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포르스 책모임 발제문 · 영준

탈성장 사회를 향한 잠정적 유토피아

NAIOTH 연탐스터디 · 시즌 5 · 일요모임
발제문 2026년 8-9월

1. 나에게 잠정적 유토피아란

비그포르스의 잠정적 유토피아는 도래하지 않는 혁명을 기다리지도, 현실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완성된 청사진이 아니라, 지금의 결정을 이끌고 실험으로 검증하며 고쳐 나가는 작업가설이다.

내가 이 시대에 그리는 잠정적 유토피아는 탈성장 사회와 닮아 있다.

생태적 한계 안에서 모두의 필요가 충족되는 사회. 물질·에너지 사용량을 계획적으로 줄이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고, 돌봄과 공동체를 중심에 두며, 그 방향을 시민이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사회.

2. 왜 지금 다시 잠정적 유토피아인가

비그포르스가 활동한 1930년대에는 대공황 앞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어떻게 하지"에서 멈췄고 자유주의는 "시장에 맡겨라"에 머물렀다. 그 빈자리를 포퓰리즘과 파시즘이 채웠다.

오늘의 전환기에는 기후·생태 위기, AI·디지털 전환, 민주주의의 위기가 겹쳐 있다. 한국에서는 의제별 각론은 풍부하지만 이를 하나로 꿰는 총론, 곧 대항 담론이 40년째 비어 있다.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가 공유해 온 생산주의가 한계에 부딪힌 지금, 필요한 것은 비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한눈에 그려 볼 수 있는 상이다.

3. 내가 그리는 사회의 네 가지 축

1 필요충족 중심의 경제
성장 자체가 아니라 모두의 기본 필요(주거·식량·에너지·돌봄·교육·교통)를 충족하는 것을 경제의 목적으로 삼는다. 비그포르스가 말한 '소비·수요의 사회화', 곧 생산수단을 한꺼번에 국유화하지 않고 필요의 충족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길과 이어진다.
2 소유와 권력의 민주화
소유권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 이윤권, 경영 결정권, 전략 결정권 같은 권리의 다발이다. 사회연대경제, 협동조합, 커먼즈를 통해 이 권리들을 아래에서부터 되찾아 온다.
3 돌봄과 관계가 중심인 삶
시간을 줄인 노동, 돌봄의 제도화, 공동체 기반의 삶이 성장 없는 번영의 토대다. 이성만이 아니라 감정과 돌봄 관계를 도덕적 기초로 인정한다.
4 인간 너머로 확장된 민주주의
기후·생태 위기는 인간 사회의 이해관계 조정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나무와 강처럼 말하지 못하는 존재의 이해관계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방법, 곧 비인간을 포함한 대표 체계를 상상하고 실험한다.

4. 이행 전략: 탈성장 전략 캔버스

에릭 올린 라이트는 『How to Be an Anticapitalist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길을 세 가지 전략으로 나눈다.

틈새 전략
방식체제 바깥의 틈에서 대안을 직접 만든다
탈성장 맥락의 예협동조합, 커먼즈, 지역 화폐, 돌봄 공동체, 공유 자원
공생 전략
방식국가·제도와 협력해 대안이 자랄 공간을 넓힌다
탈성장 맥락의 예사회연대경제 기본법, 공공 돌봄, 기본서비스, 노동시간 단축
단절 전략
방식제도의 틀 자체를 바꾼다
탈성장 맥락의 예헌법·조세·국가 구조의 녹색화,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이 중 틈새 전략과 공생 전략을 결합해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잠식하는 길을 기본으로 삼되, 단절의 순간(위기, 정치적 기회)에 대비한다. 이를 탈성장에 맞게 응용한 전략 캔버스의 얼개는 다음과 같다. 책모임과 이후 독서로 칸을 채워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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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소유권 실험
사회연대경제 제도화
소유권 다발의 재설계
에너지 자립 공동체, 지역 먹거리
지역 단위 공공 조달
필요 영역의 탈상품화
상호 돌봄 네트워크
통합 돌봄, 노동시간 단축
돌봄 중심 복지 체제
시민 의회, 숙의 실험
지역 거버넌스
헌법·정부 구조의 녹색화
읽기·상상 모임, 실천 사례 공유
교육·미디어
지배 담론의 전환
노동·소유
틈새협동조합, 소유권 실험
공생사회연대경제 제도화
단절소유권 다발의 재설계
에너지·주거·식량
틈새에너지 자립 공동체, 지역 먹거리
공생지역 단위 공공 조달
단절필요 영역의 탈상품화
돌봄·시간
틈새상호 돌봄 네트워크
공생통합 돌봄, 노동시간 단축
단절돌봄 중심 복지 체제
정치·제도
틈새시민 의회, 숙의 실험
공생지역 거버넌스
단절헌법·정부 구조의 녹색화
인식·문화
틈새읽기·상상 모임, 실천 사례 공유
공생교육·미디어
단절지배 담론의 전환

이 캔버스는 비그포르스가 보여 준 방식, 곧 분석 → 목적 → 전략 → 행동의 순서와 "투쟁·유토피아·제도 개혁이 함께 움직인다"는 원리를 오늘의 언어로 옮긴 것이다. 칸마다 지금 할 수 있는 실험을 쌓고, 쌓인 사례에서 총론을 사후에 추출해 가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이다.

분석 → 목적 → 전략 → 행동

5. 열린 질문

1
속도: 점진적 잠식만으로 기후·생태 위기의 시간표를 맞출 수 있는가? 단절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2
주체: 한국의 잠정적 유토피아는 누가, 어떤 과정으로 그리는가? 정치 지도력과 사회운동은 어떻게 결합하는가?
3
전선: 소유 재분배와 생존주의 극복 중 무엇이 지금의 핵심 쟁점인가?
4
동의: 우리가 옳다고 믿는 곳에서 출발하지 않고, 다수의 동의를 얻는 언어는 무엇인가?

6. 다음 독서 제안

모두를 위한 지구
캔버스에서 채울 칸지구 단위의 시스템 역학 근거와 불평등·젠더를 함께 다루는 전환 시나리오
녹색국가
캔버스에서 채울 칸한국 국가 단위의 제도·헌법·전환 주체 (공생·단절 전략)
인류의 미래사
캔버스에서 채울 칸선택지를 그려 보는 미래 시나리오와 상상력의 방법

또는 미래 시나리오를 먼저 그려보고 다음 구체적 해법 모색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