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프러너 UOS · Season 1 — 최종 연구보고서 전체 보고서 원문 PDF ↓
UOS 리서치프러너 1기 · 최종 연구보고서 (Final Report)

고령자 관점에서 바라본 도시 인프라로서의 경동시장

상권 활성화를 넘어, 주 이용자 중심의 시장 재편을 위한 문제 발견 연구
연구팀 경동행
문다인 · 남혜진 · 박주하 · 정수현 · 하채영
경동시장은 고령자에게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다. 일상 루틴과 사회적 교류, 느슨한 돌봄이 일어나는 생활·돌봄 인프라다.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와 계획도 이미 있다. 그러나 지금의 활성화 계획은 체류와 휴식의 주체를 관광객과 젊은 층으로 두면서, 주 이용자인 고령자를 목표와 지표에서 놓치고 있다. 그 결과 제도와 현장 사이에 간극이 생겼고, 고령자의 이동과 쉼은 이용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간극을 방치하면 시장은 세 가지를 잃는다. 주 이용자라는 수요 기반, 단골 관계라는 자산, 그리고 시장 고유의 장소성이다.
UOS 리서치프러너 1기
서울시립대학교 RISE사업단 · (주)나이오트
2026. 7. 17.
리서치프러너
RESEARCHPRENEUR

이용 안내

본 보고서는 서울시립대학교 RISE사업단이 발주하고 (주)나이오트가 수행한 서울RISE 지역현안문제해결 「로컬임팩트솔루션 세부주제 도출 연구」(2026. 6. 5 ~ 7. 22)의 참여자 연구 산출물입니다. 저작권은 각 연구진에게 있으며, 나이오트는 발주기관의 동의를 얻어 웹 재편집본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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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의 현장사진은 촬영 대상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얼굴·연락처 등 식별정보를 가림 처리했습니다.

인용 예시 — 문다인·남혜진·박주하·정수현·하채영(2026). 「고령자 관점에서 바라본 도시 인프라로서의 경동시장」. UOS 리서치프러너 1기 최종연구보고서. 서울시립대학교 RISE사업단·(주)나이오트.
표 목차
  • <표 1> 6.3 지방선거 동대문구 후보자들의 경동시장 관련 공약 - 상권활성화패러다임 중심
  • <표 2> 상권 활성화 패러다임과 생활·돌봄 인프라 패러다임 특징 비교
  • <표 3> 경동시장 관련 상위계획 분류
  • <표 4>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율 - 시장별 비교
  • <표 5> 경동시장 현장조사 - '이동의 단절' 결과 분류
  • <표 6> 경동시장 현장조사 - '쉼의 단절' 결과 분류
  • <표 7> 경동시장 현장조사 - '시장 이용의 지속 요인' 결과 분류
  • <표 8> 경동시장 - 제도와 현장 사이 간극 분류
  • <표 9> 3개의 간극에 대한 개입 지점
  • <표 10> 성과지표 전환(안)
  • <표 11> 공간 개입 우선순위(안)
  • <표 12> 실행 로드맵(안)
  • <표 13> 이해관계자별 역할 제언 및 주요 개입 지점
그림 목차
  • <그림 1> 고령친화 상업공간 사례 - 일본 무장애 상점가·빈 점포 활용 거점시설
  • <그림 2> 고령친화 상업공간 사례 - 영국 Take a Seat
  • <그림 3> 고령친화 상업공간 사례 - 한국 락희거리
  • <그림 4>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인원
  • <그림 5>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율
  • <그림 6> 경동시장 일대 성별·연령별 유동인구
  • <그림 7> 경동시장 일대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현황
  • <그림 8> 경동시장 이동과 쉼의 심상지도
사진 목차
  • <사진 1>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 촬영) - '이동의 단절' 중 '정지공간 부족'
  • <사진 2>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 촬영) - '이동의 단절' 중 '보행안전 위험'
  • <사진 3>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 촬영) - '이동의 단절' 중 '안내체계 부족'
  • <사진 4>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 촬영) - '쉼의 단절' 중 '공식 쉼공간 부족'
  • <사진 5>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 촬영) - '쉼의 단절' 중 '비공식 쉼의 발생'
  • <사진 6>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 촬영) - '쉼의 단절' 중 '체류와 관계의 형성'
부록 목차
  • <부록 1> 인터뷰 참여자 정보
  • <부록 2> 현장 관찰·섀도잉 대상 정보
CHAPTER 1

시장을 다시 바라보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안

1.1 문제의식: 활성화되는 시장, 밀려나는 주 이용자

한국은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50년에는 이 비율이 40%를 넘을 전망이다. 고령자가 도시 공간의 주 이용자가 되는 시대, 고령자의 일상을 담는 공간이 그들의 경험을 제대로 담고 있는가?

경동시장은 이 질문이 가장 날카롭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경동시장 일대는 겉으로 보면 활성화에 성공한 시장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과 청년몰이 들어섰고, 방문객이 증가하고 젊은 세대가 유입되었으며, 상인들도 손님 증가를 체감한다. 서울시와 동대문구는 청량리 일대 9개 시장을 하나로 묶는 대규모 재편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동시장에 인접한 제기동역은 전통시장 인근 전철역 중에서 경로(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은 역이다. 고령자 비율이 높다고 해서 그 인원이 바로 경동시장 방문객으로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동시장을 경유하거나 방문하는 고령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동시장에 청년들 유입이 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전통시장 지표로만 보면 기존의 고령 이용자층과 신규 청년층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팀이 2026년 6월 21일부터 7월 14일까지 수행한 67건의 현장조사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시장을 가장 자주, 가장 오래 이용해 온 고령자들은 문 닫은 가게 앞 평상과 상가 계단을 쉼터로 쓰고 있다. 시설이 있어도 알지 못하고, 차와 사람이 뒤섞인 혼잡 속에서 시장 이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스타벅스와 시장 내부의 이용자는 세대별로 나뉘어 있고, 새 활력이 주 이용자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보이지 않는다. 보행이 불편한 80대 후반 고령자는 이미 현장에서 잘 관찰되지 않는다. 지금 시장을 이용하는 고령자조차 몇 년 안에 못 오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경동시장에서는 활성화의 성공과 주 이용자의 조용한 배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면 시설을 더 지으면 된다. 그러나 본 연구가 확인한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시장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 즉 패러다임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

1.2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 '상권 활성화'라는 단일 렌즈

전통시장을 둘러싼 정책과 계획은 매출, 유동인구, 공실률로 성패를 구분하여 어떻게 하면 전통시장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관련법인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법) 역시 시설·경영 현대화와 시장 정비를 통한 지역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에 근거한 시설 현대화사업과 경영 현대화사업이 지원의 기본 틀이다. 서울시의 전통시장 도시공간 연계 혁신사업,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조성사업, 동대문구의 청량마켓몰 구상 또한 보행환경과 체류공간을 언급하지만, 사업 목표와 기대효과는 방문객 증가와 상권 활성화에 놓여 있다.

이 틀 안에서 시장은 소비 공간이고, 이용자는 유치해야 할 고객이다. 계획의 시선은 자연히 아직 오지 않은 사람, 즉 관광객·신규 방문객·젊은 층을 향한다. 물론 매일 시장에 오는 고령자가 계획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보행환경 개선이나 쉼터 조성은 고령자에게도 도움이 될 일반 개선으로 계획에 들어 있다. 그러나 고령자는 유치할 필요가 없는 "이미 있는 사람"으로 여겨져, 계획의 목표·성과지표·설계 기준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개선 효과가 주 이용자에게 실제로 닿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동대문구청장과 서울시의원 후보들이 제시한 경동시장 관련 공약에서도 동일한 방향성이 확인된다. 후보들의 공약을 공간 활용 전략과 지역경제·상권 활성화 전략으로 구분해 정리하면 <표1>과 같다. 대부분의 공약은 글로벌 K-마켓, 역세권 메가마켓, 관광 클러스터 등 외부 방문객과 관광객 유치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화·대형화 전략에 집중한다. 제기동역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설치나 보행 인프라 개선처럼 고령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도 일부 포함되지만, 이는 상권 접근성 향상의 수단으로 제시될 뿐 고령 이용자가 정책의 핵심 대상으로 다뤄지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상권활성화 중심의 시각은 법, 계획, 정치를 관통하는 지배적 관점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주 이용자가 배제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진다.

표 1  6.3 지방선거 동대문구 후보자들의 경동시장 관련 공약 - 상권활성화패러다임 중심
후보자대표 공약 키워드공간 활용 전략지역경제·상권 활성화 전략
최동민
(더불어민주당/구청장/당선인)
  • 전농·청량리 고밀도 업무지구
  • 전통시장 글로벌 K-마켓 프로젝트
  • 경동시장·청량리종합시장·약령시를 묶어 '동북권 핵심거점'으로 설정
  • 서울 제4도심(전농·청량리) 연계 상업·업무·주거 복합벨트 재편
  • 경동시장을 글로벌 K-마켓 구상의 출발점으로 설정
  • 전통시장 현대화, 관광·문화 결합,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통해 상권 경쟁력 강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
이필형
(국민의힘/(구)구청장/후보)
  • 청량마켓몰 (9개 전통시장 통합)
  • 세계 5대 첨단관광 시장 (9bow) 비전
  • 하나의 '청량마켓몰'로 묶어 역세권 메가마켓 조성
  • 복합환승센터와 연계해 교통·상업·관광이 결합된 입체적 상권·도시공간 구축
  • 전통시장 대개조·디자인 혁신으로 경쟁력·브랜드 강화
  • 불법 노점 정비, 먹거리·관광 콘텐츠 확대로 유동인구·소비 확대
이병윤
(국민의힘/시의원/후보)
  • 전통시장 활성화
  • 교통·보행 안전 인프라 개선
  • 경동시장·청량리종합시장·서울약령시 등 다수 시장을 통합 상권으로 설정
  • 제기동역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설치
  • 청량리역·정릉천·성북천 개발 연계 시장 접근성 개선
  • 경쟁력 강화 위해 청년 상인 유입 및 특화 콘텐츠 개발
  • 야시장·맥주축제·달빛축제·푸드트럭 등 문화·축제형 이벤트로 유동인구 확대
  • 시장 브랜드 전략 수립
이영남
(더불어민주당/시의원/당선인)
  • 동별 맞춤형 공약
  • 전통시장·교통·청년·바이오 연계 발전
  • 제기동·청량리동을 생활권(전통시장·역세권)으로 묶음
  • 제기역 리모델링·엘리베이터 설치
  • 청량리역 복합환승센터 조성
  • 동북선 출입구 추가 등으로 경동시장·약령시·청량리 상권 접근성·공간 연계 강화
  • 전통시장 활성화·주차장 확충
  • 노선버스 정차 확대
  • 약령시 한방산업·청량리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과 결합해 상권을 산업·관광 클러스터로 발전
  • 소상공인·청년창업 지원 강화

상권 활성화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경제적으로 살아남는 일은 중요하다. 문제는 이것이 유일한 렌즈가 될 때다. 이 렌즈 안에서 고령자를 위한 개선은 '불편 해소'라는 비용이거나, 상권 논리 바깥의 '복지' 문제로 밀려난다. 224억 원 규모의 공간 재편 사업에서도 우선순위를 얻지 못한다. 왜 고령자의 커뮤니티를 고려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기존 정책의 언어로는 답할 수 없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대한민국 초고령사회 담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 현재 또는 장차 겪어야 할 공통의 사회문제이다. 따라서 초고령 사회에서 고령자에게 필요한 커뮤니티, 느슨한 연대, 편리하게 접근가능한 즐거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장소성을 가진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라고 본다. 이에 본 연구는 효율성, 경제성이라는 기존 틀 속에서 고령자를 단지 고려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대신, 과연 전통시장이 무엇인지, 초고령 사회에서 전통시장은 고령자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우리 사회에서 시장의 역할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1.3 새로운 패러다임: 생활·돌봄 인프라로서의 시장

고령자에게 시장은 소비 공간이 아니라 생활·관계·커뮤니티의 공간이다. 시장은 도시가 공식적으로 채워주지 못하는 고령자의 일상과 돌봄을 받쳐주는 생활·돌봄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에 대한 평가지표는 '얼마나 팔았는가?'가 아니라, '고령자들이 얼마나 자주, 부담없이 시장에 다닐 수 있는가", "누군가의 부재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관계 밀도가 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현장이 보여주는 시장의 의미는 한 겹이 아니다. 인터뷰와 관찰을 겹치면 적어도 네 겹이 드러난다. 첫째는 실용이다. 물건이 싸고 다양하며, "전통시장은 대형몰보다 편하고 좋아"라는 말처럼 고령자에게는 대형 유통시설보다 익숙하고 편하다. 근처의 병·의원, 약국, 목욕탕과 볼일이 묶이기도 한다. 둘째는 재미다. "목욕탕 오는 김에 시장 구경"이라는 말처럼 구경 자체가 하나의 활동이다. 동네 벤치에서는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이들이 시장에서는 활기찬 표정으로 돌아다닌다. 셋째는 루틴이다. "심심해서 놀러오는 거지, 하루 보내려고"라는 말처럼 시장은 하루를 보내는 일과의 장소다. 넷째는 관계다. 마늘가게 상인은 무릎 아픈 단골에게 의자를 내어주고, 콩을 까며 담소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생선가게 사장과 한참 근황을 나누는 어르신이 보인다. 시장에서 고령자는 안부를 확인받는다.

즉, 시장은 고령자에게 장 보는 곳이면서 동시에 구경거리이고, 일과이고, 사랑방이다. 이 여러 기능이 한 공간에 겹쳐 있다는 것, 그래서 위험하고 불편해도 계속 찾게 된다는 것. 이것이 시장이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발견은 이론으로도 뒷받침된다. Klinenberg의 사회적 인프라 개념은 도서관·공원·시장 같은 장소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임을 보여준다. Simone의 '사람이 인프라다' 개념은 공식 인프라가 못 미치는 곳에서 사람들의 관계망이 도시를 움직이는 인프라가 됨을 짚는다. Granovetter의 약한 유대감 이론은 상인과 단골 사이의 느슨한 관계 또는 시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용자들의 느슨한 관계가 강한 유대 못지않은 사회적 자원임을 설명한다. 본 연구팀은 이를 묶어 경동시장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모습을 '느슨한 돌봄'이라 부른다. 자세한 검토는 2장에서 한다.

국내 선행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전통시장은 대중교통으로 오기 쉬운 곳에 있고, 쓸 만한 시설과 공간이 충분하며, 무엇보다 고령자가 오래 다녀서 익숙한, 대표적인 커뮤니티 거점공간이다(정광수 외, 2016). 경로당이 텃세로 닫힌 공간이 되는 동안 시장은 값싸고 열린 체류 공간으로 기능한다. 공식 복지시설이 받아내지 못하는 고령자의 사회적 수요를 시장이 받아내고 있다.

두 관점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2  상권 활성화 패러다임과 생활·돌봄 인프라 패러다임 특징 비교
구분상권 활성화 패러다임생활·돌봄 인프라 패러다임
공간의 성격소비 공간, 상권생활·관계·커뮤니티 공간
이용자상유치해야 할 고객(관광객·젊은 층)일상을 맡기는 주 이용자(고령자)
핵심 가치매출, 방문객 수, 명소성일상, 관계, 느슨한 돌봄, 커먼즈
성과 지표방문객 증가율, 상권 매출주 이용자의 체류 경험(안전한 이동, 닿을 수 있는 쉼, 이어지는 관계)
개입 방식시설 신설, 브랜드화, 콘텐츠 유치기존 자원의 연결·가시화, 운영 구조 만들기
고령자의 위치이미 있는 사람, 배려·복지의 대상시장을 지탱하는 인프라의 이용자이자 구성 요소

어떤 패러다임으로 시장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같은 사업에서도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어디에 예산을 사용할지가 달라진다. 고령자 중심 재편과 신규 유입층 중심 재편은 체류, 휴식, 보행환경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들어낸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 차이를 현장 데이터로 입증하고, 진행 중인 상위계획이 활용할 수 있도록 대안적 관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1.4 연구 질문

본 연구는 세 개의 질문으로 전개된다. 시장이 무엇인지 모르면(RQ1) 무엇이 끊겼는지 보이지 않고(RQ2), 끊긴 지점을 모르면 무엇을 이어야 할지 알 수 없다(RQ3).

  • RQ1. 고령자는 위험하고 불편한데도 왜 경동시장을 계속 찾는가? - 시장은 고령자에게 어떤 공간인가? (1장, 2장)
  • RQ2. 경동시장의 활성화는 왜 주 이용자의 이용 경험, 특히 이동과 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 - 단절은 제도와 현장의 어디에서 생기는가? (3장, 4장)
  • RQ3. 주 이용자를 중심에 둔 시장 재편은 어떻게 가능한가? -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법·계획·자원·관계를 어떻게 잇고 누가 운영할 것인가? (5장)
1.5 연구 범위 및 방법
공간적 범위

경동시장 일대(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용두동)를 대상으로 한다. 현장조사를 수행한 경동시장 본관·신관, 경동광성상가, 청과물시장, 전통시장, 청년몰, 스타벅스 경동1960, 지하상가, 그리고 버스정류장과 제기동역 연결 횡단보도 등 시장 외곽 접점을 포함한다. 인접한 서울약령시, 청량리종합시장 등 청량리 시장권은 상위계획 검토와 맥락 분석에서만 다루고 직접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경동시장과 경동광성상가는 행정상 따로 등록·관리되지만 이용자는 두 시장을 하나처럼 오간다. 이용 경험 분석에서는 묶어서 다룬다.

내용적 범위

고령 이용자의 이용 경험 중 이동과 쉼을 핵심 분석 대상으로 한다. 이를 결정하는 공간 구조, 정보·안내 체계, 운영·관리 구조를 함께 분석한다. 교류는 이동과 쉼을 지탱하는 배경이자 패러다임의 근거로 다룬다. 본 연구는 문제 정의에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제안은 기본방향과 구조·제도 개선 골격까지 다룬다.

시간적 범위 및 방법

현장조사는 2026년 6월 21일부터 7월 14일까지의 기록을 기준으로 하고, 상위계획은 2026년 7월 현재 확인 가능한 최신 계획을 검토한다. 조사 자료는 추체험 7건, 이용자·상인 인터뷰 18건, 정점관찰·현장기록 42건 등 총 67건이다. 이를 이동·쉼·교류·정보·운영의 관점에서 다시 분류해 분석했다. 또한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통계, 전통시장 관련 법령, 서울시·동대문구 상위계획 문서를 함께 다룬다.

CHAPTER 2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왜 커뮤니티인가

1장에서 제안한 관점, 즉 시장을 생활·돌봄 인프라로 보는 시각은 세 갈래 이론 위에 서 있다. 장소가 관계를 만든다는 사회적 인프라론, 관계 자체가 인프라로 움직인다는 사람-인프라론, 느슨한 관계의 가치를 설명하는 약한 유대감 이론이다. 본 장은 이 이론들과 국내 선행연구, 국내외 사례를 검토해 패러다임의 근거를 세운다.

2.1 사회적 인프라: 장소가 관계를 만든다

Klinenberg(2018)는 도서관, 공원, 시장, 이발소 같은 장소를 '사회적 인프라'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마주치고, 머물고, 관계를 맺게 하는 물리적 조건이다. 사회적 인프라가 튼튼한 지역일수록 위기 때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는 힘이 크다. 그의 시카고 폭염 연구가 이를 보여준다. 인구 구성이 비슷한 두 지역의 사망률 차이는 상점과 보행 활동이 살아 있는 거리, 즉 노인들이 매일 나와서 마주칠 이유가 있는 공간의 유무에서 갈렸다.

이 관점에서 경동시장은 전형적인 사회적 인프라다. 시장은 고령자가 매일 집 밖을 나올 이유를 만들고, 반복되는 마주침으로 안부 확인의 관계망을 유지시킨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프라의 성능이 시설의 존재가 아니라 접근과 체류의 가능성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시설이 있어도 가지 못하거나 머물지 못하면 사회적 인프라는 작동하지 않는다. 본 연구가 이동과 쉼을 핵심 문제로 잡는 이론적 근거가 이에 해당한다.

2.2 사람이 인프라다: 관계로 움직이는 도시

Simone(2004)은 요하네스버그 연구에서 '사람이 인프라'라는 개념을 내놓는다. 공식 인프라가 못 미치는 곳에서 주민들의 관계망, 정보 교환, 상호 부조가 도로나 상하수도 못지않게 도시의 일상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인프라를 콘크리트가 아니라 실천과 관계의 차원에서 다시 정의하게 하는 개념이다.

경동시장에서 이 개념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인이 고령 이용자를 위해 의자를 내어주고,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관계망 - 이것은 시장의 시설 목록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령자의 시장 이용을 활성화하는 인프라다. 길을 알려주는 상인은 안내 지도 역할을 대신한다. 문제는 이 인프라가 개인의 선의에 기대고 있어 눈에 띄지 않고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2.3 약한 유대와 느슨한 돌봄

Granovetter(1977)의 '약한 유대' 이론은 가족 같은 강한 유대보다 지인·단골 같은 느슨한 관계가 정보와 기회의 흐름에서 오히려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령자에게 약한 유대의 가치는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강한 유대가 줄어드는 노년기에, 시장 상인·목욕탕 이웃·단골 손님 같은 약한 유대는 일상의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자 고립을 막는 안전망이 된다.

경동시장에서 관찰되는 이 관계를 느슨한 돌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느슨한 돌봄은 요양 및 복지 서비스 같은 공식 돌봄이 요구하는 조건, 계약이 필요하지 않다. 가족 내 돌봄이 요구하는 강한 유대도 필요하지 않다. 현대의 자본주의 시대에 시장은 소비적 공간으로 정의되고 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재편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시장은 이미 느슨한 돌봄을 통해 자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2.4 고령자와 전통시장: 국내 선행연구
전통시장의 커뮤니티 거점 기능

정광수 외(2016)에 따르면, 고령자가 지역사회의 구성원이자 활동 주체로 참여하려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커뮤니티를 만들 거점공간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 공간이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대중교통으로 오기 쉬운 자리에 있고, 쓸 만한 시설과 공간이 충분하며, 무엇보다 고령자가 오래 다녀서 익숙하다. 한상욱 외(2009)는 전통시장이 상업의 거점이자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라는 점에 주목해, 빈 점포를 활용한 다양한 커뮤니티시설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차예지(2024)는 전통시장이 상거래에 정보 교환, 오락, 행사 같은 문화 활동이 결합된 장소이며, 가로와 오픈스페이스를 통해 상업시설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형성됨을 확인한다.

고령자의 행동 특성: 이동과 쉼은 하나의 과정이다

선행연구가 확인한 고령자의 행동 특성은 본 연구의 문제 설정에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고령자의 이동 범위는 일반인보다 훨씬 짧다. 보행능력이 떨어져 이동 중간에 머무름을 계속 반복한다. 일정 거리 이상 이동하려면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하고, 정해진 휴식공간이 아니어도 앉거나 멈춰 서는 행동이 나타난다(정광수 외, 2016). 고령자에게 이동과 쉼은 따로 떨어진 두 개의 필요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과정이다. 쉼 없이는 이동할 수 없고, 이동하지 못하면 쉴 곳에도 갈 수 없다. 본 연구가 이동과 쉼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핵심 문제로 세운 이유다.

나아가 이런 비정형 휴식공간은 쉼을 넘어 고령자들 사이 소통과 교류의 자리가 된다. 쉬는 자리가 곧 교류의 자리라는 이 발견은, 이동·쉼의 개선이 커뮤니티 기능의 개선과 떼어질 수 없음을 말해준다.

정광수 외(2016)의 심층 인터뷰(예산군 60세 이상 고령자 100명 대상)에서 고령자들은 시장에 특정 물건을 사러 가기보다 구경하다가 필요한 것을 사는 경우가 많고, 시장 근처의 병·의원, 약국을 가장 많이 찾으며, 점포 앞 문턱 제거와 시장 내 쉼터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전문가들은 정류장에서 시장까지의 운송수단, 빈 점포를 활용한 물품 보관소, 화장실 비상벨, 단차 제거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령자의 교통 취약성과 전통시장

고령자가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것은 노화에 따른 감각·인지 기능의 복합적 저하 때문이다. 시각 측면에서는 정지시력보다 동체시력, 즉 움직이는 대상을 포착하는 능력이 먼저 그리고 더 크게 떨어지고, 시야 범위 자체가 좁아져 주변 상황 변화를 놓치기 쉬워진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이동할 때 시력이 회복되는 속도(암순응)도 느려지고, 맞은편에서 오는 강한 빛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는 현혹 현상에도 더 취약하다. 단순 반응에서는 젊은 층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지만, 여러 자극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서는 정보를 포착해 판단하고 행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즉 선택반응시간이 뚜렷하게 길어진다. 여기에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주의력 배분 능력까지 함께 저하되면서, 붐비는 시장 통로처럼 예측 불가능한 자극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은 고령자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된다.

2024년 보행사고 사망자의 67%가 고령자였고, 고령보행자 사고는 전통시장 같은 생활권 시설 주변에 몰려 있다. 전통시장 상권은 유동인구 밀집지역의 76.3%,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79.7%와 겹치는 대표적 취약공간이다(2026). 해당 연구는 시설을 늘리는 일률적 접근 대신, 공간 이용 행태를 고려한 운영 중심 관리 전략(전통시장 안심구역)을 제안한다. 영등포 전통시장 연구(2024)는 기존 환경개선사업이 판매시설에 치우쳐 이용자의 이용환경 개선이 부족했음을 지적하고, 이용자 설문에서 안전성이 최우선이고 접근성·편리성·쾌적성이 뒤따른다는 우선순위를 제시한다.

고령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 논의의 출발점은 고령 인구를 하나의 균일한 집단으로 다루지 않는 데 있다. 고령 세대의 특성은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져 왔고, 최근에는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건강수명 연장과 세대 내 경제·사회적 역량 격차 확대가 겹치면서 고령층 내부의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1964~74년생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에 새로 편입되면 국내 인구의 약 3분의 1이 고령자가 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집단을 하나의 상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실버·돌봄 산업의 성장세가 어느 때보다 가파른 것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식과 정책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노시니어존'의 등장은 이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로, 젊은 세대 역시 결국 고령 세대로 이어지는 연속선 위에 있음에도 당장의 이해관계 충돌이 세대 전체에 대한 배제로 번지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WHO는 고령친화 도시·커뮤니티를 정책, 서비스, 도시구조를 통해 고령자를 가족·지역사회·경제의 자원으로 인식하고, 전 생애에 걸쳐 활기차게 나이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도시와 커뮤니티로 정의하며, 야외공간과 건물, 교통을 핵심 영역으로 꼽는다. 이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건축·도시 공간의 주 이용자가 될 고령자를 중심으로 관련 정책과 서비스가 재편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서울시는 2011년 고령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만들고 WHO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2.5 국내외 사례: 고령친화 상업공간의 실천

생활·돌봄 인프라라는 관점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여러 도시에서 이미 실천되고 있다. 사례들의 공통점은 대규모 설비 지원 및 신축이 아니라, 접근과 체류의 장벽을 없애고 관계를 지원하는 저비용, 간편한 개입이라는 점이다.

일본: 무장애 상점가와 빈 점포 활용 거점시설

일본은 고령친화 상점가 조성에서 무장애환경을 기본으로 한다. 주차장·통로 접근 개선, 보도 표면 개선, 통로폭 확대, 단차·문턱·전신주 제거를 추진한다. 계단과 복도에는 안전손잡이와 유도블록을 충분히 설치하고, 출입구는 휠체어·카트가 드나들 수 있는 크기로 하거나 전면유리를 설치하여 밖에서도 안의 상품을 볼 수 있게 한다. 나아가 빈 점포를 활용해 고령자의 취업·소득, 건강, 복지, 학습·사회참가, 생활환경에 관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전용거점시설 사업을 통해, 고령자가 상점가에서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역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도록 돕는다(정광수, 2016에서 재인용).

일본 도쿄 스가모 지조도리(巣鴨地蔵通) 상점가(스가모 거리)는 고령자들의 쇼핑 천국이다. 자동문을 단 상점 입구, 차 없는 거리, 턱 없는 도보, 도보와 상점 입구를 경사로 연결한 구조, 빨간 글씨로 큼지막하게 붙은 가격표,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휠체어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가게 안 통로 등과 같은 '어르신 친화적' 환경이 어르신들로 하여금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끌며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 스가모 거리 - 보행기를 끌고 쇼핑하는 고령자
일본 상점가 -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인 상점 입구
일본 게이오백화점 어르신 신발 판매 매장
그림 1 고령친화 상업공간 사례 - 일본 무장애 상점가·빈 점포 활용 거점시설 이현주, 2023. 3. 23. 한국일보, 명품매장 대신 어르신 신발 판매, 일본 게이오백화점 1층은 한국과 달랐다
영국: Take a Seat

영국 노팅엄의 'Take a Seat' 사업은 지역 상점과 커뮤니티 공간이 외출한 고령자에게 앉을 자리를 내어주도록 장려한다. 접근성, 사회적 연결, 건강에 이르는 문제를 '의자 하나'에서부터 풀어 보려는 시도이다. 핵심은 설계 방식이다. 상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돈이 적게 들고, 실행하기 쉽게 만들었다. 외출한 노인이 앉아서 숨을 돌릴 수 있고, 고립감이나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고령자에게 외출을 장려하려는 의도도 있다. 상인 입장에서도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상점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경동시장에서 이미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의자 내어주기, 공간 내어주기' 등을 전체 시장 차원에서 공식화하고 확장하기 위한 모델로서 'Take a Seat' 사업을 참조할 수 있다.

영국 Take a Seat - 상점에 놓인 의자, 'should they need to catch their breath for a couple of minutes'
그림 2 고령친화 상업공간 사례 - 영국 Take a Seat 이희원, 2023. 2. 3. 브라보마이라이프, "치매노인과 공생" 고령 친화사회 꿈꾸는 영국

우리나라도 상점가에 고령자 친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있다.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약 100미터 구간의 '락희거리'가 그 예이다. 상점가에 '어르신 서비스마크'를 부착하여 생수, 어르신 우선화장실, 자동심장 충격기 등 고령친화 서비스 제공을 알리고 있다.

한국 락희거리 - 어르신 서비스마크, 자동심장충격기, 어르신 우선화장실 표식
그림 3 고령친화 상업공간 사례 - 한국 락희거리 서울주택도시공사 공식블로그 2019. 10. 10.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 친화적 상점 및 거리! 락희거리를 아시나요?
2.6 소결

앞선 검토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시장을 생활·돌봄 인프라로 바라보는 관점은 본 연구팀만의 해석이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론과 국내 실증연구에서도 뒷받침되는 시각이다. 또한 고령자에게 이동과 쉼은 분리된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과정이며, 사회적 인프라 기능은 얼마나 쉽게 접근하고 머물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공간을 활용한 작은 개선과 운영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고령자의 접근성과 이용 경험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제도와 계획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관련 제도와 정책을 검토하며 살펴보고자 한다.

CHAPTER 3

제도 및 계획 검토

3.1 검토 목적 및 대상

본 장의 검토는 흔한 상위계획 검토와 목적이 다르다. 보통은 '무엇이 없는가'를 찾아 새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본 연구는 반대로 '무엇이 이미 있는가'를 확인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고령 이용자를 위한 쉼과 체류 공간을 시장 안에 만들 법적 근거, 비용 지원 근거, 계획상의 언급은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구현되지 않거나 이용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이다. 본 연구가 밝혀야 할 것은 그 간극의 구조이다.

검토 대상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① 전통시장 관련 법·제도(전통시장법, 동시행령 및 동시행규칙, 서울시 조례)

② 상위계획(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2030 서울생활권계획, 청량리 재정비촉진계획, 서울시 전통시장 관련 사업, 동대문구 청량마켓몰)

③ 추진체계(거버넌스)

3.2 법·제도: 전통시장법과 빈 점포 활용
전통시장법의 기본 구조와 경동시장의 지위

전통시장에 관한 사항은 주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약칭 전통시장법)이 규정한다. 이 법의 목적은 시설·경영 현대화와 시장 정비를 통한 지역상권 활성화와 유통산업의 균형 성장이다(제1조). 따라서 위 법에서는 시장 활성화, 경영 현대화, 정비사업, 상인조직 등을 규정하고 있고, 주차 환경 개선, 경영 현대화 촉진사업 등 구체적인 사업 운영 지침은 중소벤처기업부 고시로 마련되어 있다. 경동시장을 비롯해 서울약령시장, 경동광성상가, 청량리종합도매시장,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청량리종합시장, 청량리수산시장, 청량리전통시장, 청량리청과물시장 등 청량리 일대 9개 시장은 모두 전통시장법상 전통시장에 해당하며 위 법에 따른 계획과 지원의 대상에 포함된다.

눈여겨볼 점은 법의 목적 조항 자체가 상권 활성화 패러다임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원 단위는 늘 상인과 시설이고, 이용자는 유치 대상으로만 나온다. 그러나 그 안에도 주 이용자를 위한 공간의 근거가 이미 들어 있다.

빈 점포 활용: 이미 있는 법적 근거

전통시장법 제17조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장의 빈 점포를 고객안내시설, 편의시설 또는 공동작업을 위한 장소로(제2호), 고객 및 상인을 위한 수유ㆍ탁아 시설의 설치 장소로(제2의2),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및 저소득층 등 고객을 위한 문화ㆍ교육 프로그램 운영 장소(제2의3)로, 그 밖에 시장등의 활성화를 위하여 중소벤처기업부령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용도를 위한 장소로(제7호)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위와 같은 용도로 빈 점포를 활용할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설의 수리 및 임차 등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의3에서 정한 장소를 이용하는 노인 등에 대해서는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시행규칙 제6조의4에서는 상위법에서 정한 빈집 용도를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에 관한 조례」 제7조에서도 상인이나 고객을 위해 빈집을 활용할 경우 수리·임차 비용을 지원·보조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의 고객이 장을 보며 천천히 걷다가, 쉬거나 짐을 정리하러 잠시 멈출 수 있는 공간을 빈 점포로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비용 지원 근거는 이미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3.3 상위계획: 도시기본계획에서 청량마켓몰까지
광역 차원: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서울시 도시계획의 최상위 법정계획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경동시장이 속한 청량리·왕십리 광역중심을 동북권 최대의 교통·경제 중심지이자 혁신산업·문화 중심지로 키우는 방향을 제시한다.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 GTX·동북선과 연계한 역세권 개발과 보행체계 개선, 그리고 청량리 전통시장 재정비가 들어 있다. 계획의 무게중심은 업무·상업 기능과 혁신산업(바이오·의료·ICT) 거점에 있고, 전통시장은 중심지 활성화의 한 요소로 자리한다.

생활권 차원: 2030 서울생활권계획

2030서울생활권계획(동북권·동대문구)은 청량리시장·서울약령시장·경동시장 일대의 도시재생활성화사업과 시설·경영현대화사업을 제시한다. 특히 동대문구 계획에는 다음 항목이 있다. 주차장, 안내판, 쉼터, 화장실 등 시설현대화사업의 지속 추진. 시장 내 주민편의시설을 들여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 그리고 시장 내 공실을 활용한 경로당, 주민커뮤니티공간, 교육공간, 청년창업공간 조성. 쉼터와 경로당이라는 구체적 단어로 주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 계획 문서에 이미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듯 현장에서 그 흔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지구 차원: 청량리 재정비촉진계획

경동시장 일대는 청량리 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의 적용을 받는다. 계획은 도로·보행환경 개선, 정비기반시설 확충, 공개공지 확보로 시장과 주변 시가지의 연결성과 보행 접근성을 높이고,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와 연계해 지상·지하 보행체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사업 차원: 서울시 전통시장 관련 사업

서울시의 전통시장 정책 가운데 본 연구와 관련성이 높은 사업은 크게 공간혁신, 공간디자인, 정보체계 구축의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공간혁신에 해당하는 전통시장 도시공간 연계 혁신사업. 전통시장을 개별 상권이 아니라 주변 도시공간과 연계된 종합공간으로 재편하는 상위 정책 방향이다. 대형 쇼핑몰 확산에 맞서 전통시장 고유의 소매·유통 기능을 지키면서, 커뮤니티와 문화공간을 갖춘 체류형 공간으로 바꾸려 한다. 남대문시장이 선도사업이고, 동대문시장, 마장축산물시장, 청량리 일대로 확대될 예정이다.

둘째, 공간디자인에 해당하는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조성사업(신중앙시장 사례). 전통시장을 주변 도시공간과 연계된 종합공간으로 재편한다는 서울시의 공간혁신 방향을 개별 시장에 적용하는 사업이다. 시장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반영한 공간 재편을 통해 보행환경과 체류공간을 개선하고, 이용자 경험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장 고유의 골목 구조를 살린 공간 재편, 노후 아케이드 개선과 채광 확보, 출입부를 잇는 열린지붕, 방문객과 상인이 함께 머무는 계단형 휴게·체류공간이 내용이다. 사업 목표로 보행환경 개선, 체류시간 증가, 이용자 경험 향상을 명시한다. 청량리종합시장 디자인혁신 사업은 2026년 서울시 투자심사를 통과해 총 224억 원 전액 시비로 확정되었고, 지금 디자인 공모와 기본설계를 앞두고 있다.

셋째, 정보체계 구축에 해당하는 전통시장 입체주소 지능화 시범사업. 청량리 일대 9개 시장을 대상으로 점포·통로·시설물 단위의 3차원 입체지도와 입체주소 체계를 만들고, 네이버·카카오 지도와 연계한 점포 단위 길안내, 출입구 QR 안내판을 추진한다. 본 연구가 확인한 엘리베이터 안내 부족, 복잡한 동선, 정보 부재 문제와 바로 이어지는 정책이다. 다만 QR과 모바일 지도라는 수단이 고령 이용자의 정보 접근 방식에 맞는지는 따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

자치구 차원: 청량마켓몰

동대문구는 청량리시장 일대를 '마켓몰청량'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묶어 글로벌 전통시장으로 키우는 구상을 추진한다. '쾌적·안전·연결'을 전략으로 9개 시장을 '9bow Market'으로 통합하고, 문화광장, 스카이워크, 미디어아트 보행로를 만들며, 경동시장에는 스마트배송체계와 AI 안내로봇을 들인다. 서울약령시장·서울한방진흥센터와 연계한 K-웰니스 관광거점, 청량리역-마켓몰청량-대학가를 잇는 순환형 공간구조도 담겨 있다. 청량마켓몰은 관광 활성화와 상권 경쟁력 확보라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에서 시장 간 연결성과 체류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계획 간 관계의 정리

종합하면, 경동시장을 둘러싼 상위계획은 광역계획, 생활권계획, 지구 단위 계획을 거쳐 서울시와 자치구의 개별 사업으로 구체화되는 위계적 구조를 갖는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정책 방향이 시장 공간에서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 계획 간 연계성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표 3  경동시장 관련 상위계획 분류
사업·계획핵심 키워드본 연구와의 연결
전통시장 도시공간 연계 혁신사업공간혁신전통시장을 상업시설이 아닌 도시공간의 일부로 재편하는 최상위 방향. 커뮤니티·체류 단어 첫 등장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조성사업공간디자인위 방향의 물리적 실행. 보행환경·휴게공간·체류공간의 구체적 설계. 청량리종합시장 224억 사업이 여기에 해당
입체주소 지능화 사업정보·안내체계 구축길찾기·점포 위치 안내·접근성 개선. 본 연구의 정보 부재 문제와 직결. 다만 QR·모바일이 고령자에게 맞는지 검토 필요
청량마켓몰시장권 통합동대문구 차원의 비전. 9개 시장 통합, 보행 네트워크, 관광 연계. 체류형 전환을 명시하나 체류 주체는 관광객·젊은 층
3.4 추진체계: 누가 결정하고 누가 배제되는가

공식 문헌만으로는 시장의 실제 의사결정 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본 연구에서는 청량리 전통시장연합회 관계자와의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추진체계와 협의 과정, 예산 운영 방식, 사업 추진 현황을 확인하였다.

경동시장 관련 사업의 추진체계는 정책 결정자(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동대문구), 사업 수행자(상인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민간 운영주체), 이해관계자(상인, 이용자, 관광객, 지역주민)로 이루어진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시장 정책을 총괄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사업을 집행한다. 서울시는 민생노동국 상권활성화과(도시공간 연계 혁신사업, 디자인혁신 조성사업)와 디지털도시국(입체주소 사업)이 맡는다. 동대문구는 청량마켓몰과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시장은 청량리 전통시장연합회와 시장별 상인회로 구성된다.

청량리 전통시장연합회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구청과의 실질적인 협의와 결정은 구청 경제진흥과 담당자와 연합회장, 각 시장 회장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각 시장마다 상인회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상인들의 민원은 이 경로를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전달되고 처리되는 편이다. 다만 이 협의 구조는 어디까지나 '상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채널이며, 시장을 실제로 이용하는 고령층 등 이용자의 의견이 이 자리에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별도의 통로는 인터뷰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즉 이해관계자 목록에는 이용자가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이들의 의견이 상인회를 거치지 않고 전달될 창구는 뚜렷하지 않다. 공청회나 라운드테이블 같은 별도의 의견 수렴 방식이 있는지는 여전히 확인하지 못한 조사 과제로 남아 있다.

예산 배정 방식 역시 이런 구조와 맞물려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예산 지원 사업 신청 시 정량평가제가 적용되며, 시장 규모에 따라 매번 예산을 지원받는 시장과 그렇지 못한 시장이 사실상 고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사업보다 시장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 계획에 따라 예산이 편성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는 방문객 수나 매출, 시설 완공 여부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 지표가 우선시되는 예산 평가 방식 아래에서, 고령층의 보행 안전이나 체류 편의처럼 계량화하기 어려운 항목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과도 이어진다.

연합회 관계자는 사업 대부분이 경영현대화, 시설현대화, 고객 대상 페이백 행사 등으로 이루어지며, 청년층과 노년층을 구분해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가 WHO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가입 도시임에도, 전통시장 정책 문서는 물론 실제 사업 추진 단계에서도 고령친화 관점이 별도로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관계자는 시장에 가장 시급한 것은 접근이 쉬운 1층 고객쉼터와 주차공간이라고 짚었는데, 이는 고령 이용자에게 특히 중요한 사안이면서도 별도의 사업 항목으로 편성되어 있지는 않다.

3.5 소결

법과 계획을 검토한 결과, 제도적 기반은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시장법 제17조는 노인을 위한 빈 점포 활용과 비용 지원의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30 생활권계획」은 시장 내 공실을 활용한 경로당과 커뮤니티 공간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의 관련 사업에서도 체류형 공간, 휴게공간, 이용자 경험과 같은 개념이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예산도 224억 원 규모로 확보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와 사업의 방향이 실제 이용자인 고령자 중심의 공간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디자인혁신 사업은 젊은 층과 관광객 유입 확대를 주요 기대효과로 제시하고 있으며, 청량마켓몰은 글로벌 전통시장과 관광명소화를 목표로 한다. 도시공간 연계 혁신사업 역시 방문객 유입과 상권 활성화를 핵심 성과지표로 설정하고 있다. 즉, 계획은 보행환경과 체류공간 개선을 공통적으로 지향하지만, 그 성과는 주로 시장 활성화와 관광 경쟁력의 관점에서 평가되고 있다. 반면 고령자와 보행약자를 중심에 둔 공간계획이나 체류환경 개선은 사업의 목표나 성과지표에서 명시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시장을 가장 오래, 가장 자주 이용하는 고령 이용자는 사업의 수혜 대상으로는 포함될 수 있지만, 계획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용자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계획 문서만의 특징이 아니라 현장의 실제 사업 운영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청량리 전통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시장 활성화 사업이 대부분 경영현대화, 시설현대화, 고객 대상 페이백 행사 등으로 이루어지며, 청년층과 노년층을 구분해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계획 문서상으로는 청년층과 관광객을 향한 지향이 뚜렷한 반면, 실제 사업 집행 단계에서는 애초에 연령별 구분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고령자를 위한 고려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별도의 항목으로 자리잡지 못한다.

계획 문서에서 제시하는 쉼터와 커뮤니티 공간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다음 장의 현장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CHAPTER 4

현장 분석: 이동과 쉼의 단절

4.1 분석 개요

현장 분석은 2026년 6월 21일부터 7월 14일까지 수행한 연구기록 67건(추체험 7건, 이용자·상인 ·관계자 인터뷰 18건, 정점관찰·현장기록 42건)과 공공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여 이루어졌다. 분석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경동시장의 주 이용자가 누구인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 이들이 시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그것이 이용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먼저 세 가지 공공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자료는 경동시장 일대의 고령 이용자 유입 규모와 비중을 다른 전통시장권과 비교하기 위해,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의 성별·연령대별 유동인구 자료는 실제 이용자 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노인 보행자 사고 자료는 이동 환경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경동시장의 주 이용자가 고령자임을 검증하고, 이들이 처한 이용 환경을 정량적으로 확인하였다.

현장 연구기록은 먼저 67건 전체를 통독하여 이용자 구성과 이용 행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파악하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확인된 문제는 이동과 쉼의 단절이었다. 이에 따라 보행·이동과 쉼·체류에 직접 관련된 관찰자료를 선별해 의미단위 기반의 코딩을 실시하였다. 관찰기록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보지 않고 기록 속 독립된 행위와 상황, 환경 특성을 의미단위로 구분했으며, 하나의 장면에서 여러 문제가 확인될 경우에는 복수의 코드를 부여하였다.

이후 분석은 코딩을 통해 확인된 반복 유형을 기준으로, 대표 사례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관찰 결과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용자의 경험과 시장 이용의 의미를 해석하는 자료로 활용하였다(인터뷰 참여자 정보 및 현장 관찰·섀도잉 대상 정보는 부록 참조). 마지막으로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공간적으로 종합하여 주요 문제의 분포와 상호관계를 심상지도로 시각화하였다.

본 장에서는 먼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동시장의 주 이용자를 확인하고, 이동의 단절과 쉼의 단절을 차례로 분석한다. 이어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고령자가 불편을 경험함에도 시장을 계속 찾는 이유를 살펴보고, 주요 현상과 문제 지점을 심상지도로 정리하고, 3장에서 살펴본 추진체계 및 이해관계자 인터뷰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4.2 주 이용자 분석: 고령 이용자의 확인
지하철 유·무임 하차 데이터 : 고령 이용자 파악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2026년 6월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자료를 활용하여 경동시장 인근 역의 고령 이용자 유입 특성을 확인하였다. 무임승하차인원은 경로 이용자,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포함하는 값으로, 본 연구에서는 고령 이용자 유입 규모를 파악하는 간접 지표로 활용한다. 특히 시장권으로 들어오는 이용자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경동시장 인근 역의 무임하차인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인원 상위 10개 역을 보면 경동시장 인근 청량리역이 473,033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경동시장 일대에 무임 이용자의 절대적 유입 규모가 큰 지역임을 보여준다.

서울 주요 전통시장 주변역과 비교해도 경동시장 일대의 특징은 두드러진다. 경동시장 주변역인 청량리역, 제기동역 모두 높은 수준의 무임 이용자 유입이 확인되었다. 이는 경동시장 일대가 청량리역과 제기동역이라는 두 접근 지점을 중심으로 고령 이용자의 유입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 시장권임을 보여준다.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인원 TOP 10 및 서울 주요 전통시장 주변역 무임하차인원 비교 막대그래프
그림 4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인원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데이터(2026년 6월)

다만 무임하차인원은 역의 전체 이용 규모가 함께 반영된 값이므로, 해당 역 이용자 중 무임 이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전체 하차인원 대비 무임하차인원의 비율인 무임하차율을 산출하였다. 무임하차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무임하차율 = 무임하차인원 / 전체 하차인원 × 100 (전체 하차인원 = 유임하차인원 + 무임하차인원)

분석 결과, 경동시장 인근 제기동역의 무임하차율은 56.31%로 서울시 지하철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제기동역에서 내리는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무임 이용객이라는 의미이다. 청량리역이 무임하차인원의 절대 규모에서 두드러진다면, 제기동역은 전체 이용자 중 무임 이용자의 상대적 비중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제기동역은 청량리역처럼 대규모 환승 기능을 가진 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무임하차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는 역 자체의 규모보다는 경동시장 일대의 고령 이용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른 전통시장 주변역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광장시장 인근 종로5가역은 34.60%, 영천시장 인근 독립문역은 31.26%, 남대문시장 인근 회현역은 26.00%다. 이처럼 대부분의 전통시장 주변역이 20~35% 수준이다. 반면 제기동역은 50%를 초과하고, 청량리역 역시 36.82%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경동시장 일대가 서울의 다른 전통시장권보다 고령·무임 이용자 비중이 눈에 띄게 높은 지역임을 보여준다.

해당 자료는 경동시장 일대가 무임 이용자의 절대적 유입 규모와 상대적 비중이 모두 높은 지역임을 보인다. 이는 경동시장은 서울에서 고령자 이용 비중이 높은 전통시장으로 해석해볼 수 있으며, 이 대표성은 경동시장이 고령자 중심 재편의 시범 무대(이동 편의와 보행환경 개선 등)가 되어야 할 이유이자, 연구 결과를 초고령사회의 전통시장 전반으로 넓힐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표 4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율 - 시장별 비교
순위시장무임하차율
1경동시장제기동56.31%
2경동시장청량리36.82%
3광장시장종로5가34.60%
4영천시장독립문31.26%
5마장축산물시장마장26.44%
6남대문시장회현26.00%
7수유시장수유20.87%
8망원시장망원18.76%
9서울중앙시장신당18.60%
10공덕시장공덕13.83%
11통인시장경복궁11.55%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데이터(2026년 6월) 가공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율 그래프
그림 5 서울시 지하철역 무임하차율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데이터(2026년 6월) 가공
연령대별 유동인구·방문 비율

지하철 유·무임 하차 데이터가 경동시장으로 유입되는 고령 이용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상권 유동인구 자료는 실제 경동시장 일대의 이용자 구성을 보여준다. 상권분석 자료에 따르면, 경동시장 일대의 유동인구는 일평균 43,832명, 유동인구 밀도는 107,336명/ha로 나타났다. 최근 분기별 추이를 보면 전년 동분기 대비 유동인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동시장 일대의 유동인구 밀도는 여전히 서울시 및 자치구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성별·연령별 유동인구 비율을 보면, 여성 60대 이상이 18.3%로 가장 높고, 남성 60대 이상도 15.7%로 높게 나타났다. 즉 60대 이상 남녀를 합치면 전체 유동인구의 34.0%를 차지한다. 이는 경동시장 일대 유동의 핵심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동시장이 단순히 젊은 방문객이나 관광객 중심으로 설명될 수 없는 상권임을 보여준다. 경동시장의 일상적 활력은 중장년·고령층의 반복적 방문, 장보기, 병원·약국·목욕탕 이용, 구경과 체류가 결합되며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경동시장 재편 논의는 외부 방문객 유입이나 상권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미 시장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고령 이용자의 이동과 체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동시장 일대 성별·연령별 유동인구 그래프
그림 6 경동시장 일대 성별·연령별 유동인구 서울시상권분석 서비스, 경동시장 일대 (2025년~2026년)
경동시장 내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경동시장 일대는 고령 이용자 비중이 높은 시장임과 동시에, 노인보행자 교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이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20건 이상의 노인보행자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는 일시적 사고가 아니라 반복적인 이동 위험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고는 경동시장 내부와 주변부의 이동환경과 관련된다. 시장 일대에서는 차량, 오토바이, 손수레, 좌판, 보행자가 한 공간에 뒤섞이는 보차혼용 상황이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환경은 일반 보행자에게도 불편하지만, 보행 속도가 느리고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고령자에게는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한다.

피해 정도별로 보아도 경상자와 중상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령 보행자의 피해가 단순한 불편이나 가벼운 접촉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신체적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교통사고 자료는 경동시장의 주 이용자가 고령자라는 사실을 넘어, 이들이 시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안전하게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동시장 재편에서는 고령 이용자의 이동 안전과 보행환경 개선이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경동시장 일대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현황 그래프
그림 7 경동시장 일대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현황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2018년~2025년)
4.3 이동의 단절: 안전한 보행과 접근의 어려움
이동의 단절이 나타나는 양상

경동시장은 많은 고령자가 장보기와 일상적인 외출을 위해 반복적으로 찾는 장소이지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안전하고 연속적인 이동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었다. 시장 내부의 좁고 점유된 보행공간, 차량과 이륜차가 뒤섞이는 동선, 계단과 복잡한 내부구조, 부족한 안내체계는 고령자의 이동을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개별 불편이 아니라, 고령자가 시장의 공간과 시설에 원활하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이동의 단절' 문제로 보고 그 양상을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현장조사에서 수집된 관찰자료 가운데 보행과 이동에 직접 관련된 기록을 선별하여 코딩하였다. 코딩은 이동의 단절이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고, 유사한 문제가 관찰자료에서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유형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활용하였다. 관찰기록 한 건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보지 않고, 메모 안에서 독립된 행위·상황·환경 특성을 의미단위로 구분하였으며, 하나의 장면에 여러 문제가 함께 나타난 경우에는 복수의 코드를 부여하였다.

표 5  경동시장 현장조사 - '이동의 단절' 결과 분류
상위 유형주요 코드코드 출현빈도
정지공간 부족이동 중 정지공간 부족 (A1)23회
보행공간 협소 (A2)6회
보행 안전 위험보행동선 단절 (A3)6회
차량·보행 혼재 (A4)6회
이륜차 및 운반수단 통행 (A5)3회
안내체계 부족위험한 교차공간 (A6)7회
안내체계 및 접근성 부족 (A7)8회
목적지 탐색 행동 (A8)6회
합계65회

보행 관련 코드 65회 중 각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

  • 정지공간 부족: 35회, 전체 코드의 53.8%
  • 보행 안전 위험: 16회, 24.6%
  • 안내체 부족: 14회, 21.5%

그 결과 이동의 단절은 '보행 동선 방해', '보행 안전 위험', '길찾기 정보 부족'의 세 가지 상위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이 분류는 이동 문제의 전체적인 양상을 먼저 구조화하기 위한 것이며, 각 유형에서 실제로 어떠한 불편과 대응이 나타났는지는 이후 인터뷰 내용과 구체적인 관찰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① 정지공간 부족

정지공간 부족은 단순히 앉을 곳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본 연구에서 정지공간은 이용자가 이동 과정에서 짐을 정리하거나, 일행을 기다리거나, 보행 피로를 완화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행위를 수용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장시간 머무르기 위한 벤치나 휴게시설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잠깐 멈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부족에 주목하였다.

경동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지공간의 부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시장을 오래 이용하는 고령자는 무거운 짐이나 보행 피로로 인해 중간중간 멈추어야 하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장소는 충분하지 않았다. 실제로 관찰과 섀도잉을 통해 살펴본 고령자의 이동은 빠르게 목적지까지 향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구르마를 끌고 이동하던 이용자는 좌판 앞에 멈춰 물건을 살펴보고, 공연을 잠시 구경한 뒤 다시 이동하였다. 장보기는 걷기와 멈춤, 구경, 방향 확인, 짐 정리가 반복되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장 내부에는 이러한 짧은 멈춤을 받아줄 공간이 부족했다. 우아농산 앞 주차장 근처, 야채골목 입구, 청년몰 입구 계단, 야채골목·도라지골목 교차 구간 등에서는 장을 본 뒤 짐을 정리할 공간이 없어 길가나 도로 중앙, 계단 앞에 멈춰 서거나 쭈그리고 앉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는 고령자의 '멈춤'이 우연한 행동이 아니라, 시장 이용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필요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현장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한 이용자는 "나이가 드니까 걷는 게 힘들어. 경동시장에 딱히 쉴 곳은 없어"라고 말했고, 다른 이용자는 "허리 수술을 해서 많이 돌아다닐 수가 없어"라고 답했다. 이는 고령 이용자에게 시장 이동이 단순한 보행이 아니라, 중간중간 몸을 쉬고 다음 이동을 준비해야 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지공간은 고령자의 이동을 보조하는 부수적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장 이용을 지속하게 하는 기본 조건이다. 정지공간이 부족할 때 고령자의 자연스러운 멈춤은 주변 통행과 충돌할 수 있는 불안정한 행위가 되고, 시장 이용은 피로와 긴장의 연속으로 바뀐다. 결국 정지공간은 이용자의 이동을 연속적으로 지원하는 보행환경의 중요한 요소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동시장 정지공간 부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정지공간 부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정지공간 부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정지공간 부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정지공간 부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정지공간 부족 현장 사진
사진 1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촬영) - '이동의 단절' 중 '정지공간 부족'
② 보행 안전 위험

시장 내부에서는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좌판과 적치물, 오토바이, 손수레 등이 보행 공간을 함께 점유하면서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주변을 살피며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경동시장 일대의 주요 이동로는 보행만을 위한 길이라기보다 물류, 주차, 판매, 통행이 동시에 일어나는 혼합 공간에 가까웠다. 이러한 환경은 일반 보행자에게도 불편하지만, 보행 속도가 느리고 회피 동작이 제한되는 고령자에게는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위험은 보행공간과 차량 동선이 맞물리는 구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농수산물시장 중앙 도로에는 공영주차장이 위치해 보행공간과 차량 이동 공간이 겹쳐 있었고, 차량 흐름을 유도하는 교통 통제 인력이 배치되어 있었음에도 보행자와 차량이 가까이 뒤섞이는 상황이 나타났다. 청과물시장 1·2출입구 일대에서도 주차장에 진입하거나 후진하는 차량과 보행자가 가까이 교차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는 보행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별도의 영역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시장 내부의 좁은 통로에서도 보행 안전 위험은 반복되었다. 광성상가와 수산물종합시장 앞 사거리는 고령 이용자, 구르마, 삼륜차, 배달 오토바이가 한데 뒤엉키는 구간이었고, 약초골목과 경동광성상가 내부 통로에서는 좌판과 점포 앞 진열물로 인해 통로가 더 좁아져 이동이 어려웠다. 일부 점포 앞에서는 물품 진열이 보행로까지 확장되어 통행 불편 민원이 발생한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즉 혼잡은 단순히 사람이 많은 상태가 아니라, 판매공간과 이동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적 문제였다.

섀도잉 조사에서는 구르마를 끌고 이동하는 고령자의 동선을 따라가며, 좁은 골목에서 오토바이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거나, 구르마를 끄는 이용자와 다른 보행자가 부딪힐 뻔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조사자 역시 인파와 구르마가 뒤섞인 통로에서 충돌 위험을 직접 체감하였다. 70대 후반 이용자는 "수레 끌기도 민망해. 부딪히고 그래서…, 시장이 복잡한 게 문제야"라고 말했는데, 이는 수레와 구르마가 이동을 돕는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혼잡한 보행환경에서는 오히려 주변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즉 보행환경이 보조도구의 사용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할 때, 고령자는 자유롭게 이동하기보다 위축된 방식으로 움직이게 된다.

보행 안전 위험은 시장 이용 가능성 자체를 제한하기도 한다. 80대 중반 이용자는 "사람 많을 때가 힘들어, 다리가 불편하면 시장이 아무리 재밌어도 못 와"라고 답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60대 후반에서 70대 고령 이용자는 많이 관찰되었지만, 보행이 크게 불편한 고령자는 상대적으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는 보행 안전 문제가 단순한 사고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을 가르는 물리적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동시장의 보행 안전 위험은 일시적인 혼잡이나 시장 특유의 활기로만 이해할 수 없다. 젊고 건강한 이용자에게는 활기찬 시장 풍경으로 보일 수 있는 환경이, 시장의 주이용자인 고령자에게는 이동 내내 주변을 살피고 충돌을 피해야 하는 긴장의 공간이 된다. 결국 보차혼용과 보행공간 점유는 고령자의 이동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더 느리게 걷는 사람과 보행약자를 시장 이용에서 조용히 배제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경동시장 보행안전 위험 현장 사진
경동시장 보행안전 위험 현장 사진
경동시장 보행안전 위험 현장 사진
사진 2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촬영) - '이동의 단절' 중 '보행안전 위험'
③ 안내체계 부족

시장은 다양한 시설과 공간이 분산되어 있음에도 이용자를 위한 안내체계는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목적지를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방향을 확인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묻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으며, 특히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은 존재하더라도 쉽게 인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공간 자체의 복잡성보다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제공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비롯된 어려움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청년몰과 엘리베이터 동선에서 확인되었다. 구르마를 끌고 청년몰 앞에서 머뭇거리던 고령자에게 상인이 엘리베이터 위치를 안내했지만, 실제로 그 길을 따라가 보아도 엘리베이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내부 동선이 복잡한 데 비해 중간 안내 표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단을 힘겹게 올라온 고령 이용자가 화장실 유도 사인을 인지하지 못해 엉뚱한 문을 열려고 하는 장면이 관찰되었다. 이는 시설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시설까지 도달하게 하는 안내와 연결이 함께 마련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안내체계 부족은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심리적 접근성과도 연결된다. 계단과 층간 이동은 고령자에게 신체적 부담이 되며, 여기에 '청년몰'이라는 이름과 분위기는 "내가 이용해도 되는 공간인가"라는 거리감을 만들 수 있다. 관광 목적으로 청년몰을 방문한 60대 이용자는 "나이 든 사람들은 청년몰이라고 하면 젊은 사람들만 먹는 곳인 줄 알아~"라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고령자는 위층의 휴게공간으로 올라가기보다 청년몰로 향하는 계단에 앉아 쉬고 있었다. 공식적인 시설이 있더라도 그것이 주 이용자의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으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안내체계 부족은 단순히 표지판의 수가 적다는 문제가 아니다. 엘리베이터, 화장실, 청년몰, 휴게공간과 같은 자원이 이미 존재하더라도 고령자의 이동 속도, 시야, 정보 습득 방식에 맞게 안내되지 않으면 그 시설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안내체계의 부족은 기존 시설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고령자가 시장 내부의 다양한 공간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동 단절로 작용하고 있었다.

경동시장 안내체계 부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안내체계 부족 현장 사진
사진 3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촬영) - '이동의 단절' 중 '안내체계 부족'
4.4 쉼의 단절: 머물 공간의 부재
쉼의 단절이 나타나는 양상

경동시장은 많은 고령자가 장보기와 일상적인 외출을 위해 반복적으로 찾는 장소이지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이동 중 잠시 쉬거나 짐을 정리하며 다음 이동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공식적인 휴게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계단, 좌판, 화단, 점포 앞 빈 공간 등 다양한 장소를 임시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체류와 교류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휴게공간 부족이 아니라, 고령자의 시장 이용을 지속시키는 쉼의 기반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쉼의 단절' 문제로 보고 그 양상을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이동의 단절 분석과 동일한 기준으로 현장조사에서 수집된 관찰자료 가운데 쉼과 체류에 직접 관련된 기록을 선별하여 분석하였다.

표 6  경동시장 현장조사 - '쉼의 단절' 결과 분류
상위 유형주요 코드코드 출현빈도
공식 쉼공간 부족휴식·정비·대기 공간의 부족 (B1)15회
휴게공간의 입지 및 접근성 부족 (B2)9회
혼잡과 좌석 부족에 따른 수용력 한계 (B3)8회
비공식 쉼의 발생계단·좌판 등 비정형 공간에서의 휴식 (B4)18회
길기·교차로에서의 짐 정비 및 일시 정지 (B5)14회
점포 앞·빈 상가 등 틈새 공간 활용 (B6)10회
체류와 관계 형성상인의 좌석 제공과 휴식 지원 (B7)7회
공동 활동과 비공식 커뮤니티 형성 (B8)16회
합계97회

쉼 관련 코드 97회 중 각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

  • 공식 쉼공간 부족: 32회, 전체 코드의 33.0%
  • 비공식 쉼의 발생: 42회, 43.3%
  • 체류와 관계 형성: 23회, 23.7%

그 결과 쉼의 단절은 '공식 쉼공간 부족', '비공식 쉼의 발생', '체류와 관계 형성'의 세 가지 상위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이 분류는 쉼 문제가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이용자들이 부족한 쉼을 어떻게 보완하며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며, 각 유형에서 실제로 어떠한 이용 행태와 공간적 특성이 나타났는지는 이후 인터뷰 내용과 구체적인 관찰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① 공식 쉼공간 부족

시장 내 쉼의 문제는 단순히 휴게시설의 수가 부족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령 이용자가 실제로 피로를 느끼고 머물러야 하는 주요 동선에 공식적인 쉼공간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경동시장은 장보기, 식사, 병원·약국 방문, 목욕탕 이용 등이 함께 이루어지는 생활공간이지만, 이러한 이용 흐름 중간에 자연스럽게 앉아 쉴 수 있는 장소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야채골목, 약초골목, 광성상가 일대 등 장보기 행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핵심 보행로에서는 고령 이용자가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공식 쉼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청년몰 입구 계단, 고려인삼도매상가 앞 계단, 시장 외곽의 화단 등 주변의 대체 공간을 활용해 휴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인근처럼 장을 본 뒤 다음 이동을 준비하는 지점에서는 쉬려는 수요가 집중되었고, 자리가 나면 곧바로 다른 이용자가 앉을 정도로 쉼의 필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쉼공간 부족이 고령자의 시장 이용 경험에서 직접적인 불편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적인 쉼공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청년몰 내부, 청년몰 도서관, 지하상가 내 소비자쉼터 등은 일정 부분 휴식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은 고령 이용자의 일상적인 장보기 동선과 떨어져 있거나, 위치가 외져 있어 쉽게 발견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지하상가 내 '경동밥상' 옆 공터에 조성된 소비자쉼터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시장을 이용하는 고령자가 자연스럽게 접근하기에는 동선상 분리되어 있었다. 또한 주말 피크 시간대에는 청년몰 내부 쉼터와 도서관이 외부 방문객들로 이미 붐벼, 체력이 소진된 고령 이용자가 충분히 이용하기 어려운 수용력의 한계도 나타났다.

따라서 공식 쉼공간 부족은 '쉴 곳이 전혀 없다'는 의미라기보다, 쉼이 필요한 위치와 실제 제공되는 공간이 어긋나 있다는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설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고령 이용자의 동선과 체력, 이용 방식에 맞게 배치되고 인식될 때 비로소 쉼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다. 현재 경동시장의 공식 쉼공간은 일부 존재하지만, 정작 가장 쉼이 필요한 혼잡한 장보기 동선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면서 고령자의 체류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경동시장 공식 쉼공간 부족 현장 사진
경동시장 공식 쉼공간 부족 현장 사진
사진 4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촬영) - '쉼의 단절' 중 '공식 쉼공간 부족'
② 비공식 쉼의 발생

공식적인 쉼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 이용자들은 시장 곳곳의 틈새를 임시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문 닫은 가게 앞 좌판, 상가 계단, 점포 앞 빈 공간, 화단, 작은 평상 등은 본래 휴게공간으로 계획된 장소가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고령 이용자의 쉼을 받아내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청년몰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쉬는 고령자, 고려인삼도매상가 앞 계단에 걸터앉은 이용자, 광성상가 인근 채소가게의 대파 진열대 옆 빈 평상에 앉아 쉬는 지팡이 사용 고령자가 관찰되었다. 경동시장 내 똘이네 농산 앞에서는 문 닫은 가게 앞 좌판에 어르신들이 앉아 휴식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장면은 고령 이용자들이 공식적으로 마련된 시설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몸의 리듬에 맞춰 쉴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찾아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상인들은 이러한 쉼의 수요를 현장에서 직접 받아들이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근처의 한 가게는 간이 의자와 파라솔을 펼쳐 보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했고, 실제로 빈자리가 생기면 곧바로 다른 고령자가 앉을 정도로 이용이 활발했다. 지하상가의 한 상인은 "가게 장사에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경동시장 내 어르신들이 쉬고 갈 공간이 별로 없어서 가게 앞에 잠깐이라도 쉬고 가시게 의자를 두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상인도 "나는 이미 엄마들 쉬시라고 내 공간을 내 드리고 있어"라고 답했다. 이는 시장 안의 쉼이 제도화된 시설보다 상인의 자발적인 배려와 우연히 비어 있는 공간에 기대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공식 쉼은 고령자의 시장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현장 자원이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방식이다. 개인 상인의 배려나 비어 있는 좌판, 계단, 평상에 의존하기 때문에 언제든 사라질 수 있고, 관리나 접근성도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비공식 쉼의 존재는 단순히 "어딘가 앉을 곳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식 공간계획이 실제 이용자의 쉼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동시장 비공식 쉼의 발생 현장 사진
경동시장 비공식 쉼의 발생 현장 사진
경동시장 비공식 쉼의 발생 현장 사진
경동시장 비공식 쉼의 발생 현장 사진
사진 5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촬영) - '쉼의 단절' 중 '비공식 쉼의 발생'
③ 체류와 관계 형성

시장에서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고 떠나는 이용뿐 아니라 잠시 머물며 대화를 나누거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났다. 고령 이용자가 잠시 머무는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졌고, 이는 시장이 소비공간을 넘어 관계가 형성되는 생활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쉼의 공간은 휴식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상인과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 사이의 느슨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장소였다.

실제로 제기동역에서 시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의 생선가게 좌판 옆에서는 한 어르신이 빈 공간에 앉아 상인과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당진상회 앞에서는 상인이 손님에게 먼저 "아우~ 오랜만이야~"라고 인사를 건넸고, 손님은 물건을 고르며 자연스럽게 근황을 나누었다. 마늘가게 앞에서는 무릎이 아프다는 단골 손님에게 상인이 간이 의자를 내어주었고, 손님은 그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이처럼 시장 안의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안부를 묻고 관계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쉼과 체류는 이용자들 사이의 비공식 커뮤니티로도 확장되었다. 초원상회 뒤쪽의 한적한 빈 상가 주변에서는 고령 이용자들이 모여 앉아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있었고, 경동광성상가 내 대한상회에서는 시장에서 산 콩을 함께 까며 상인·이웃과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장면은 경동시장이 단순한 구매 공간을 넘어, 일상적 교류와 공동 활동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이용자가 "경동시장에 올 수 있는 것은 노인분들한테 행복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시장 방문은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라 걷고, 보고, 쉬고, 사람을 만나는 생활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 형성은 대부분 공식적으로 계획된 공간이 아니라 계단, 좌판, 점포 앞, 빈 상가 주변과 같은 비공식적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경동시장 안에 이미 자발적인 교류와 돌봄의 관계가 존재하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공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쉼공간의 부족은 단순히 앉을 곳의 부족을 넘어, 시장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느슨한 돌봄을 지속시킬 기반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경동시장 체류와 관계 형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체류와 관계 형성 현장 사진
경동시장 체류와 관계 형성 현장 사진
사진 6 경동시장 현장조사(직접촬영) - '쉼의 단절' 중 '체류와 관계의 형성'
4.5 시장 이용의 지속 요인: 왜 위험하고 불편한데도 시장을 찾는가

앞선 분석에서는 경동시장 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동과 쉼의 단절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고령자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었다. 이에 본 절에서는 고령자가 경동시장을 반복적으로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RQ1). 인터뷰와 현장 관찰을 종합한 결과, 그 이유는 실용적 필요, 구경의 재미, 일상적 루틴, 관계와 교류의 네 가지 차원으로 나타났다.

표 7  경동시장 현장조사 - '시장 이용의 지속 요인' 결과 분류
실용물건이 싸고 다양하다. "전통시장은 대형몰보다 편하고 좋아"라는 말처럼 익숙하고 편하다. 근처의 병·의원, 약국, 목욕탕과 볼일이 묶인다. 선행연구도 고령자가 시장과 함께 건강 관련 시설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확인한다.
재미"목욕탕 오는 김에 시장 구경"이라는 말처럼 구경 자체가 활동이다. 고령자는 특정 물건을 사러 가기보다 구경하다가 필요한 것을 산다(정광수, 2016). 동네 벤치에서 무기력하던 이들이 시장에서는 활기찬 표정으로 돌아다닌다.
루틴"심심해서 놀러오는 거지, 하루 보내려고"라는 말처럼 시장은 하루를 보내는 일과 장소다.
관계마늘가게 상인이 무릎 아픈 단골에게 의자를 내어주고, 콩을 까며 담소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생선가게 사장과 한참 근황을 나누는 어르신이 보인다. 상인과 이용자 사이의 오랜 관계가 곳곳에서 교류와 느슨한 돌봄의 거점으로 움직인다. 사람이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네 겹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한 번의 방문 안에 겹쳐 있다. 장을 보러 나온 길이 구경이 되고, 구경이 일과가 되고, 일과 속에서 안부가 오간다. 따라서 경동시장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생활 인프라로 이해해야 한다는 본 연구의 관점은 어느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실용·재미·루틴·관계가 중첩되는 시장 이용 경험에서 도출된다.

중요한 것은 앞서 확인한 네 가지 방문 이유가 모두 원활한 이동과 적절한 쉼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시장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하며, 시장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이동 중 필요한 지점에서 잠시 쉬거나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점포 앞이나 이동 동선 주변에 잠시 멈출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실용적인 구매 역시 짐을 든 상태에서 시장 내부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때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이동과 쉼의 단절은 단순한 보행 및 휴식의 불편을 넘어, 고령자가 시장을 찾는 실용·재미·루틴·관계의 네 가지 이유를 모두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관찰된 교류는 의자, 평상, 점포 앞과 같이 이용자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비정형적인 휴식공간이 소통과 교류의 장소로 기능한다는 선행연구 역시 이러한 관찰 결과를 뒷받침한다. 이는 쉼의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 단순히 휴게시설을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안에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 관계와 교류를 지속시키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동과 쉼의 환경을 회복하는 것은 별도의 공동체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하기에 앞서, 고령자의 시장 이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교류를 함께 지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본 연구가 이동과 쉼을 핵심 문제로 설정한 것은 그 개선이 고령자의 편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경동시장이 지닌 실용적·사회적·생활적 기능을 함께 유지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4.6 심상지도: 현장 분석의 공간적 종합

앞서 도출한 현황 분석 결과를 종합·시각화하기 위해 심상지도를 활용하였다. 심상지도는 물리적 지도 위에 이용 경험의 층을 겹쳐, 고령자의 이동과 쉼이 단절되는 지점과 시장의 긍정적 경험이 형성되는 장소를 공간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수집한 관찰·인터뷰 자료를 공간적 위치와 연결하고, 주요 내용을 네 개의 레이어로 구분하여 표현하였다. 각각의 레이어를 시장 내부의 강점과 약점, 외부 환경의 기회와 위협으로 구분하는 SWOT 분석과 연결시켜 향후 전략 수립의 근거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경동시장 이동과 쉼의 심상지도 - STRENGTH·WEAKNESS·THREAT·OPPORTUNITY 네 레이어
그림 8 경동시장 이동과 쉼의 심상지도 현장조사 결과 기반 직접 제작
  • 레이어 1. 관계를 유지하는 장소 (STRENGTH)
    • 단골 관계와 일상적인 대화를 매개로 상인과 이용자가 편하게 어울리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정서적 안전망 역할도 하는 지점.
    • 상인이 단골 어르신을 위해 점포 안팎에 놓아준 간이 의자, 혹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골목(초원상가 뒤편 등)에 모여 앉아 시장에서 산 콩을 함께 까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안부를 묻고 관계를 이어가는 고령층 특유의 만남과 친교의 자리
  • 레이어 2. 쉼의 단절이 드러나는 장소 (WEAKNESS)
    • 시장 안에 제대로 된 쉼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고령 이용자들이 계단이나 빈 좌판 같은 임시방편에 기대어 몸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지점
    • 앉아 쉴 곳이 따로 없다 보니 상가 앞 계단, 문 닫은 점포의 빈 좌판, 화단 경계석, 넓은 길가 구석 등 애초에 쉬라고 만들어지지 않은 자리에 걸터앉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남
    • 장을 본 직후 무거운 짐을 감당하지 못해 길바닥이나 주차장 진입로 근처에 쭈그리고 앉아 보행 보조기(구루마)와 보따리를 다시 정리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됨. 편의시설의 공백을 이용자가 몸으로 떠안고 있음
  • 레이어 3. 이동의 단절이 드러나는 장소 (THREAT)
    • 이동 수단들이 서로 뒤엉키고 보도 폭까지 좁아지면서 고령 보행자의 낙상 위험과 신체 피로도가 크게 높아지는 위험 구간
    • 중앙 통로를 무단으로 차지한 가판대와 물건들 때문에 통로가 심하게 좁아진 골목, 혹은 시장 안을 빠르게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 손수레, 자전거가 보행객들과 뒤섞이는 지점
    • 특히 시장 외곽 주차장 진입로 또는 신호 대기 보행 주변은 보행 약자가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대표 구간
  • 레이어 4. 잠재적 회복 자원 (OPPORTUNITY)
    • 지금은 안내 부족과 급격한 공간 변화로 이용이 끊긴 곳이지만, 표식과 접근성을 보완하면 고령층이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지점
    •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꼭 필요한 시설로 가는 길에 알아보기 쉬운 안내 표지만 세워져도 어르신들이 헤매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구간
    • 세련되게 새단장했지만 주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해 어르신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스타벅스, 청년몰 등)이나 키오스크 도입 매장 역시, 안내 인력 배치나 이용 방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 더해져도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이용을 다시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지점

4개의 레이어를 겹쳐 보면 재편의 우선순위가 지도 위에 드러난다.

레이어 1(관계를 유지하는 장소)의 분포는 상인과 단골 어르신 사이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느슨한 돌봄 관계를 보여준다. 이 지점들은 별도의 새로운 인프라를 짓기보다, 기존 관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점포 후보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레이어 2(쉼의 단절이 드러나는 장소)와 레이어 4(잠재적 회복 자원)가 가까이 겹치는 지점은, 어르신들이 스스로 쉼터를 찾아낸 곳 바로 근처에 정작 필요한 시설(화장실, 엘리베이터 등)로 가는 안내가 끊겨 있다는 뜻이다. 별도의 공사 없이 이정표와 표식만 보완해도 개선 효과가 큰,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 지점이다.

레이어 3(이동의 단절이 드러나는 장소)이 레이어 1(관계를 유지하는 장소)·레이어 2(쉼의 단절이 드러나는 장소)와 겹치는 구간은,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머무는 자리, 혹은 어쩔 수 없이 앉아 쉬는 자리 바로 옆에 통행 장애물이나 이동 수단 간 충돌 위험이 함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머무는 곳에서 위험이 발생하는 만큼, 보행 안전 개선과 보행 편의 시설 마련이 시급한 구간으로 봐야 한다.

4.7 종합: 제도와 현장의 간극

3장과 4장을 함께 살펴보면 본 연구의 핵심이 발견된다. 문제는 쉴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없는 것이 아니다. 법적 근거(전통시장법 제17조), 비용 지원 근거(같은 조 제2항, 서울시 조례 제7조), 계획상의 언급(2030 생활권계획의 쉼터·경로당·커뮤니티공간), 예산(224억 원), 심지어 물리적 시설(청년몰 휴게공간, 엘리베이터)까지 있다. 그런데도 현장의 고령자는 문 닫은 가게 앞 평상에 앉고, 도로 한가운데서 짐을 정리하고, 화장실을 찾아 헤맨다. 제도와 현장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이를 세 겹으로 구분하여 정리할 수 있다.

세 간극이 시작한 점은 하나이다. 1장에서 언급한 패러다임이다. 시장을 상권으로만 보는 한, 계획의 주어는 유치 대상인 외부인이 되고(①), 시설은 지으면 끝난 것으로 여겨지고(②), 관계와 운영은 계획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③). 따라서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의 개선만이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5장에서 정책적, 공간적 제언을 제시한다.

표 8  경동시장 - 제도와 현장 사이 간극 분류
간극내용근거
① 주체의 간극계획은 체류·휴식을 말하지만 그 주체를 관광객·신규 방문객·젊은 층으로 두어, 주 이용자의 체류가 계획의 목표와 지표에서 빠짐디자인혁신 사업·청량마켓몰의 목표 설정(3.3)과, 무임하차 데이터가 보여주는 실제 주 이용자(4.2)의 불일치
② 구현·연결의 간극법과 계획에 있는 시설이 현장에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져도 안내·정보·심리적 접근성이 없어 이용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음알려지지 않은 시설과 비공식 쉼의 공존(4.4). 계획상 쉼터·커뮤니티공간의 현장 구현 여부는 확인 중(3.5)
③ 운영의 간극시설을 만든 뒤 이를 이용자와 잇고 지속시킬 주체·구조·재원 부재. 느슨한 돌봄은 개인 선의에 기대고, 개선 시도는 관리 주체 공백으로 멈춤인터뷰 "문제는 누가 관리하나?였어요", "우리처럼 돈 없는 곳은 사업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거버넌스에 이용자 참여 통로 없음(3.4)
CHAPTER 5

제언: 주 이용자 중심의 시장 재편

본 장은 연구질문 3(RQ3), 즉 주 이용자를 중심 패러다임의 시장 재편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답한다. 3장에서는 경동시장 재편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과 정책 자원이 이미 마련되어 있음을 확인하였고, 4장에서는 이러한 기반에도 불구하고 고령 이용자가 이동과 쉼에서 반복적인 불편을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의 도입이 아니라, 기존 제도와 자원을 주 이용자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에 본 장에서는 4장에서 도출한 문제를 바탕으로 주 이용자 중심의 시장 재편 방안을 제안한다.

5.1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언의 구조: 세 간극에 대입하는 개입 전략

4장에서 도출한 세 가지 간극은 발생 원인과 성격이 서로 다르므로 이에 대응하는 개입 방식이 구분되어야 한다. 주체의 간극은 계획 문서와 평가체계에서 주 이용자가 배제되어 있다는 문제이므로 계획의 문장을 바꾸는 개입이 요구된다. 구현·연결의 간극은 기존 자원이 이용자에게 충분히 인지되지 않거나 공간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문제이므로 기존 자원을 가시화하는 개입이 필요하다. 운영의 간극은 시설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주체와 운영 기반이 부족하다는 문제이므로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개입이 요구된다. 본 장은 이러한 세 가지 개입을 순차적으로 제안한다.

계획의 문장을 바꾸는 개입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추진할 수 있으면서도 다른 개입의 기반이 되는 선행 과제라 할 수 있다. 세 가지 개입은 모두 새로운 시설이나 사업을 추가하기보다 기존 제도와 공간, 운영 자원을 주 이용자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1장에서 제시한 관점의 전환을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 구현한 것이다.

표 9  3개의 간극에 대한 개입 지점
간극간극의 성격개입 지점관련 절
① 주체의 간극계획·지표 문서에 주 이용자가 등장하지 않음문장 - 설계지침·심사서식·성과지표5.3
② 구현·연결의 간극있는 자원이 보이지 않고 동선과 이어지지 않음표식 - 쉼터 네트워크·보행 안전·안내5.4
③ 운영의 간극조성 후 관리 및 운영 주체·구조·재원이 없음자리 - 협의체·인증·재원5.5
5.2 재편 목표 및 원칙

재편 목표는 새 활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활력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의 근거는 세 가지이다. 첫째, 수요 기반이다. 서울에서 고령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경동시장에 주 이용자가 계속 올 수 있어야 매일의 수요가 유지된다. 둘째, 관계 자산이다. 수십 년 쌓인 상인-단골 관계와 느슨한 돌봄은 대형몰이 복제할 수 없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이다. 셋째, 장소성이다. 고령자들이 만드는 시장의 활기와 풍경은 젊은 방문객이 경동시장에서 느끼는 매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주 이용자를 잃은 관광 명소화는 그 매력 자체를 서서히 소거한다.

재편 원칙은 세 가지이다.

  • 원칙① 신설이 아닌 연결 - 새 시설을 짓기보다 이미 있는 자원(전통시장법 제17조, 224억 예산, 빈 점포, 상인의 선의)을 잇고 보이게 한다.
  • 원칙② 주 이용자 기준의 성과지표 - 방문객 수가 아니라 주 이용자의 체류 경험(안전한 이동, 닿을 수 있는 쉼, 이어지는 관계)을 잣대로 삼는다.
  • 원칙③ 진행 중인 사업 연계 - 새로운 사업을 실행하기보다, 디자인 공모와 기본설계를 앞둔 224억 청량리 사업에 주 이용자 관점을 대입한다. 새 예산이 아니라 이미 배정된 예산의 설계 기준을 바꾸는 것이 이 제언의 실행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예상되는 두 가지 반론에 미리 답하고자 한다. 첫째, 고령자 중심 재편은 상권에 손해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본 제언의 개입은 모두 체류를 늘리는 개입이고, 체류는 추가 구매와 재방문으로 이어진다. 고령자, 즉 최대 고객이 계속 올 수 있게 하는 일을 상권의 손실로 계산할 이유가 없다. 둘째, 청년·관광객 유입과 양자택일인가? 아니다. 본 연구가 반대하는 것은 신규 유입이 아니라, 신규 유입만을 세는 상권활성화 중심 패러다임의 계산법이다.

5.3 첫 번째 개입: 계획의 문장을 바꾼다

성과지표는 계획의 주어가 누구인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치이다. 현재 사업들은 방문객 유입과 상권 매출을 성과지표로 명시하는 반면, 고령자와 보행약자를 위한 지표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지표에 없는 대상은 설계에서도, 예산 배분에서도 우선순위를 얻지 못한다. 무엇을 세는가가 무엇을 만든다. 따라서 지표를 바꾸는 것은 부차적 행정 절차가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의 첫 번째 실행 지점이다.

표 10  성과지표 전환(안)
영역기존 지표 (상권활성화)제안 지표 (생활,돌봄 인프라)측정 방법(안)
이동유동인구 수고령 보행자 사고 발생률, 정지공간까지의 접근 소요시간TAAS 교통사고 데이터, 스마트워치 활용 현장 데이터
체류시설 설치 개수공식 쉼터 점유율·이용률, 비공식 쉼(계단·좌판) 발생 빈도의 변화정점관찰, 좌석 점유 조사
관계(해당 지표 없음)인증 점포 수, 상인-이용자 안부 확인 빈도, 재방문 주기인증점포 관리대장, 이용자 설문
접근성방문객 증가율무임하차율·고령 유동인구 비율의 유지 여부서울열린데이터광장 정기 모니터링
사업 평가 방식시장 규모 중심 정량평가제정량평가 + 주 이용자 체류 경험 항목에 가중치 부여사업 신청·심사 서식 개정

계획 문장이 바뀌어야 할 위치는 다음과 같다.

  • ① 청량리종합시장 디자인혁신 사업의 설계공모 지침서에 '주 이용자(고령자) 체류거점 배치계획'을 필수 제출 항목으로 명시한다.
  • ② 전통시장 지원 사업의 신청·심사 서식에 위 표의 체류 경험 항목을 넣고 가중치를 부여해, 시장 규모 중심 정량평가가 만들어 온 고정된 예산 배분을 보완한다.
  • ③ 서울시 상권활성화 부서와 고령친화도시 정책 부서 사이에 협업 체계를 명문화해, WHO 고령친화도시 가입 도시의 정책과 전통시장 정책이 현장에서 만나지 못해 온 단절을 해결한다.

이 지표들은 기존 상권 지표의 대체가 아니라 병행이다. 두 지표를 나란히 두면, 방문객이 늘어도 고령 이용자의 체류가 줄어드는 상황(해당 문서 기대효과 내 시나리오 A)을 사업 진행 중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각 지표의 기준값과 목표치 설정은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며 후속 과제로 남긴다.

5.4 두 번째 개입: 있는 것을 보이게 한다

두 번째 개입의 핵심은 새로운 시설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간과 시설, 행위를 주 이용자의 동선과 이용 행태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있다. 4장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경동시장의 문제는 시설의 부재보다 기존 시설이 충분히 인지되지 않거나 쉼이 필요한 위치에 적절히 연결되지 못하는 데 있다. 따라서 공간 개입은 새로운 시설의 확충보다 기존 자원의 가시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쉼터 네트워크. 단일 대규모 휴게공간을 조성하기보다 장보기 동선 곳곳에 3~5분간 머무를 수 있는 소규모 체류 거점(벤치, 기댈 구조물, 장바구니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 그늘 등)을 분산 배치한다. 이는 이동과 휴식을 반복하는 고령 이용자의 이용 행태를 반영한 전략이다. 후보지는 비공식 쉼이 반복적으로 관찰된 지점을 우선 활용한다. 또한 빈 점포는 전통시장법 제17조에 따른 비용 지원이 가능한 활용 자원으로 검토할 수 있다. 공간 개입 우선순위는 심상지도 레이어의 중첩 분석을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표 11  공간 개입 우선순위(안)
순위근거 (심상지도 레이어)대표 지점(안)개입 방식
1순위레이어2 × 레이어4 (쉼 수요 + 회복 자원)야채골목 입구, 고려인삼도매상가 앞, 청년몰 입구 계단벤치·표식 등 저비용 즉시 개선
2순위레이어3 × 레이어1·레이어2) (위험 + 체류 겹침)광성상가·수산물종합시장 앞 사거리, 청과물시장 출입구보행우선 구간 표시, 바닥 유도선
3순위레이어1 (관계 거점, 위험도 낮음)마늘가게 앞, 대한상회 등기존 관계에 대한 지원
  • ① 보행 안전 - 지하주차장 진입부의 보행자 우선 구간 지정, 바닥 색과 유도선을 활용한 보도·차도 구분, 혼잡 시간대 임시 보행 안전 구역 운영을 제안한다. 이는 대규모 시설 설치보다 운영 개선을 통해 보행 안전을 높이는 방안이다.
  • ② 안내(주 이용자 중심의 정보 제공) - 기존의 입체주소 지능화 사업은 점포 단위 위치 정보를 제공하지만, QR코드와 모바일 지도는 고령 이용자의 정보 접근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동일한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큰 글씨 안내판과 바닥 유도선 등 아날로그 안내체계를 함께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장 관찰에서 확인했듯이 상인은 이미 이용자 안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안내에 익숙한 상인을 구두 안내 파트너로 지정·표식하여 기존의 비공식 안내 체계를 가시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 ③ 수직 접근과 심리적 접근성 - 엘리베이터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청년몰을 장보기 중 쉬어갈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재인식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 계단 앞에서 쉬면서도 위층 휴게공간은 이용하지 않는 현상은 물리적 접근성 뿐 아니라 심리적 접근성과도 관련이 있다. 따라서 안내체계 개선과 함께 공간 이용 대상을 명확히 홍보하고, 상인의 안내와 같은 비물리적 개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5.5 세 번째 개입: 맡을 자리를 만든다

상인회 인터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현재의 협의 구조에는 상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체계는 존재하지만,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적인 통로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공간 개선은 관리 주체와 운영 체계의 부재로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본 절에서는 운영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 ① 고령친화 운영협의체 - 구청 경제진흥과, 청량리 전통시장연합회 및 시장별 상인회, 청년몰 상인 대표와 함께 고령 이용자 대표가 참여하는 정기 협의체를 구성한다. 이용자 대표는 별도의 선발기구를 신설하기보다, 시장을 장기간 이용한 고령 이용자 가운데 상인회 추천과 현장 공모를 통해 위촉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협의체는 공동 쉼터와 유휴공간 관리, 인증 점포 운영, 사업 계획과 성과지표 검토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용자 의견을 계획과 운영 과정에 반영하는 창구로 기능한다.
  • ② 참여 점포 인증 프로그램 - 의자·평상 제공, 짐 보관, 화장실 개방, 안부 확인 등을 실천하는 점포를 인증한다. 이러한 돌봄은 이미 시장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보다 기존의 실천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참여 부담을 최소화하고 간단한 갱신 절차만 마련한다.
  • ③ 재원의 다변화 - 자부담 중심의 예산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전통시장법 제17조와 서울시 조례 제7조에 근거한 공공 재원뿐 아니라, 스타벅스 경동1960과 같은 앵커 시설의 사회공헌 협력, 지역 기반 임팩트 펀딩 등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관련 사업을 일회성 복지 지출이 아니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만 느슨한 돌봄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현재 시장이 지닌 비공식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발적인 관계가 의무와 절차로 전환될 경우 참여 부담이 커지고 기존의 돌봄 문화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화 목적은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계를 지원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인증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실천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수준에 머물고, 협의체는 최소한의 운영체계로 구성하며, 지원 절차 역시 가능한 한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경동시장의 느슨한 돌봄은 상인과 이용자가 함께 형성해 온 도시 커먼즈의 성격을 지니며, 공공의 역할은 이를 대체하기보다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이러한 원칙은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운영 방안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5.6 실행 로드맵

현재 경동시장에서는 224억 원 규모의 청량리종합시장 디자인혁신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디자인 공모와 기본설계를 앞두고 있다. 설계공모 지침과 공간 배치 계획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결정되므로, 주 이용자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계획 기준과 설계 방향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세 가지 개입 전략을 사업 추진 일정에 맞추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표 12  실행 로드맵(안)
단계사업 일정개입주체
즉시설계공모 지침 확정지침에 주 이용자 체류 기준과 체류거점 배치계획을 필수 항목으로 명시서울시 상권활성화과
설계 단계기본·실시설계체류거점·안내 배치, 시범 구간 운영과 전후 측정동대문구, 설계가
준공 전시공·운영 준비고령친화 운영협의체 구성, 참여 점포 1차 인증동대문구, 상인(연합)회
준공 후관리·운영지표 정기 모니터링, 인증 갱신, 협의체 정례화운영협의체

로드맵과 함께 본사업과는 별도로 소규모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빈 점포를 활용한 쉼터 조성, 참여 점포 인증, 제기동역-야채골목-버스정류장을 연결하는 장보기 동선의 안내체계 개선 등을 하나의 시범 구간으로 운영하고, 성과지표(쉼터 이용률, 비공식 쉼 발생 빈도, 이용자 설문)를 활용하여 전후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시범사업은 제안의 효과를 사전에 검증하고, 향후 본사업의 설계와 운영에 반영할 실증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필요한 재원은 전통시장법 제17조와 서울시 조례 제7조에 따른 기존 지원 체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5.7 이해관계자별 제언

앞에서 다룬 3가지의 간극은 다양한 주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아래는 이해관계자별 역할 및 각 역할이 어느 개입 지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제시다.

표 13  이해관계자별 역할 제언 및 주요 개입 지점
이해관계자제언개입 지점
서울시 (상권활성화과)청량리종합시장 디자인혁신 사업의 설계 지침에 주 이용자(고령자) 체류 기준을 명시하고, 성과 지표에 방문객 수 외에 주 이용자 체류 경험 지표를 더한다. 고령친화도시 정책 부서와 협업 체계를 만들어 두 정책의 단절을 푼다.문장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입체주소 지능화 사업의 공간정보 위에 고령자용 아날로그 안내(큰 글씨 안내판, 유도선)를 얹는 시범을 경동시장에서 추진한다.표식
동대문구청량마켓몰의 체류형 전환 목표에 주 이용자를 명시하고, 전통시장법 제17조와 서울시 조례 제7조에 근거한 빈 점포 쉼터 지원 사업을 실행한다. 진행 중인 사업 설계 과정에 주 이용자와 상인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제도화한다.문장, 자리
상인회·연합회비공식적으로 해 온 느슨한 돌봄을 시장의 공식 자산으로 정하고, 참여 점포 인증 프로그램과 공동 공간 관리 협의체의 주체로 나선다. 빈 점포·유휴공간 현황을 제공해 가용 자원 목록화에 협조한다.자리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시설현대화사업 평가에 이용자 경험 항목을 넣고, 설치 이후의 운영·관리를 지원 범위에 포함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문장
민간(스타벅스 경동1960, 청년몰 등)앵커 시설의 체류 자원을 주 이용자와 나누는 프로그램(시간대별 개방, 안내 협력)을 검토해 세대별 공간 분리를 누그러뜨린다.표식
연구·시민사회주 이용자 관점의 현장 데이터를 계속 쌓아 계획 과정에 근거를 대고, 이미 배제되어 보이지 않게 된 보행약자의 목소리를 조사로 되살린다.문장
5.8 기대효과: 두 개의 미래 시나리오

전통시장을 상권 활성화라는 패러다임이 아닌 고령자를 위한 도시 인프라 활성화라는 패러다임으로 바라볼 때, 예상할 수 있는 기대효과를 미래 시나리오로 제시해본다. 확정된 224억 사업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주 이용자 관점이 반영되었는지에 따라 갈라지는 두 개의 경동시장이다.

시나리오 A. 지금 계획대로: 활성화의 역설이 완성된 시장

디자인혁신 사업과 청량마켓몰이 계획대로 끝난다. 스카이워크와 미디어아트 보행로가 생기고 관광객과 젊은 방문객이 늘어난다. 그러나 체류 공간은 새 방문객이 차지하고, 방문객이 늘수록 보차혼용은 오히려 심해지고, 임대료 상승 속에 단골 관계로 버텨 온 노포가 떠난다. 지금의 70대가 80대가 되는 동안 고령 이용자는 차례로 시장을 떠나고, 느슨한 돌봄의 관계망은 사라진다. 시장은 관광 명소로는 성공하지만, 매일의 수요와 장소성을 잃은 명소는 유행이 지나면 흔들린다. 이미 관광지가 된 다른 시장들이 보여주듯, 주 이용자를 잃은 전통시장에는 전통시장이라는 껍데기만 남는다. 고령자의 편에서 보면, 대신할 곳 없는 서울의 거대한 생활·돌봄 인프라 하나가 사라진다.

시나리오 B. 주 이용자 중심 재편: 두 겹의 활력이 겹치는 시장

같은 사업이 주 이용자 체류 기준을 설계 지침에 담아 추진된다. 장보기 동선을 따라 작은 쉼터들이 놓이고, 보행 안전 구간이 운영되고, 큰 글씨 안내가 숨은 시설을 이어준다. 빈 점포 쉼터에서 고령자가 짐을 정리하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고, 어르신 서비스마크 점포가 늘어난다. 고령 이용자의 체류가 유지되면서 매일의 수요와 단골 관계가 지켜지고, 그 위에 새 방문객의 활력이 겹쳐진다. 젊은 방문객이 경동시장에서 만나는 것은 꾸며낸 레트로가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는 시장의 일상이고, 시장의 장소성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강화된다. 이를 통해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의 생활 기반을 유지하며 도시를 재편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서울에서 고령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시장이라는 대표성을 바탕으로 다른 전통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시나리오 B - 시나리오 스토리텔링>

2037년 7월 15일 수요일 오전 11시

78세 이영선(여)은 5년전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자녀들을 모두 출가 시킨 후, 동대문구 용두동 조그마한 빌라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다. 재작년까지는 딸의 부탁으로 종종 외손녀들을 돌봐 주기도 했지만, 이제 한 해 한 해 몸 상태가 다르고, 무릎이 시려서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었다.

10평 남짓한 집에서 하루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료하다 못해 끔찍한 일이다.

횡당보도만 건너면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경동시장이 영선씨의 유일한 낙이다. 별일 없으면 하루에 한 번씩 경동시장에 가는데, 한참 경동시장 환경 개선한다고 시끌시끌 하더니, 예전 보다 훨씬 좋아졌다. 손수레를 의지하며 걸어도 다른 사람들 불편할까봐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도가 넓어지고, 문턱이 없어지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되었다. 한 10여 분 걸으면 숨 차서 앉고 싶은데, 여기저기 '쉬었다 가세요' 팻말 붙은 의자가 많다. 경동시장에서 청과물 시장 쪽으로 가는 길에는 널따란 그늘막과 평상이 몇 개 있어서, 앉아서 사람 구경하기 좋고, 남원통닭에서 사 온 닭 한마리 펼쳐 놓으면 처음 본 사람도 같이 한 조각씩 나눠 먹기에 좋다. 이런 것이 사는 재미다.

나보다 서너 살 많은 미역줄기 파는 언니가, '어제는 왜 안 왔냐'고 묻는다. '그저께 사간 게 아직 많이 남았다'고 말했더니, 미역 줄기 안 사도 되니, 옥수수 하나 먹고 가라고 한다. 이 언니를 여기서 알고 지낸 지 30년 쯤 되었다. 그새 언니도 나도 많이 늙었다. 그저 오며 가며, 미역줄기를 사다가 얼굴만 알게 된 사이지만, 언젠가 이 언니가 안 보이게 되면 많이 섭섭할 것 같다.

청년몰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원래 3층에 있어서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새로 에스컬레이터가 생겨서 그거 타고 한 번씩 들른다. 2층에 카페 Soop이 있는데 아메리카노가 저렴한데다 원두가 좋은지 맛이 썩 좋다. 지난 번에 다녀간 손녀가 핸드폰에 드라마 앱을 하나 깔아주고 갔는데, 고장났는지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 카페 사장인 젋은이한테 보여줬더니, 금새 고쳐준다. 내가 고맙다고 연신 인사했더니, 우리 카페 단골손님인테 자기가 더 감사하다고 한다. 한 두달에 한 번 볼까말까 한 딸보다 낫다.

요새 며칠 안 보이던 상추파는 노인네가 오늘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더니, 무릎수술을 했단다. 우리 나이 되면 다 그렇다고 나도 무릎이 나갈랑 말랑 한다고 답해주고 상추를 1,000원어치 샀다. 싱싱한 참외가 5,000원이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가격표가 붙었길래 한 봉지 샀다. 갈치가 12,000원이다.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려니 손이 후들후들했지만 손녀가 좋아해서 큰 맘먹고 샀다.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오면 맛있게 구워줘야지.

생선가게 옆 '쉬었다 가세요' 팻말 붙은 평상에 앉아서 참외, 갈치, 상추를 차곡차곡 손수레에 담았다.

여름에 제 맛인 찐 옥수수도 몇 개 사고 싶었는데, 무거워서 엄두를 못 내겠다. 그건 내일 사러 와야겠다.

기대효과

기대효과를 주체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① 주 이용자 - 안전한 이동과 접근 가능한 쉼 공간이 확보되어 시장 이용이 지속되고, 시장이 수행해 온 생활·돌봄 인프라 기능이 유지될 수 있다.
  • ② 상인 -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이 증가함에 따라 단골 관계와 상권의 지속가능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③ 행정 - 진행 중인 시장 재편 사업에 주 이용자 관점이 반영됨으로써 사업의 실효성과 정책 간 연계성이 높아질 수 있다.
  • ④ 사회 -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의 생활 기반을 유지하는 전통시장 재편 모델을 제시하고, 서울에서 고령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경동시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전통시장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CHAPTER 6

결론 및 향후 연구 과제

6.1 결론

본 연구는 경동시장에서 상권 활성화 중심 재편 추진 과정에서 주 이용자가 배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주 이용자가 누구인지, 이들이 시장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그리고 활성화가 왜 이들의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지를 분석하였다.

공공 데이터 분석 결과 경동시장은 서울에서 고령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제기동역의 무임하차율은 서울 지하철역 가운데 가장 높고 60대 이상 인구가 시장 일대 유동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67건의 현장 인터뷰 및 관찰 조사 결과, 주 이용자가 보행 안전의 위험, 정지공간의 부족, 안내체계의 부재 속에서 이동과 쉼의 단절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고령자가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시장을 계속 찾는 이유는 실용을 넘어 루틴과 재미, 관계에 있으며, 상인과 단골 사이에 안부를 확인하는 느슨한 돌봄의 관계망이 활발히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동시장은 소비 공간인 동시에 고령자의 일상을 지탱하는 생활·돌봄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활성화가 주 이용자의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원인은 자원의 부재가 아니라 구조에 있었다. 고령자를 위한 빈 점포 활용의 법적 근거, 비용 지원 조항, 쉼터와 커뮤니티 공간을 포함한 상위계획, 224억 원 규모의 디자인혁신 사업 등 제도적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계획의 주어 자리는 관광객과 신규 방문객이 차지하고 있고, 기존의 근거와 시설은 주 이용자의 이동과 쉼으로 연결되지 못하며, 조성 이후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체계가 없다.

본 연구는 이를 각각 주체의 간극, 구현·연결의 간극, 운영의 간극으로 개념화하였다. 간극의 공통 원인은 시장을 상권 활성화라는 단일 패러다임으로 이해하는 데 있으며, 이 관점은 법률과 상위계획을 넘어 2026년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관점이 전환되지 않는 한, 향후의 대규모 재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연구는 3개의 간극에 대응하는 실행 전략으로 세 가지 개입을 제안한다.

첫째, 계획의 문장을 바꾼다. 설계공모 지침과 사업 심사 서식, 성과지표에 주 이용자를 명시하고, 방문객 수 중심의 지표에 체류 경험 지표를 병행하여 정책과 설계의 기준을 조정한다. 둘째, 기존 자원을 보이게 한다. 심상지도가 확인한 우선 지점을 중심으로 이미 존재하는 공간·시설·관계 자원을 주 이용자의 동선과 눈높이에 맞게 연결한다. 셋째, 운영의 자리를 만든다. 이용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협의체와 참여 점포 인증, 재원 구조를 갖추어 조성 이후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관리되도록 한다. 이러한 개입은 모두 새로운 사업의 추가가 아니라 기존 제도와 자원의 재구성을 목적으로 하며, 그 선행 조건은 성과지표의 전환이다.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대상은 설계와 예산 배분에서 우선순위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계획과 지표의 조정은 디자인혁신 사업의 설계공모 이전에 반영될 때 실효성을 가지므로, 실행 논의는 사업 일정을 고려하여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전통시장을 소비와 관광의 공간으로만 이해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고령자의 생활 기반이자 생활·돌봄 인프라로 재인식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는 개별 시설 개선을 넘어, 무엇을 시장의 성과로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의 전환을 의미하며 초고령사회에서 전통시장 정책과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연결하는 관점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경동시장은 서울에서 고령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제시한 분석 틀과 재편 전략은 유사한 조건의 다른 전통시장에도 적용 가능하다. 경동시장은 이미 초고령사회 도시에서 생활·돌봄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늘날의 전통시장 정책에 필요한 것은, 상권 활성화의 경계를 넘어 이 역할을 계획과 평가의 기준에 반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6.2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

본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는 네 가지로 정리된다. 이에 앞서 본 연구의 구조적 한계를 밝혀 둔다. 현장 관찰과 인터뷰가 포착할 수 있는 대상은 시장에 올 수 있는 이용자로 한정된다. 따라서 본 연구의 자료에는 이미 시장에서 배제된 보행약자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며, 이는 본 연구가 확인한 단절의 정도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세 번째 과제는 이 구조적 한계에 직접 대응하는 과제로, 본 연구의 핵심 발견과 맞닿아 있다.

① 공간 단위 데이터 보완 - 본 연구는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자료, 상권 유동인구 자료,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자료를 활용하여 주 이용자를 확인하고 이동 환경의 위험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료가 역 단위, 상권 단위 또는 행정구역 단위로 구축되어 있어, 4장의 현장 분석이 확인한 골목과 구간 수준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주요 동선과 출입구를 중심으로 보행량, 체류, 사고 위험을 세분화하여 분석하고, 유사 규모 전통시장과의 비교를 통해 결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본 연구가 제안한 성과지표의 기준값과 목표치를 설정하는 기초 작업이기도 하다.

② 운영 구조와 실행 가능성 검증 - 본 연구는 상인회 인터뷰를 통해 행정과의 협의 구조, 예산의 정량평가 방식과 자부담 구조의 일부를 확인하였으나, 이용자의 의견이 수렴되는 체계와 공동 공간의 관리 방식에 대해서는 행정 측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 향후 동대문구와 서울시 담당 부서를 포함한 거버넌스 조사를 수행하여 운영의 간극을 양측에서 실증하고, 본 연구에서 제안한 시범 구간 실증을 통해 공간 개선과 운영 방안의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③ 배제된 이용자의 경험 복원 - 본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는 시장에서 이미 배제된 이용자의 존재다. 현장에서는 60~70대 이용자가 다수 관찰된 반면, 보행이 크게 불편한 고령자와 80대 후반 이용자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도 보행 능력이 시장 이용의 전제 조건이며, 현재의 이용자들 스스로 수년 내 이용의 중단을 예상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시장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이 이미 공간 밖으로 밀려나 있으며, 배제가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진행 중인 현상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경로당, 복지관, 지역사회 등으로 조사를 확대하여 현재 시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보행약자의 경험을 복원하고, 배제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④ 적용 범위와 실행 기반 확대. 본 연구는 경동시장과 경동광성상가를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현장 관찰은 이용자가 인접한 시장들을 하나의 시장권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므로, 향후에는 서울약령시와 인접 시장권을 포함하여 이용자의 실제 이동 범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빈 점포와 유휴공간의 위치, 규모, 소유 및 관리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함으로써, 기존 자원의 재배치라는 본 연구 제안의 실행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REFERENCES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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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무엇이 고령친화도시를 만드는가? 2024. 12. 4. [기획] 나이듦이 걱정 없는 고령친화도시,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9호(2024. 12.) https://publicdesign.kr/brd/board/925/L/menu/926?brdType=R&thisPage=1&bbIdx=993&searchField=title&searchText=
  11. 고영호 (2025)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조성 방향과 주안점, 포용과 사회통합 연구 1(1), 13-19
  12. 서울시, WHO가 인정하는 고령친화도시로 거듭난다 2013. 6. 27. https://news.seoul.go.kr/welfare/archives/18119
  13. 이현주, 2023 . 3. 23. 한국일보, 명품매장 대신 어르신 신발 판매, 일본 게이오백화점 1층은 한국과 달랐다
  14. 이희원, 2023. 2. 3. 브라보마이라이프, "치매노인과 공생" 고령 친화사회 꿈꾸는 영국
  15. 서울주택도시공사 공식블로그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 친화적 상점 및 거리! 락희거리를 아시나요?" 2019. 10. 10.
  16.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지하철 유·무임 승하차 데이터, 2026.06
  17. 서울시상권분석 서비스, 성별·연령별 유동인구 데이터, 2026
  18.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연도별 노인보행자 사고건수 데이터, 2018~2025
  19.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피해정도별 사상자 비율 데이터, 2018~2025
  20. 보도자료, 「서울시, 활력있는 전통시장 조성 위해 도시공간 연계 혁신사업 추진」 2024. 10. 22.
  21. 서울특별시, 「전통시장 점포 위치 한눈에… 서울시, 전국 최초 입체지도시스템 개발」 2025. 3. 24. https://news.seoul.go.kr/gov/archives/566121
  22. 보도자료, 「서울 전통시장, '시장 안 주소'가 생겼다」 2026. 2. 9. https://www.seoul.go.kr/news/news_report.do?nttNo=451786
  23. 김명희, 「동대문구 '마켓몰 청량, 글로벌 넘버원 전통시장 만든다'」, 전자신문, 2025. 8. 28. https://www.etnews.com/20250828000206
  24. 서울특별시, 「2030 서울생활권계획/지역생활권 계획/동대문구」 pp.127
  25. 김인규,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체류형 관광명소'로 바뀐다, 동아일보 2026. 6. 9. 04:30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60608/134051052/2
  26. 서울특별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본보고서」 pp.150-151
  27. 서울특별시(2025), 「재정비촉진지구 현황」, 서울특별시 주택 분야별정보
APPENDIX

부록 : 인터뷰 참여자 정보 및 현장 관찰·섀도잉 대상 정보

부록 1  인터뷰 참여자 정보
ID연령성별구분특징인터뷰 일자
W170대 중반여성이용자목욕탕 오셨다가 시장이용26.06.27
W270대 초반여성이용자시장 자주 이용26.06.27
W370대 후반여성이용자친구와 동행26.06.27
W470대 후반여성이용자심심해서 놀러오심26.06.27
W580대 후반여성이용자수레 이용26.06.27
W630대여성상인청년몰 오화당 사장26.06.27
M170대남성이용자2층 카페 이용자26.07.06
M230대남성상인청년몰 대표26.07.06
W770대여성기타광성상가 상인회 매니저26.07.06
M370대남성이용자경동시장 자주 방문26.07.06
M470대남성이용자전통시장 많이 이용26.07.06
M560대남성이용자이천에서 방문26.07.06
M670대남성이용자청산제과 아버님,청년몰 방문26.07.06
W830대남성,여성상인부부·고령 사장님26.07.06
W950대여성상인광동상회 상인26.07.06
M730대남성상인청년몰 2층 카페 사장26.07.06
W1070대여성상인지하상가 상인26.07.06
W1160대여성기타청량리 전통시장 국장26.07.15
부록 2  현장 관찰·섀도잉 대상 정보
코드ID관찰·섀도잉 지점관찰·섀도잉 유형주요 내용일자
A3, A4S1지하주차장 진입부섀도잉·이동차량·보행자 동선 혼재26.06.21
A1S2시장 내부 장보기 동선섀도잉·구매목적 구매 후 빠른 이탈26.06.21
A3, A7, A8, B1, B2, B4S3청년몰 연결 동선·쉼터섀도잉·접근성청년몰·쉼터 접근성 부족26.06.21
A1, A3, B1, B3, A2, A7, B4, B5S4시장입구·청과물·전통시장·약령시·청년몰섀도잉·이동혼잡으로 체류 어려움26.06.21
A1, B3, B1, B5S5청과물시장·종합시장섀도잉·구매청과물시장 혼잡과 구매26.06.21
A2, A5, A6S6약초골목섀도잉·이동오토바이·구르마 충돌 위험26.06.27
A2, A5, A6S7시장 입구·청과물시장 일대섀도잉·이동좁은 보행로와 구르마 충돌26.06.27
A3O1스타벅스1960관찰·체류스타벅스 - 시장 동선 단절26.06.21
A1, B1, B4, B5O2경동시장 청년몰 인근관찰·행태청년몰 계단에 앉아 쉬는 고령자26.06.27
A2O3경동광성상가관찰·이동좌판으로 통로 협소26.06.27
B2, B6O4시장 밖 골목관찰·공간 현황사용하지 않는 건물·임대 건물 관찰26.06.27
A4, A6O5농수산물시장관찰·이동위험공영주차장으로 보차혼용26.06.27
B3O6청과물시장관찰·이용자젊은층·과일 구매객 다수26.06.27
B3O7전통시장관찰·이용자젊은층·가족 단위 이용 관찰26.06.27
A7, A8, B2O8청년몰 입구·건어물상가 출입구관찰·접근·정보엘리베이터 위치 찾기 어려움26.07.04
A4, A6, A2O9광성상가·수산물종합시장 앞 사거리관찰·이동위험구르마·삼륜차·오토바이 혼재26.07.04
A1, B4, B6, B8, B7O10경동시장 내 똘이네 농산 앞관찰·쉼·교류문 닫은 가게 앞 좌판에서 휴식·담소26.07.04
A1, B4, B6, B1, B5, B8O11고려인삼도매상가 앞관찰·쉼상가 앞 계단에서 휴식26.07.04
A1, B6, B8O12경동시장 초원상회 뒤쪽관찰·쉼·교류빈 상가 주변에서 담소26.07.04
A1, B1, B5, B4O13우아농산 앞 주차장 근처관찰·쉼·짐 정리주차장 앞에서 짐 정리26.07.04
A1, B6, B8O14제기동역 2번 출구 인근 좌판관찰·교류생선가게 앞에서 상인과 대화26.07.04
A1, B8O15당진상회 앞관찰·교류상인과 단골 손님 간 대화26.07.04
A1, B7, B8O16경동시장 마늘가게 앞관찰·교류·돌봄상인이 손님에게 의자 제공26.07.06
A1, B1, B4, B5O17경동시장 야채골목 앞관찰·짐 정리·쉼길가에 쭈그려 짐 정리26.07.04
A1, B4, B6, B8O18광성상가 옆 채소가게관찰·쉼빈 평상에 앉아 휴식26.07.04
A7, A8, B2O19청년몰 계단관찰·정보·접근화장실 위치를 찾지 못함26.07.04
A3, B2, A7, A8O20스타벅스관찰·공간 분리시장과 스타벅스 이용 경험 차이26.07.04
A1, B4, B6, B5O21고려인삼도매상가 앞관찰·쉼계단 입구에 앉아 휴식26.07.04
A4, A6O22청과물시장 1출입구관찰·이동·위험차량과 보행자 교차26.07.04
A4, A6O23청과물시장 2출입구관찰·이동·위험주차장 인접으로 차량 교차26.07.04
A5O24경동시장 내부 곳곳관찰·이동·위험오토바이 통행 다수26.07.04
A1, B4, B6, B5O25스타벅스 앞 전시장관찰·쉼· 이용전시장 공간을 휴식 장소로26.07.04
B2, B3, B8O26스타벅스 내부관찰·공간 분리시장 내부와 다른 연령대26.07.04
A1, A4, A6, B1, B5, B8O27스타벅스 근처 횡단보도 출입구관찰·이동·대기보행섬 부족, 신호 대기 위험26.07.04
A1, B6, B8O28건어물전문상가 입구관찰·구매·교류상가 입구에서 구매·상호작용 활발26.07.04
A1, B4, B6, B7, B8, B5O29청년몰 근처 우리약국 간판 앞관찰·쉼·상업간이매대와 쉬어가라는 호객26.07.04
A1, B4, B7, B8O30서울마님죽 앞 벤치관찰·쉼벤치·화단 주변 휴식26.07.04
A1, B1, B5, B4O31경동시장 야채골목 입구관찰·쉼·짐 정리입구 주변 짐 정리·대기26.07.04
B2, B7, B8, A7, A8, B4O32주차장출입구 1번 입구·지하상가관찰·쉼·교류지하상가 소비자쉼터 관찰26.07.04
A1, B1, B4, B5O33청년몰 입구 계단관찰·쉼·짐 정리계단 주변에서 짐 정리26.07.04
A7, A8, B2O34청년몰 가는 길관찰·정보·접근안내 부족으로 길 찾기 어려움26.07.04
B1, B3O35청년몰 내부관찰·혼잡피크 시간대 좌석 부족26.07.04
B1, B3O36청년몰 도서관 내부관찰·쉼·혼잡실내 휴게공간 혼잡26.07.04
A1, B4, B7, B8O37버스정류장 옆 영광모시떡관찰·쉼간이 의자·파라솔 공간 이용26.07.04
A1, B1, B5O38경동시장 앞 버스정류장관찰·이동·대기차도 가까이에서 버스 대기26.07.04
B1, B4, B5O39야채골목·도라지골목·시장 입구 교차로관찰·짐 정리·쉼도로 중앙에서 짐 정리26.07.04
A2, A3O40광성상가 상인회 앞관찰·이동·민원진열물로 보행 불편 민원26.07.06
B2, B3, B7, B8, A7, B1, B4O41청년몰 3층 내부관찰·쉼1층 상인의 청년몰 휴식26.07.06
B8O42경동광성상가 대한상회관찰·교류·커뮤니티콩을 까며 대화하는 비공식 커뮤니티26.07.06
UOS RESEARCHPRENEUR SEASON 1 · 경동행 · 20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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