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하는 연구가 멈추는 자리
부트캠프 11기는 왜 팀으로 지원할 수 있게 했는가
연구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개 두 가지가 돌아옵니다. 방법을 몰라서,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저희가 지난 10번의 기수를 통해 실제로 본 것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들은 연구방법을 몰라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혼자여서 멈추곤 합니다.
우리가 멈추는 순간
부트캠프 안에서 멈추는 지점은 매번 비슷합니다.
첫째, 내 경험이 구조로 보이지 않을 때. 현장에서 겪은 것은 선명한데, 그것이 왜 반복되는지를 설명하려 하면 문장이 흩어집니다. 겪은 사람일수록 이 벽이 높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전체가 안 보이는 것입니다.
10기 지원자들의 사전 자기진단을 보면 이 대목이 뚜렷했습니다. 자기 문제를 설명하는 항목에서는 다들 막힘이 없다가,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로 넘어가면 점수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문제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겪은 것을 구조의 언어로 옮겨본 적이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그 옮기는 일을 할 때 보통 문제의 사이즈에 압도당하곤 합니다. 혼자 고민할 때 이 혼란에서 빠져나가기 참 쉽지 않죠. 그래서 누군가 "그러니까 그게 왜 계속 반복된다는 거지?"라고 물어줘야 시작됩니다.
둘째, 비판 앞에서 확신이 흔들릴 때. 10기를 마친 한 대원은 회고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 연구주제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확신이 없어 매번 흔들렸다."
혼자 하는 연구에서 비판은 공격으로 들립니다. 방어할지 접을지 둘 중 하나가 되고, 대개는 접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의식에 서사를 공유하는 동료와 가장 치열하게 자기리뷰를 진행하고, 바깥으로 나갈 때는 서로에게 확신을 주는 든든한 존재로 함께 해줘야 합니다. 비판이 있다고 틀린 게 아니고, 흔들린다고 틀린 게 아닙니다.
셋째, 현장에서 내 가정이 깨질 때. 이게 가장 흔하고, 가장 결정적입니다. 10기의 한 대원은 청년센터 종사자의 고용 문제를 연구하면서 이런 순간을 만났습니다.
"막혔던 부분은, 실제 인터뷰를 할 때 이해의 충돌이 생기거나 — 사람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정책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였어요."
몇 달을 들여 세운 가정이 인터뷰 한 번에 무너집니다. 이때 혼자면 연구가 실패했다고 느낍니다. 실은 그 순간이야말로 연구가 제대로 일어난 증거인데도요.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우리들에게 '당사자'는 이 연구의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말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 말이 갖는 겉보기원인과 심층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연구자의 역할이지만 우리는 대개 '부정적인 신호'에 무너지곤 합니다.
실패가 본론인 훈련은 혼자 하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하는 훈련에서 가정이 깨지는 일은 사고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입니다. 현장에 나가 내가 틀렸다는 걸 확인하고, 질문을 다시 세우고, 또 나가는 일. 12주는 그걸 네 바퀴쯤 도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실패가 본론인 훈련은 구조상 혼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내 가정이 깨졌을 때 그것을 "학습"으로 읽어줄 사람이 옆에 없으면, 사람은 자연히 그것을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로 읽습니다.
10기 지원서에서 한 대원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별로 만난 적이 없다."
이 문장이 연구탐사대 부트캠프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항상 가지고 있는 어려움입니다. 문제를 오래 품은 사람일수록 그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상대가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왜 그런 걸 계속 붙들고 있냐"는 반응이 돌아오고, 그러다 보면 자기 질문을 꺼내는 일 자체가 조심스러워집니다.
부트캠프 7기에서 함께 한 소정 대원이 남긴 문장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막막했던 기간 동안 저를 붙잡아 준 것이 바로 연구탐사대의 부트캠프와 스프린트 과정이었습니다."
소정 대원님을 붙잡아 준 것은 커리큘럼이 아니라 같이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11기부터 팀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부트캠프 11기에서는 1~3인이 한 팀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열 번의 기수에서는 없던 방식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팀은 하나의 문제를 함께 붙들어 공동의 지식IP 한 편을 만드는 단위입니다. 각자 다른 주제를 들고 와서 비용만 나누는 모임은 이 설계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운영 규칙도 그에 맞춰 세웠습니다.
팀당 신청서 한 장을 씁니다. 그 안에 팀원 정보를 함께 적습니다.
선발은 팀 단위입니다. 팀원 일부만 뽑는 부분 선발은 없습니다.
세 사람이 정말 같은 문제를 보고 있는지, 12주를 함께 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팀으로 오면 12주가 어떻게 달라지나
규칙만 늘어놓으면 감이 잘 안 오실 테니, 12주 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2주는 두 구간으로 나뉩니다. 앞의 여섯 주는 작은 연구를 한 바퀴 완주하는 시간이고, 뒤의 여섯 주가 진짜 연구입니다. 문제 정의부터 현장, 문헌, 해석, 계획까지 매주 하나씩 장착해 짧은 사이클을 한 번 돌아본 뒤, 그 방식 그대로 본 연구를 6주간 밀고 나갑니다.
연구계획 기간(W2–W4)에는 매주 미션이 나갑니다. 각자 수행한 결과를 전체 앞에서 공유하고,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과정 기반 피어리뷰를 받습니다.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보는 리뷰입니다. 팀으로 오시면 이 미션을 함께 수행하게 됩니다. 혼자였다면 "이게 맞나" 하고 며칠 붙들고 있었을 지점을, 팀 안에서는 그날 저녁에 물어볼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연구수행 기간(W6–W11)에는 팀당 연구코치가 배정됩니다. OKR을 기준으로 지난주에 무엇이 진전됐고 어디서 막혔는지, 다음 주에 무엇을 할지를 코치와 함께 점검합니다. 여기서 목표는 나침반처럼 고정해두고, 연구 질문은 계속 다듬습니다. 현장에서 가정이 깨지면 질문을 다시 세우는 것이지 목표를 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리듬 안에서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W8 중간 공유회에는 현장연구 멘토를 초대합니다. 우리끼리만 보면 놓치는 지점을, 그 현장을 아는 사람이 짚어줍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미 겪은 한 대원이 남긴 말이 있습니다.
"연구, 진짜 혼자 하는 거 아니구나…"
어떤 팀이 좋은 팀인가
"같은 문제"라는 말이 막연하게 들릴 수 있어 조금 더 풀어 말씀드립니다. 잘 맞는 조합은 대개 이런 모습입니다. 같은 현장을 다른 위치에서 본 사람들입니다. 한 사람은 그 문제를 겪은 당사자이고 한 사람은 그 현장에서 일해온 실무자인 경우, 또는 한 사람은 현장 인터뷰에 강하고 한 사람은 데이터와 제도 문헌에 익숙한 경우. 같은 질문을 붙들고 있되 보는 각도가 다를 때 연구가 빨리 두꺼워집니다.
반대로 잘 안 되는 조합도 분명합니다. 각자 다른 주제를 들고 와서 참가비만 나누는 경우입니다. 12주 동안 하나의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출발점이 다르면, 서로의 연구를 응원하는 관계는 될 수 있어도 함께 연구하는 관계는 되기 어렵습니다. 심사에서 팀 정합성을 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지금, 동료를 찾는 자리가 열려 있습니다
문제는 있는데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사전팀빌딩 게시판에 자기 문제를 한 문장으로 남겨보세요. 이미 한 분이 농촌 지역의 생활서비스 문제를 올려두셨습니다. 계획은 세워지고 시설도 지어지는데 왜 주민이 체감하는 격차는 그대로인가 — 여러 지역의 농촌공간계획에 실제로 참여해오며 반복해서 마주친 질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글에는 이미 두 분이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설명회를 신청해주신 분들 중 42명이 관심 영역을 밝혀주셨습니다. 지역 10명, 돌봄 9명, 교육 8명, 기후 5명, 불평등 4명. 이분들 상당수가 "함께할 팀을 찾고 있다"고 답하셨습니다.

사전팀빌딩 게시판 https://bootcamp.naioth.net/team
혼자 오셔도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는 함께할 사람이 없는데" 하고 멈추셨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연구탐사대 부트캠프는 기본적으로 '함께'합니다. 단독연구를 만들어가시더라도 코칭, 멘토피드백, 주간밋업 등을 통해 모든 과정을 함께 나누고 지지를 받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래 품어온 그 문제는 마주해야 한다는 점을요. 부트캠프 11기를 시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역량'을 탑재해봐요!
연구탐사대 부트캠프 11기, 지원 마감은 8월 16일 일요일입니다.
11기 지원하기: tally.so/r/yPpRa8
상세 안내: bootcamp.naioth.net
연구탐사대는 사회문제를 자기 문제로 가진 사람이 그것을 연구로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 함께 훈련하는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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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하기: hello@naiot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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