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일(월) 오전 8–10시📍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20여 명 참석💬 보드 글 40개
이 기록은 채텀하우스 룰에 따라 오간 이야기는 담되 누가 말했는지는 적지 않습니다.
발제 내용과, 보드에 각자 이름으로 남겨주신 글은 그대로 실었습니다.
둥글게 둘러앉은 첫 아침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발제 — 진저티프로젝트
이 연구는 '이니셔티브'였다
「판을 바꾸는 협력」은 루트임팩트·진저티프로젝트·임팩트리서치랩이 1년여간 함께한 공동연구입니다.
연구진이 연구 내내 서로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이건 연구가 아니라 이니셔티브다."
보고서가 나오고 잘 안 읽히는 연구가 아니라, 각 조직과 생태계에서 실제로 쓰이는 연구가 되기를 바랐다는 뜻입니다.
130여 명을 만난 인터뷰와 설문도 "어떻게 생각하세요"를 묻는 조사이자, "이 주제로 같이 이야기해보지 않겠냐"는 초대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찬모임처럼 연구를 매개로 대화가 벌어지는 자리가, 연구진이 기대하던 그림이었다고 했습니다.
보고서의 뼈대
1장
As-is —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진단)
2장
To-be —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시스템 체인지)
3장
How —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
4장
그 협력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경로 (레버리지)
핵심은 간극입니다. 사회문제의 현실과 우리가 만들어야 할 변화 사이의 간극,
그걸 좁히는 방법으로 창발적 협력을 이야기한다는 구조입니다.
어댑티브 사이클과 '고착 국면'
원래 자연 생태계를 설명하던 틀(성장 → 고착 → 이완 → 재조직)을 생태계 진단에 가져왔습니다.
설문 결과 37.9%가 지금을 '고착 국면'으로 진단했고, 10개 남짓 세부 영역 대부분이 고착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흥미로운 예외 하나
임팩트 투자 영역만 '성장 국면'을 선택했습니다. 보고서에는 해석을 담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고착 국면을 알리는 네 가지 감각
영역별로 각개전투를 펼치고 있지 않나
성과 입증만을 위한 숫자를 만들고 있진 않나 — 설명이 쉬운 주제로 자원이 몰리고, 평가의 언어가 단일해졌다는 문제의식
협력 같아 보이는 협업을 하고 있진 않나 — 발주·수행 관계로 좁혀진 협력
성공 공식에 갇혀 실험 정신을 잃지 않았나
고착은 정체가 아니다
강조된 대목입니다. 국면에 우열은 없고, 고착은 성장을 지나온 생태계가 맞은 하나의 단계이자 다음으로 가기 전 단계입니다.
지금을 '의미의 공백'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 당연하게 여기던 것에 새로 질문을 던지는, 아직 언어화되지 않아서 오히려 가능성이 큰 시간.
그래서 섣불리 결론 내리지 말고 충분히 대화하고 성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마무리했습니다.
여덟 시, 자리를 채우기 전
토론 — 네 갈래로 흘렀습니다
①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좋은 일 하시는구나"로 정리되고 마는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하는 일의 분야는 점점 명확해지는데, 정작 우리 업을 한목소리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외적 모호함만이 아니라 내부 정렬도 안 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언어로 정의되지 않으면 사람마다 해석이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그걸 합의할 시간과 돈의 여력이 조직에 없습니다. 이 모호함이 리더십도 어렵게 만듭니다. "저쪽이야"라고 말하는 게 리더십의 핵심인데, 리더도 말할 수 없거나 말해도 구성원이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구조가 됩니다.
연구진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보고서 제목은 '사회혁신 생태계'지만 본문은 대부분 그냥 '생태계'라고 씁니다. 안에 너무 다른 맥락의 영역들이 있어 단일한 언어로 묶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언어화의 한계도 짚었습니다. 사회혁신의 모호함은 본질에 가까운데, 언어로 고정하는 순간 놓치는 것이 생깁니다.
반대 관점도 나왔습니다. 사회복지 기반 비영리에서 온 참여자는 "밖에서 보면 사회혁신 생태계는 색깔이 아주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사회문제를 새롭게 풀어보려는 곳이라는 인상이 이미 뚜렷한데, 그보다 더 구체적인 설명이 왜 필요한지 되물었습니다. 다른 참여자도 "겉에서 볼 땐 명확했고, 들어와 보니 분화되어 있더라"고 거들었습니다.
왜 주저하는가. 조직 규모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가"가 정체성인데, 문제가 너무 커 보여서 당당히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겸손과 예의가 오히려 거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내가 도왔다"를 숨기는 문화, 서로 지나치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태도가 주저함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② 실패를 말할 수 있는가
가장 뜨거웠던 대목입니다. 성공 사례 공유회는 넘치는데 실패를 말하는 자리는 거의 없습니다.
"실패 자랑대회 같은 걸 정작 이 씬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펀더가 진짜로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반복됐습니다. 펀더가 말로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정작 실패를 감당할 준비는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받는 쪽도 기관장이 용납하지 않고 다음 지원에 불리해질까 봐 실패를 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행조직이 진짜 문제 정의를 깊게 해보도록 허용하고 실패를 실제로 받아안는 더 실험적이고 과감한 펀더가 필요하다는 데로 모였습니다.
실제로 성과 대신 과정을 물어본 펀더의 사례가 공유됐습니다. 어떤 재단의 네트워킹 자리에서 "성과 말고 진짜 뭐 하고 있는지 말해달라"는 요청이 나왔고, 성과가 없던 조직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자 참여한 11개 단체 모두가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여러 재단에서 돈을 받아봤지만 이런 걸 묻는 곳은 처음"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다른 온도의 관점도 나왔습니다. 임팩트 투자 쪽에서는 "10곳에 투자하면 하나 성공하면 잘된 것"이라, 실패의 언어가 그리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고 숨겨야 할 일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패를 좌절이 아니라 피보팅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방법론을, 생태계에도 적용해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발제에서 나온 "여러 영역 중 임팩트 투자만 성장 국면을 꼽았다"와도 겹쳐 읽힙니다.)
'실패'라는 단어 자체를 다시 볼 필요도 제기됐습니다. "가설을 세웠고 여기서 막혔고 다음 가설은 이것"이라고 말하면 학습이지만, '실패'라는 워딩이 붙는 순간 인민재판처럼 느껴집니다. 발제자는 성공/실패 이분법 대신 '성찰'을 제안했습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남았을까"를 묻는 방식입니다.
한 참여자는 실패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카이스트 실패연구소의 솥밥 일화). 그래서 필요한 건 거창한 대실패 고백이 아니라 소소한 실패를 공유해 서로의 '오답 노트'를 만드는 일이라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페일콘이 없어진 이유가 "실패를 말하는 게 너무 당연해져서"였다는 사례와 함께요.
실무적으로 중요한 지적 하나. "실패해도 된다"는 구호는 부서마다 다르게 들립니다. 재무·보안팀에게 실패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 맥락 없이 외치면 공허해집니다. 각 영역의 실패가 무엇인지 조정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실패를 말하려면 안전한 장이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 공개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고, 비난받지 않는 자리.
"이 모임이 그런 자리의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왔습니다.
③ 반복되는 프로젝트, 다음 단계로 가려면
PBL(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도입된 지 8~9년인데, 각 기관이 같은 프로세스를 따로 반복하고 있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펀더가 요구하는 차별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이제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됐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성공 경험이 독이 되는 역설이 지적됐습니다. 학생들조차 정답을 요구하고 실패를 피하려 합니다. 우수사례 공유가 "저렇게 하는 게 성공"이라는 틀을 무의식적으로 심기도 합니다.
자립준비청년 사업이 구체적 사례로 나왔습니다. 여러 조직이 비슷한 사업을 각자 하고 있고 실무자들은 모두 같은 고민을 하지만 판이 열리지 않습니다. 지원 총량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같은 성격의 지원을 겹쳐 하는 대신 각자 잘하는 것으로 다각도의 지원을 설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입니다. 실제로 가족돌봄청년 주제로는 그런 자리가 열려, 당사자와 지원조직들이 함께 문제를 인식하는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조직의 역할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현장 플레이어가 전체 담론까지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연구 방법론과 감각을 가진 조직이 그 자리에 있어야 다음 흐름의 단초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④ 리더십과 거버넌스
비영리 리더십의 공백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오래된 비영리는 1세대 창업자가 현역인 조직이 많고, 2년 차가 "이건 안 되는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가 거의 없습니다. 좋은 사람인 것과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역량은 전혀 다른데 그게 동일시되어 왔다는 지적입니다. 실패를 끄집어내는 일이야말로 리더십과 거버넌스의 몫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영리 출신 리더의 유입도 언급됐습니다. 모금 조직 리더가 대부분 영리에서 오면서 "다 필요 없고 돈 벌어 와"가 팽배해지고, 모금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비영리가 스스로 리더를 키우지 못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리더가 앞장서도 생기는 마찰을 공유한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리더십이 협력과 새 방향을 제안해도, 기존 방식으로 성장해온 경험이 평가절하되면 융합이 안 됩니다. 기존의 것을 의미 없었다고 치부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인가가 리더의 고민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발제자는 개인의 자리를 짚었습니다. 시스템은 결국 개인의 집합이라, 시스템을 바꾸려면 그걸 이루는 요소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리더만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내가 뭘 바꿀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면 무력해지지만, 영향은 계속 주고받게 되어 있습니다.
한 조직의 운영 사례도 공유됐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앉는 자리 배치 덕에 개인의 어려움이 숨겨지지 않고, 그래서 숨길 필요도 없어지는 구조. 구성원이 무너졌을 때 충분히 듣고 회고를 돕고 책임을 함께 논의하는 방식. 실패를 징계가 아니라 "넘어설 수 있게 엉덩이를 밀어주는" 관점으로 다루려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남은 질문들
이날 매듭짓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긴 것들입니다.
우리 업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의할 것인가 — 한 조직에 맡기기엔 부담이고, 선발제로 하기엔 누가 선발할 것인가
실패를 잘 이야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 자조 모임도, 자기 PR도 아닌 방식
실패를 듣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10년 전에도 하던 이야기를 왜 지금 다시 하고 있는가 — 기존 생태계가 답답해서 만든 곳인데, 왜 다시 비슷한 직장이 되어가는가
조직 바깥의 공간에서 실무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이어갈 수는 없을까
다음 회차
02회차 · 8월 10일(월) 오전 8–9시 · 제2장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6층 30인실
시스템 체인지
🌏 생태계 안에서 많은 조직이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해결하고 있지만,
정작 그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함께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직 신청 전이시라면 지금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 시 참석 희망 회차를 고르시면 됩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현장 보드에 실제로 올라온 글이고, 지금도 이 자리에서 공감순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록을 읽고 든 생각·소감·다른 관점을 아래에 바로 이어 적어주세요.
남긴 글은 1회차 보드에도 함께 뜨고, 2회차를 열 때 이 이야기들을 모아 시작합니다.
못 오셨던 분도, 다시 떠오른 생각이 있는 분도 환영합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
기록을 읽고 드는 생각·소감·다른 관점을 남겨주세요.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와 같은 곳에 모입니다. 못 오셨던 분도, 다시 떠오른 생각이 있는 분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