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0일(월) 오전 8–10시📍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스무 명 남짓 참석💬 보드 글 23개
이 기록은 채텀하우스 룰에 따라 오간 이야기는 담되 누가 말했는지는 적지 않습니다.
발제 내용과, 보드에 각자 이름으로 남겨주신 글은 그대로 실었습니다.
두 번째 아침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 오늘의 질문
많은 조직이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해결하고 있지만, 정작 그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함께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날은 조직 차원보다 개인 차원으로 와달라는 당부로 시작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어디서 오시고 몇 시에 일어나셨는지"를 보드에 적었습니다.
5시 반에 깨어 2분 거리를 나온 분부터, 7시 출발이 가장 많았습니다.
발제 — 시스템 체인지
왜 시스템 체인지인가
프로젝트 생태계에서 일한 지 3년쯤 된 발제자가 거시 담론 연구에 참여하며 마주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솔루션은 계속 늘어나는데 근본적인 사회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을까.
프로그램·지원사업·캠페인 같은 시도가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기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가까워지지 못한다는 감각입니다.
그래서 문제의 현상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시스템 체인지입니다.
문제는 복잡해졌는데, 대응은 그대로다
온라인 설문에서 83.9%가 "사회문제가 예전보다 더 복잡해졌다"고 응답했습니다.
한 청년 일자리 사업 실무자는 참여자의 중도 이탈 원인을 들여다보다, 그것이 직무 역량 부족만이 아니라
불안정한 생활 여건과 심리적 건강에도 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선형적이지 않고,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고착 국면의 세 가지 패턴
사업과 프로그램은 계속되지만, 새로운 문제 정의나 접근은 줄어든다
협력의 접점은 늘어나지만, 관점의 변화나 자원 배분 방식의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영역 간 경계는 오히려 강화되고, 성공 사례의 사업이 반복된다
한 응답자는 지금을 "생태계 차원의 논의보다 개별 조직의 생존이 더 긴급한 상태"라고 표현했습니다.
시스템 체인지란 — 6가지 조건, 세 개의 층
캐나다의 사회혁신 단체 SIG의 정의를 소개했습니다 —
"문제를 그 자리에 붙들어두고 있는 조건들을 전환하는 것."
FSG는 그 조건을 6가지, 세 개의 층으로 설명합니다.
표층 가장 잘 보임
정책 · 관행 · 자원의 흐름 — 제도가 생겼는지, 예산이 배정됐는지 눈으로 확인돼 성과 증명이 쉽다. 그러나 정책·예산이 곧바로 문제를 없애지는 않는다.
중간층
관계 · 권력 — 사람과 조직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가. 여기가 바뀌지 않으면 새 시도를 해도 결국 익숙한 방식과 결론으로 돌아간다.
심층 가장 깊음
사고방식(멘탈 모델) — 당연하게 여기는 믿음, 문제를 정의하는 관점.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핵심은 이 여섯 가지가 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느 하나만 바꿔서는 시스템 체인지가 일어나지 않고, 여섯 조건이 유기적으로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두 지표 — 바꾸고 싶은 건 알지만, 어떻게 연결할지는 약하다
실무자 설문에서 60% 이상이 "시스템 체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해 연대와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많았습니다.
정의를 합의한 적은 없어도, 근본적인 작동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필요에는 공감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시스템 체인지 지향성 — 문제를 만드는 구조·조건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 : 5점 만점에 4.30
시스템 사고 수준 — 문제 요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복합 작동함을 이해하고, 내가 그 시스템에 관여함을 인식 : 3.87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는 분명하다. 다만—
내가 하는 일을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할지는 아직 약한 상태로 읽힙니다.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네 가지 오해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다? — 아니라, 여러 시도와 실패와 변경이 반복되며 학습해 가는 과정에 가깝다. 실패로 보였던 경험이 이후 예상치 못한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인정된다? — 법·제도처럼 가시적인 것만 여기기 쉽다. 그러나 모델을 재해석하고, 공통의 언어를 만들고, 이해관계자에게 표현하는 근본적인 일들은 성과로 인정받지 못한다.
영웅적 개인이 만들어낸다? — 문제를 정의하는 주체, 자원을 연결하는 주체, 제도를 합의하는 주체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조건을 만든다. 내가 어떤 역할을 맡고 누구와 연결될지가 더 중요해졌다.
큰 규모의 변화만 의미한다? — 작고 구체적인 변화가 더 큰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관계·규범·정보의 흐름·사고방식이 함께 움직이느냐에 있다.
종합하면 시스템 체인지는 사회문제를 반복 재생산하는 구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형성되고, 다수의 주체가 결합해 일어나며, 실패를 수반하고,
특정 시점의 성과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장기적 과업입니다.
토론 — 여섯 갈래로 흘렀습니다
① 생존이 시스템을 가린다
첫 답은 생존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글에서 출발했습니다.
여러 조직의 경영관리 실무를 가까이서 보는 참여자는 "조직의 내면이 불투명한 곳이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생존을 고민하는 조직 앞에서 전체를 조망하자는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습니다. 구조를 바꾸려면 사례를 수집해 퍼뜨리는 존재가 여기저기 있어야 하는데, 그 존재가 잘 지내려면 먼저 자기 생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임팩트 필란트로피 쪽 참여자는 생존과 실험을 어떤 비율로 가져갈지의 딜레마를 나눴습니다. 자원의 관행을 바꾸려는 실험적 사업이지만 펀더가 아직 많지 않고, 생존을 100% 고민하다 보니 살필 여력이 없습니다.
사회문제 조직의 숙명도 짚었습니다. 일반 스타트업은 문제를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사회문제 조직은 출발 자체가 그 문제 해결이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미션이 흐려지는 순간 조직이 죽더라는 경험이 공유됐고, 이 공백에서 어떤 태도로 일해야 하는지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② 우리끼리 힘을 모을 수 있을까 — 꼬리표 없는 돈
우리는 이 생태계의 중간지원조직에 과감하게 기여할 수 있는가. 여러 NGO에 기부하는 건 "누군가를 돕는다"로 가시적으로 이해되는데, 이 생태계에 무언가를 한다는 건 일반인에게도 구성원에게도 어필되지 못합니다. 개인들의 펀드가 모이고 관심이 생기면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시스템 체인지를 쉽게 풀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여러 사람과 조직이 실패를 거치며 오래 하는 것". "무술계라면 천만 원도 낼 텐데, 우리 안에서 만 원·2만 원이라도 낼 수 있는지 시도해본 적이 없다." 임팩트 얼라이언스 같은 곳이 기부금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면 참여할 마음은 다들 있는데, 경로가 열리지 않아서 못 해본 것은 아닐까.
반론 — 시스템적 사고가 먼저다
우리는 "출연금 100%를 직접 전달했다"를 경쟁하듯 자랑하는 생태계에 있습니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건, "내 아이는 못 가더라도 누군가 한 명이라도 다녀오면 언젠가 우리 아이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30만 원 숙박비를 낸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직이 아니어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마음을 내겠다"는 전제가 먼저 있어야 이 논의가 다음 단으로 갑니다.
③ 같은 문제를 푸는데 왜 협력이 더 어려운가
다른 분야 조직끼리는 좋은 마음으로 협력하는데, 같은 문제를 푸는 조직끼리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행안부가 매년 12개를 뽑는데 100팀 넘게 지원하는 식이라, 같은 미션을 가지고도 11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깊은 속이야기를 꺼냈다가 드러날까, 상대의 비밀을 빼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러워서 못 물어봅니다.
반론 — 레버리지 때문이 아니라 조심스러움 때문이다. 같이 문제를 푼다는 컨센서스는 이미 다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통의 미션과 각자의 위치·포지션·연결점을 꺼내놓는 일입니다. 내 조직이 뭔지, 저 조직이 뭘 하는지부터 꺼내놓아야 합니다.
조직 성격에 따라 온도가 다릅니다. 연구나 언론은 "내가 다 할 수 없다"를 전제하기에 협력에 적극적입니다. 반면 당장 사업 수주가 급한 조직은 다른 곳이 같은 사업을 따왔다고 박수 치기 어렵습니다. 진행자는 경쟁이 있는 쪽이 오히려 파이가 크고, 그게 생존에 연결된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④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자리와 사람
진행자는 액수보다 "얼마나 자유로운 돈이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유로우려면 출처 자체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나아가 업과 별개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 — 내 협력이 우리 조직에 해가 될 수 있으면 주저하게 되니까. 다만 그러려고 소셜 섹터가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또 만들면 문제의 반복인가 하는 물음도 남았습니다.
"생태계에 좋은 어른이 없다"는 인터뷰 속 말이 소개됐습니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우면서 개별 조직·개인을 찾아다니며 고민을 묻고 연결해주는 자리. 미션 지향적인 개인은 소수지만 존재하는데, 조건을 만들고 뒤에서 조율하는 역할은 주목받기도, 평가·보상받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들을 조명하고 키워내는 것이 생태계의 과제라는 데로 모였습니다.
반론 — 여윳돈이 생기면 협력할까. 하우투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가진 것 안에서 어떻게 협력할지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작게라도 시작하는 게 의미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엑싯한 부자들이 제3지대를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⑤ 사례를 모으고 퍼뜨리는 역할 — 아카이빙과 과정 공유
외부의 "너네 뭐 해?"에 답하려면 경로를 그릴 수 있는 사례가 필요합니다. 영리엔 영업사원이 있지만 소셜 섹터엔 대표부터 다 하느라 없습니다. "우리끼리 엑싯을 시켜주자" — 서로의 영업사원이, 실무자가, 기부자가 되어주자는 제안입니다.
성과공유회 대신 과정 공유회. 대중형 행사와 별개로 실무진끼리 모여 과정과 회고를 나누는 자리를 정례화하면 쌓이는 게 많습니다. 왜 회고를 안 했나 돌아보니 할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강제하는 장치가 없으면 경험이 암묵지로만 남습니다.
과정을 콘텐츠로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한국인은 실패와 미완성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고, 결과 없는 과정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가볍게, 재미있게. 만나고 싶은 회사에 투표해 점심을 연결하는 '큐피드', 옆 조직을 돌아가며 만나는 '로테이션 소개팅'. "우리 생태계를 게임으로 치면 NPC와 플레이어는 많은데, 패치·업데이트·CS를 하는 '라이브 운영팀'이 없다."
⑥ 리더십과 인재 순환 — 변화와 변질 사이
유연함은 필요하지만, 미션이 얼라인되지 않으면 일할 이유가 없습니다. 타협하는 순간 조직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변질되고, 미션이 흐려지면 죽습니다. 1세대 비영리는 타협하지 않는 대신 다음 리더십을 기르지 못해, 물러나면 혼돈이 옵니다. 변화와 변질의 구분은 고객이 귀신같이 아니, 고객의 소리를 듣는 키와 작고 안전한 실험이 필요합니다.
리더십은 훈련받아야 할 역량입니다. 영리는 임원이 되면 개인 코치(6~10회기, 천만 원 안팎)를 붙여줍니다. 비영리엔 그런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좋은 사람인 것과 좋은 리더인 것은 다른데", 리더가 그 인식을 가지면 구성원이 부족함도 용인하고 따르지만, 없이 마이웨이가 되면 구성원이 떠납니다.
인재 순환. 일반 생태계에선 이직이 조직 역량의 유출이지만, 이 생태계는 잘 설계하면 인재가 돌아도 생태계의 역량은 유지됩니다. 개인이 여러 조직을 거치며 영향력을 잇고 결국 자기 조직을 만드는 것이 좋은 모델입니다. 소속과 직책을 뗀 모임, 대표와 실무자의 갭을 줄이는 자리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다시, 고착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고착이 극복해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쓰였는데, 우리가 푸는 문제가 원래 어렵고 복잡하다면
고착은 숙명적으로 자연스러운 기본값이 아닐까. 결식 아동에게 올해 밥을 먹여도 내년에 그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듯이.
그렇다면 고착은 극복 대상이라기보다 함께 돌봐야 할 특성이고, 오히려 고착을 바라보는 관점이 구성원마다 다른 것에 대한 내부의 논의가 더 필요합니다.
동시에 문제 자체가 고착됐더라도 새롭게 보는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진행자는 "펀더(주는 사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마무리 실마리를 던졌습니다.
받는 실험은 많이 해봤지만 주는 실험은 덜 됐다. 꼬리표 없는 돈, 리스크를 감수하는 지원,
그리고 리스크가 있어도 성과가 검증되면 펀딩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화가 되면 선순환이 열립니다.
투자 쪽에서도 '시스템 투자'라는 언어로 비슷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남은 질문들
이날 매듭짓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긴 것들입니다.
가진 것 안에서,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지금 어떻게 협력을 시작할 것인가 — 하우투가 없다
꼬리표 없는(자유로운) 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출처 자체를 어떻게 자유롭게 할 것인가
조건을 만들고 뒤에서 조율하는 미션 지향적 개인·역할을 생태계가 어떻게 조명하고 보상할 것인가
리더십을 역량으로 훈련하는 비영리의 방식은 무엇인가 — 영리의 임원 코칭처럼
"올해는 여기까지 잘 왔다"를, 그리고 "함께 만들었지만 우리이기에 해냈다"를 어떻게 동시에 말할 것인가
받는 실험은 많았는데 주는 실험은 어떻게 해볼 것인가
다음 회차
03회차 · 8월 18일(화) 오전 8시 · 제3장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8층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
🤝 앞선 두 아침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였다면,
3장은 드디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로 들어갑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현장 보드에 실제로 올라온 글이고, 지금도 이 자리에서 공감순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록을 읽고 든 생각·소감·다른 관점을 아래에 바로 이어 적어주세요.
남긴 글은 2회차 보드에도 함께 뜨고, 3회차를 열 때 이 이야기들을 모아 시작합니다.
못 오셨던 분도, 다시 떠오른 생각이 있는 분도 환영합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
기록을 읽고 드는 생각·소감·다른 관점을 남겨주세요.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와 같은 곳에 모입니다. 못 오셨던 분도, 다시 떠오른 생각이 있는 분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