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바라볼 변화, 시스템 체인지
- 사회문제는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
- 고착되어 있는 방식
- 시스템 체인지, 문제의 조건을 전환시키는 변화
- 시스템 체인지,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네 가지 통념
- 우리가 함께 바라볼 변화, 시스템 체인지
사회문제는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
앞서 확인한 네 가지 감각은 생태계 내부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진단이지만, 그 배경에는 현장이 마주한 사회문제의 성격 변화가 있습니다. 영역별 분절, 성과 입증 중심의 평가, 형식화된 협력, 반복되는 성공 공식이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는 단지 생태계가 비효율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늘날의 사회문제가 여러 원인과 조건이 얽혀 발생하는 복합적 문제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개별 영역과 개별 사업, 단기 성과 중심의 구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식 조사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확인되었습니다. 생태계 실무자 103명 중 83.5%는 “사회문제가 과거보다 더 복잡해졌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문제가 제도와 시장, 정책과 문화, 인식과 행동 방식이 결합된 결과로 나타나며, 문제의 해결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인식을 반영합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담당하는 한 실무자는,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중도 이탈 원인이 직무 역량 부족뿐 아니라 불안정한 생활 여건과 심리적 번아웃에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를 “문제가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으로 표현했습니다. 장애인 고용 현장의 또 다른 실무자는, 당사자들이 자신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에 회의감을 표현하는 양상을 관찰했습니다. “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연결된 새로운 문제가 출현한다”거나 “과거에는 문제를 단일 차원에서 인식했지만, 현재는 한 개인이 동시에 직면하는 다양한 요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현장은 사회문제의 복잡성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만큼,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는지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착되어 있는 방식
앞서 분석한 고착에 대한 인식들 사이에는 일정한 패턴이 확인됩니다. 사업과 프로그램은 지속되고 있지만 새로운 문제 정의와 접근은 줄어들고 있으며, 협력의 접점은 늘어났지만 관점이나 자원 배분 방식의 변화로는 충분히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반면 영역 간 경계와 반복 가능한 사업 형식은 더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한 응답자는 현재 상황을 “생태계 차원의 논의보다 개별 조직의 생존이 긴급한 의제인 상태”로 표현했습니다.
새로운 작동 방식을 모색하기보다 신속한 입증이 우선되는 평가 구조 속에서,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변화는 후순위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시도는 계속 축적되지만, 그것이 왜 작동했는지, 왜 실패했는지, 다음 판단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공동의 학습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장은 문제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실제 대응은 여전히 개별 프로그램과 사업 중심으로 반복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시스템 체인지, 문제의 조건을 전환시키는 변화
시스템 체인지의 필요성은 이러한 간극 속에서 제기됩니다. 사회문제의 복잡성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대응 방식은 여전히 익숙한 구조 안에서 반복되는 양상이 확인됩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사업이나 새로운 해법을 추가하는 접근만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형성됩니다. 시스템 체인지는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캐나다의 SIG(Social Innovation Generation)는 시스템 체인지를 “문제를 그 자리에 붙들어 두고 있는 조건들을 전환하는 것(Systems change is about shifting the conditions that are holding the problem in place)”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조건이란 단일 프로그램이나 조직의 성과를 넘어, 문제를 둘러싼 행위자들의 관계, 권력의 분포, 자원 흐름, 제도적 규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등을 포함합니다. 즉, 시스템 체인지는 눈앞의 현상에만 대응하는 접근이 아니라, 그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도록 만드는 조건들을 가시화하고, 그 조건들이 서로 결합해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접근입니다.
FSG(Foundation Strategy Group)는 이러한 시스템의 조건을 여섯 가지로 구분합니다. 정책, 관행, 자원 흐름과 같이 비교적 가시적인 구조적 조건, 관계와 권력처럼 덜 가시적인 관계적 조건, 그리고 사고방식과 같이 가장 심층에 위치한 변혁적 조건입니다. 이 조건들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서로 결합하여 시스템을 현재의 상태로 유지합니다.
정책과 제도가 변화하더라도 관계와 권력 구조가 유지된다면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관계가 변화하지 않은 자리에서는 자원 흐름도 이전의 경로로 회귀하기 쉽습니다. 또한 모든 조건의 기저에 놓인 사고방식과 가정이 변화하지 않을 경우, 외관상 변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여도 문제는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시스템 체인지는 단일한 개입이나 특정 조건의 개선만으로 달성되기 어렵습니다. 이는 조건들이 어떻게 서로를 강화하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지를 이해하고, 그 작동 방식을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가시적 현상의 변화보다 비가시적 조건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관계의 재구성, 권력 작동 방식의 변화, 당연시되어 온 전제와 사고방식의 전환이 함께 일어날 때, 시스템 차원의 변화 가능성은 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시스템 체인지,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시스템 체인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시스템 체인지와 관련한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논의가 축적되어 왔지만, 그것이 한국 현장에서 어떤 언어와 인식으로 수용되고 있는지는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 체인지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앞서, 이 개념이 생태계 내에서 어떤 변화의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낯설지만, 감지되는 필요
시스템 체인지는 아직 현장에서 충분히 익숙한 언어로 자리 잡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생태계 구성원 103명을 대상으로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인지도를 확인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알지 못한다”로 40.8%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을 합하면, 60% 이상이 시스템 체인지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개념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별개로, 시스템 체인지가 추구하는 변화의 필요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감대가 확인됩니다.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응답은 “생태계 차원의 연대와 협력 구조”로 25.2%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인식과 사고방식의 전환” 13.6%, “장기적 관점과 인내” 11.7%, “학습과 역량 강화” 10.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스템 체인지라는 용어 자체는 아직 낯설지만, 개별 사업이나 조직 단위의 성과를 넘어 생태계 차원의 협력, 관점의 전환, 장기적 학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미 현장에서 공유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무자 V
각 기관이 각개전투하는 방식으로는 거대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실무자 W
단기 성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적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실무자 V
수치 중심에서 임팩트 중심으로의 평가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응답은 현장이 요구하는 변화가 개별 사업의 개선이나 단기 성과의 확대에 머물러있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서는 협력의 구조, 사고의 틀, 학습 방식, 시간 감각과 같이 보다 넓은 층위의 조건이 함께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인됩니다. 즉, 현장은 아직 시스템 체인지라는 개념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변화가 만들어지는 조건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를 이미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향은 있지만, 읽는 눈은 아직
또 하나 확인되는 지점은 현장이 시스템 체인지의 필요와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읽고 연결하는 사고의 틀은 아직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스템 체인지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제도와 정책의 전환, 문제 해결 방식의 전환, 인식과 사고방식의 변화 등 서로 다른 차원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응답의 차이가 곧 개념적 혼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각자가 서 있는 자리와 마주한 문제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다르게 포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도, 방식, 인식은 모두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 층위이며, 각각의 응답은 응답자가 위치한 자리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되는 변화의 지점을 드러냅니다.
다만 이러한 층위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함께 작동하는지에 대해 총체적인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점은 확인됩니다. 생태계의 시스템 체인지 지향성 평균은 5점 만점에 4.36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시스템 사고 수준은 3.87로 그보다 낮았습니다. 여기서 시스템 체인지 지향성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와 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인식과 동의의 정도를 의미하며, 시스템 사고 수준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읽고, 요소 간 상호작용을 파악하며, 접근하는 사고 습관이 얼마나 체화되어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이는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비교적 분명하게 형성되어 있으나, 그 변화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읽고, 요소 간 관계를 파악하며, 각자의 기여를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하는 사고방식은 아직 충분히 자리잡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간극은 시스템 체인지를 하나의 명확한 실천 전략이라기보다, 거시적인 지향점으로만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시스템 체인지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더라도, 실제로 어떤 조건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어떤 주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 각자의 실천이 전체 변화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함을 느끼게 됩니다.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네 가지 통념
시스템 체인지라는 용어는 종종 몇 가지 특정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거대한 시스템이 변화하는 장면, 가시적 성과를 통해 변화가 입증되는 장면, 혹은 한 사람의 탁월한 시도가 판세를 바꾸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관련 연구와 현장의 경험은 시스템 체인지가 이러한 이미지로 충분히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시스템 체인지는 단일한 사건이나 성과이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주체의 기여와 상호작용이 축적되며 형성되는 변화 과정에 가깝습니다.
첫 번째 통념, 시스템 체인지는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이다
시스템 체인지는 종종 사회혁신 과정의 최종 도달점, 혹은 완결된 변화 상태로 이해됩니다. 영 파운데이션의 로빈 머레이(Robin Murray)는 사회혁신의 6단계 모델에서 시스템 체인지를 마지막 단계에 위치시켰는데, 이는 시스템 체인지를 변화가 축적된 이후 도달하게 되는 종착점으로 이해하게 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후속 논의들은 시스템 체인지를 선형적 도달점으로 이해하는 관점의 한계를 지적해 왔습니다. 시스템 체인지는 일정한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결과라기보다, 시도와 실패, 변형과 재조직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납니다. 웨슬리 등은 사회혁신과 시스템 체인지가 생태계의 어댑티브 사이클 안에서 일어나며, 안정된 구조의 동요와 새로운 연결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변화가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시스템 체인지는 단일한 시도의 성공으로 완성되는 변화가 아닙니다. 시스템 체인지는 변화가 가능해지는 조건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의 시도는 다른 맥락으로 이전될 수 있고, 실패로 보였던 경험이 이후의 변화 조건 속에서 다시 의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축적과 재조직의 과정을 통해 시스템 차원의 변화 가능성이 형성됩니다.
대학교수 F
결과적으로 기본소득 실험은 진화했지만, 저희가 생각했던 실험 자체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이후에 디딤돌소득, 농촌기본소득, 경기도의 기회소득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통념, 시스템 체인지는 눈에 보이는 성과로 증명될 수 있다
시스템 체인지는 종종 KPI와 같이 측정 가능한 결과물이나 가시적 아웃풋의 집합으로 이해됩니다. 서비스 도달 인원, 변경된 제도의 수와 같은 지표가 변화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시스템 체인지 연구가 오랫동안 주목해 온 것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보다 심층의 조건들입니다.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존 카니아(John Kania),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 피터 센게(Peter Senge)는 시스템 체인지가 정책과 관행 같은 가시적 조건뿐 아니라 관계, 권력, 사고방식과 같은 비가시적 조건의 전환까지를 포함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고 공통의 언어를 형성하는 작업,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고 공동의 장을 개방하는 작업은 변화의 토대를 구성하지만, 단기 수치로 환산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기여가 포착되지 않을 경우, 시스템 체인지를 가능하게 한 핵심 과정은 성과로 인정을 받기 어렵습니다.
관리자 G
무중력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청년 고립 문제에 대한 담론과 이해관계자들의 협력망을 구축하려 했던 시도는, ‘아웃풋’ 중심으로 봤을 때는 처참한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통념, 시스템 체인지는 영웅적 개인이 만들어낸다
오랫동안 사회적 기업가 담론은 개인의 비범한 비전과 추진력을 변화의 주요 원천으로 조명해 왔습니다. 이러한 ‘영웅적 개인 서사’는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이해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관련 연구들은 시스템 체인지를 다수 주체의 기여가 결합되어 형성되는 집합적 과정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주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주체, 자원을 연결하는 주체, 내러티브를 변화시키는 주체, 제도를 설계하는 주체는 각기 다른 위치에서 변화의 조건을 형성합니다. 이들의 기여가 상호 연결되고 축적될 때 시스템 차원의 변화 가능성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시스템 체인지를 단일 개인이나 조직의 성취로 이해할 경우, 실제로 변화를 가능하게 한 연결과 축적의 과정은 충분히 포착되기 어렵습니다.
이사장 D
결국 시스템 체인지를 위해서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나 그룹, 같은 목적은 아니더라도, 그 변화와 연관된 다양한 사람이나 그룹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통념, 시스템 체인지는 큰 규모의 변화만을 의미한다
시스템 체인지는 종종 사회 전반을 전환시키는 거대한 변화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이해됩니다. 제도 전체의 개편, 국가 단위의 정책 전환과 같이 규모가 크고 가시적인 변화가 우선적으로 연상됩니다.
그러나 연구와 현장의 경험은 이와 다른 양상을 시사합니다. 큰 비전만으로는 실행 가능한 전략을 형성하기 어려우며, 실제 변화는 보다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추구할 때 축적될 수 있습니다. 특정 제도, 공급망, 지역, 현장 내에서 작동 조건의 변화를 추구하는 표적형 시스템 체인지(targeted systems change)가 그 예입니다(Mühlenbein, 2018).
이 접근의 핵심은 변화의 절대적 규모에 있지 않고, 해당 시도가 역할과 관계, 규칙과 규범, 정보의 흐름, 사고방식과 같은 시스템의 핵심 요소를 어느 정도 변화시키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스템 체인지는 거대 전환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닌, 더 큰 변화로 연결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경로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센터장 I
사회혁신은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일어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인구 1,000만의 대도시보다는 인구 4만의 작은 농촌지역에서 더 실현가능하다고 믿고 있고, 현재 작은 도시에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한계가 있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바라볼 변화, 시스템 체인지
이러한 오해들 속에는 시스템 체인지가 가진 다양한 양상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장의 인식 역시 이러한 양상과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점입니다.
시스템 체인지는 첫째, 비가시적 기여 위에서 형성되는 변화입니다. 문제를 재해석하고 명명하는 작업, 담론을 개방하고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작업처럼 변화의 토대를 구성하지만 기존 성과 프레임 안에서는 포착되기 어려운 기여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시스템 체인지는 단일 주체의 성취가 아니라 다수 주체의 역할이 결합되어 형성되는 변화입니다. 셋째, 시스템 체인지는 실패를 동반하는 과정입니다. 실패는 예외적 사건이라기보다, 기존 구조를 동요시키고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조건에 가깝습니다. 넷째, 시스템 체인지는 단기간에 달성되기 어려운 장기적 과업입니다. 변화는 특정 시점의 성과로 포착되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고 재조직되는 과정을 통해 일어납니다.
종합하면, 현장이 진술하는 시스템 체인지는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도, 가시적 성과로 입증되는 변화도, 영웅적 개인이 산출하는 성취도, 사회 전체를 일거에 전환시키는 거대 전환도 아닙니다. 그것은 단기 지표로 환산되기 어려운 기여들이 축적되고, 다수 주체의 역할이 결합되며, 실패와 재시도가 반복되는 가운데 작은 시도들이 다음 변화의 발판으로 기능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시스템 체인지는 사회문제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조건들을 변화시키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책과 관행, 자원 흐름, 관계와 권력, 사고방식이 결합되어 작동하는 과정이며, 다양한 규모에서 다수 주체의 기여가 연결되고 축적되며, 형성되는 지속적인 변화의 방향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 차원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