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탐사대
← 목록으로

인민의 탄생 2회차 — 지금이 동학농민운동 직전이라면

·연탐스터디

커버이미지

"전환기의 우리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연구탐사대는 대원들과 책을 재료 삼아 더 나은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 함께 책을 읽어요. 그래서 이번 책에서 마주할 질문은 '전환기의 우리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입니다.

8월 18일에는 서론을 읽으며 물었어요. "조선의 인민은 왜 그토록 오래 객체로 남아 있었을까?"

저자는 조선을 '지식국가'라고 부릅니다. 지식은 성리학이, 종교는 종묘사직이, 정치는 향촌이 맡아 세 축이 빈틈없이 맞물려 있었다는 것. 그 안에서는 굳이 혁명을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사회였습니다. 윤상대원은 이 삼중구조를 지금의 한국에 그대로 겹쳐 읽었어요. 수능에서 좋은 대학, 학점, 좋은 직장, 승진으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트랙이 지식의 자리에 있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요. "정상 경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집착"이 그때의 구조만큼이나 견고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윤희대원은 그 구조를 박물관에서 매일 보고 있다고 했어요. 서원마다 사우가 있고 향사를 경건하게 지내고 초상화가 남아 있는 풍경. 지식 생산이 정치와 종교의 기능을 동시에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공부했구나, 어렴풋이 생각만 하던 것을 이 책이 처음 제대로 짚어주더라는 것입니다.

제가 걸린 대목은 32쪽이었습니다. 사적 이익으로만 존재하던 동계·송계·학계가 1894년에 자발적 결사체가 되면서 국가적 차원의 공익을 향해 움직였다는 서술. 확 와닿으면서, 아 이게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인가 싶었어요.

부르주아가 없던 조선에서 그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저자는 언문을 세웁니다. 한문과 분리된 언어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상상을, 비판과 조롱과 냉소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 소설과 판소리에서 시작된 문예공론장이 정치공론장의 모태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윤상대원은 지금의 유튜브와 SNS, 인스타툰을 겹쳐 놓았습니다. "내가 지금 동학농민운동 직전에 살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고요. 윤희대원도 같은 자리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서론만으로 다 풀리지는 않았어요. 윤희대원은 서양의 공론장은 인쇄술로 설명되는데 우리는 한글만으로 해석되는 것인지 물었고, 저는 서양이 혁명으로 주체를 쟁취한 데 비해 우리는 축이 무너지며 어부지리로 얻은 것이라고 저자가 보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두 물음 모두 열어둔 채로 두었습니다.

전환기의 우리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기존 세력은 안에서부터 무너졌는데 대안 세력은 아직 자라지 않은 빈자리를, 저자는 무주공산이라고 부릅니다. 그 자리에 외국 세력이 들어왔고 우리는 식민지가 되었어요. AI로 누구나 창업하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 한편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지금이 또 하나의 무주공산이라면, 우리는 이 전환기를 어떻게 통과해야 할까요. 대원 여러분은 지금 어떤 축에 붙들려 있다고 느끼시나요?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1부를 읽습니다. 함께 답을 그려가요.

책. 송호근(2011), 『인민의 탄생 — 공론장의 구조 변동』(민음사) 서론


연탐스터디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지향하는 이들이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책모임입니다. 한 권의 책과 하나의 공통질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