이되고 재발됩니다.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에서 터져나오기 일쑤입니다. 2024년에는 자살률이 29.1명.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입니다. 우리에게 전문가가 부족해서일까요, 아니면 연구가 부족해서일까요?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92513224218161
지난해 자살률 29.1명 ‘역대 2위’ … 하루 40명 숨졌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 수는 1만 4872명으로 전년보다 894명 증가했다. 40대에서 사망원...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92513224218161
연구는 넘쳐나는데, 답은 없다
대한민국에는 26개의 국책연구기관(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 있습니다. 전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하면 수만 명의 연구원들이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집행하며 한국사회를 위한 연구를 수행합니다. 대학에서는 매년 수만 명의 대학원생이 인문사회 연구자로 양성되고 있죠. 숫자만 보면 압도적입니다. 이렇게 많은 연구자와 연구비, 그리고 연구 결과물이 쏟아지는데도 왜 사회문제는 제대로 된 진단과 분석조차 받지 못하는 걸까요?
"객관식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2023년 우리 사회 주요 현안이었던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기관은 어디일까. ① 정부 ② 국책연구기관 ③ 국회 혹은 정당 ④ 대학 혹은 대학 부설연구소 ⑤ 민간 싱크탱크. 정답은 5번 민간 싱크탱크다. 2023년 한 해 동안 정부가 여러 번 전세사기 대책을 내놨고 국회가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정작 정부와 국회 차원의 실태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었다. 가장 충실한 조사는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도시연구소가 수행했다." (오마이뉴스, 24.02.15)(

연구탐사대 공동주관.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 소개자료
이 역설적인 상황 앞에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문제는 연구의 '양'이 아닙니다. 문제는 연구의 '방향'입니다. 기존의 연구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합니다. 현장을 관찰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검증합니다. 자연과학이 자연을 탐구하듯 사회과학도 사회를 탐구합니다. 발견하고, 기록하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세상을 이해하게 해줄 뿐,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청년 빈곤에 대한 논문이 100편 나와도, 그 논문들이 청년들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건 지식의 축적일 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상을 발견하는 연구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입니다. 새로운 현상을 정의하는 연구가 아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연구이며, 학계 내부의 평가가 아닌 문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왜 지금 우리는
연구의 재정의가 필요한가

Image: LoraCBR CC BY 2.0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원인에 대한 하나의 진단과 하나의 대처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단선적 접근은 부작용을 낳아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일명, 사회적 난제(Wicked Problem)라고 불리는 이런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연구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Rittel & Webber, 1973).
발견하는 연구에서 변화시키는 연구
이것이 우리가 제안하는 연구의 재정의입니다. 우리가 지닌 다차원적인 문제와 모순을 인정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며 각자의 현장에서 깊이있는 연구와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것. 현장과 지식이 뗄레야 뗄 수 없고, 누구보다 그 연구자가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가장 바라는 주체가 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연구이자 연구자입니다.
새로운 방식의
연구를 위하여
연구 생태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쌓여온 구조와 관습과 평가 체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죠. 새로운 형태의 문제들은 계속해서 등장하니 우리도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연구해야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연구를 예언자적 연구(Prophetic Research)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며 그 안에서 정당성을 만드는 존재가 아닌, 예언자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며 다음의 패러다임을 향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변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탐사대 자체 제작 (w. Gemini)
우리의 연구도 그래야 합니다. 현실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지식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논문을 쓰는 것을 넘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직접적인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지식인의 책임은 진실을 말하고
다음 글에서는 예언자적 연구가 무엇인지, 어떤 철학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연구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을 나누고자 합니다.
참고자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14).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Rittel, H. W., & Webber, M. M. (1973). Dilemmas in a general theory of planning. Policy sciences, 4(2), 15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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