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바꾸는 협력
제 3장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

  1. 왜 다시 협력인가
  2. 협력, 변화의 조건이 되다
  3. 창발적 협력을 위한 마인드셋
  4. 창발적 협력이 가져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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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협력인가

시스템 체인지는 한 조직의 성과나 하나의 해법만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문제가 만들어지고 반복되는 방식이 여러 제도와 관행, 자원의 흐름, 관계와 인식 속에 얽혀 있다면,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 역시 여러 주체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체인지를 말한다는 것은 곧 협력의 방식을 다시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중심에 두고 연결될 것인가, 각자의 자원과 역할은 어떤 변화의 방향을 향해 정렬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관성과 이해관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함께 질문해야 합니다.

협력을 어떻게 설계하고 작동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현장과 학계에서 오랫동안 다뤄져 온 주제입니다. 어댑티브 리더십(Heifetz 외, 2009), 컬렉티브 임팩트(Kania & Kramer, 2011), 시스템 리더십(Senge, Hamilton & Kania, 2015), 스트레치 협력(Adam Kahane, 2017), 임팩트 네트워크(Ehrlichman, 2021) 등의 개념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개념은 복잡한 사회문제는 선형적인 계획과 단일한 개입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우며, 다양한 행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과정 속에서 변화의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전제를 공유합니다. 결국 변화는 누군가 정답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는 따르는 방식보다, 공유된 문제의식과 방향성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주체들이 연결되고 조율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실행과 관계의 패턴을 만들어낼 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협력과 관련한 개념과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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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변화의 조건이 되다

이러한 통찰을 우리 생태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놓일 구체적인 조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와 설문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현장의 목소리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요구 너머에,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들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본 연구는 시스템 체인지의 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방식의 협력으로써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을 제시합니다. 이는 기존 협력 관련 연구 및 논의가 축적해 온 통찰을 바탕으로 하되, 우리 생태계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고착의 감각을 통해 구체화한 협력의 방향성입니다.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처음부터 완성된 구조를 갖추고 출발하는 협력이 아니라, 질문과 해석, 관계와 실천이 협력의 과정 내에서 새롭게 출현하는 협력입니다. 또한 한계 앞에 선 변화 주체가 정답을 가지고 시작하는 협력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중심에 두고 요구되는 연결을 형성하며 관계와 권한 구조를 조정해 가는 협력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창발은 각자의 기여가 단순히 합해지는 것을 넘어, 사람과 자원, 언어와 판단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의도되지 않은 결과가 출현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협력에서의 핵심은 사전에 완벽한 결과를 설계하는 작업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생태계 차원에서 공동으로 형성하는 작업입니다.

그럼 이 협력이 기존의 협력 방식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우리 생태계에 지금 필요한 협력의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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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협력의 구심점

자원의 논리 Financial logic공동의 목적 Common purpose

자원의 논리 Financial logic

현재의 협력은 공동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기보다 자원이 흐르는 경로를 따라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어떤 접근이 가능하다고 간주되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범위가 허용되는지는 협력 참여자 간 숙의보다 자원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협력의 중심에 문제 자체보다 자금을 둘러싼 조건이 위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 내에서는 현장의 필요보다 자원제공자의 관점이 우선적으로 다뤄지기 쉽습니다. 문제를 가장 근접하게 경험하는 주체의 언어보다, 자금을 설계하고 배분하는 주체의 관점과 서사가 더 강조됩니다. 그 결과, 협력은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보다, 사전에 설정된 우선순위와 구조 안에서 가능한 범위를 조정하는 과정에 가까워집니다.

국제협력 NGO
실무자 S
재원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라는 구도 때문에, 재원을 주는 쪽의 의견에 끌려가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임팩트를 창출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사회혁신 미디어
편집장 A
실제로 현장에 있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이나 스토리, 서사가 훨씬 많이 발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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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성과로 보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기준 또한 협력의 깊이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협력의 성과는 수혜 인원, 행사 횟수, 단기 산출과 같은 가시적 수치로 설명될 때 보다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기 쉽습니다. 반면 관계 형성의 시간, 서로 다른 관점 간의 조율 과정, 실패를 통한 경험의 축적, 문제의 재해석과 같이 수치로 환산되기 어려운 요소는 협력의 핵심임에도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결과 협력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작업이기보다, 단기간에 설명 가능한 결과를 산출하는 안전한 방식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생태계 현장
실무자 M
당장 눈에 보이는 수혜 인원수, 행사 횟수 등 정량적 수치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혁신 조직
대표 B
투자의 방식이 들어오면서 성공만을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게 되었습니다.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자꾸 골라서 들으려고 하는 것이 사실 사회혁신 생태계를 되게 가볍고, 연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협력이 심화되지 못하는 데에는 시간 조건도 크게 작용합니다. 단기 프로젝트 중심의 자원 배분과 단기 성과 입증을 요구하는 자원 배분 구조 내에서는 협력의 장기적 지속과 발전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가시적 목표가 달성되면 관계는 곧 종결되고, 축적된 신뢰와 경험도 다음 단계로 연결되기보다 단절되기 쉽습니다. 그 결과 협력은 축적되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반복하게 됩니다. 현재 협력이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애초에 지속이 어려운 시간 구조 내에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회문제
연구자 T
가시적인 목적 달성 정도로 마무리하고 각자의 일로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협력은 일회성으로 그쳤습니다.
네트워크 조직
팀장 C
증빙과 측정의 책임을 펀더가 아닌 현장조직이 지는 소모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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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 조직
대표 E
결국 지금의 생태계에서는 필요한 협력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원의 형식에 맞게 설명 가능한 협력만 살아남습니다.
사회혁신 미디어
편집장 A
돈의 사용 방식이 다양하지 않고, ‘저 공식을 따라야 되나 보다’라는 공식이 강해지면서, 이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공동의 목적 Common purpose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자원 흐름이 아닌 공동의 목적을 구심점으로 합니다. 협력의 출발점은 자원 보유 규모나 영향력의 분포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변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에 있습니다. 누구와 협력할지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달라집니다. ‘누가 도움이 되는가’보다 ‘누가 이 문제를 함께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 됩니다. 즉각적 성과를 산출하는 관계만을 추구하기보다, 공동의 목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관계가 우선시 됩니다.

공동의 목적이 명확해질 때, 협력은 각자의 영역을 방어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다 큰 변화 안에서 자기 위치와 역할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서로 다른 조직과 주체가 ‘무엇을 획득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공동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를 중심에 둘 때, 협력은 이해관계 조정에 머물지 않고 공동의 방향을 형성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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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협력의 반경

경계 안에서 Within-sector경계를 가로질러 Cross-sector

경계 안에서 Within-sector

협력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위치하는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협력이 작동하는 반경입니다. 생태계에는 다양한 영역이 공존하지만, 그 다양성이 연결의 자산으로 활용되기보다 분절의 구조로 고착되어 온 측면이 있습니다. 시민사회, 사회적 경제, 임팩트투자 같은 각 영역은 저마다의 문제의식과 전문성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서로 다른 언어와 기준, 네트워크와 자원 구조 안에서 개별적으로 작동해오기도 했습니다.

사회문제
연구자 T
민산학연관 섹터마다 문화가 너무 다르고, 소통하는 언어도 다릅니다. KPI도 달라서 협력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네트워크 조직
팀장 C
시민사회, 임팩트, 사회적 경제, 인권, 여성, 환경, 청년, 교육, 복지, 로컬 등의 영역이 너무 분절되어 있고, 내가 속한 네트워크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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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장에서 다뤄지는 사회문제가 이 경계를 따라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 문제는 정책과 지역, 복지와 노동, 젠더와 주거, 환경과 산업처럼 다중의 층위에 걸쳐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계는 여전히 각자의 영역 내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합니다. 그 결과 협력은 문제의 복합성을 따라 확장되기보다 섹터 간 벽에 가로막혀 축소됩니다. 각자의 개입이 어느 지점에서 결합 가능한지를 상정하는 역량 또한 약화됩니다.

이러한 분절은 단순히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각 영역이 자기 전문성과 정체성을 보존해 온 방식이 곧 경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개별 영역은 점진적으로 정교해지지만, 그 정교함이 문제의 복합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향보다 오히려 그 가능성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회혁신 전문 미디어
편집장 A
경계 짓는 마음이 진짜 중요한 사회문제를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영역을 한정 지어 측정하려다 보면 실제 문제가 더 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복잡성이 간과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섹터를 가로지르며 존재하지만, 협력은 여전히 섹터 간 경계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경계를 가로질러 Cross-s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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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섹터 구분이나 역할의 울타리에 구속되지 않고, 경계를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사회문제를 둘러싼 현실은 이미 다양한 제도와 영역, 이해관계가 결합되어 작동하므로, 단일 영역이나 익숙한 네트워크만으로는 충분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누구와 협력할지를 결정할 때도 ‘우리와 얼마나유사한가’보다 ‘현재 이 변화에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 됩니다. 공공과 기업, 비영리와 투자, 지역과 당사자 집단처럼 상이한 언어와 논리를 보유한 주체가 한 자리에 결합될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협력의 반경은 단순히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합니다. 서로 다른 영역과 자원이 결합되기 시작할 때,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관점과 수단, 실행력이 단일 흐름 안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는 기존 시스템이 쉽게 허용하지 않던 결합과 가능성을 현실로 가시화하고, 특정 영역 내에서만 반복되던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경계를 보존하는 협력이 아니라, 경계를 넘어 요구되는 동력을 결집하는 협력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3협력의 리더십

조직 차원 Organization-level생태계 차원 Ecosystem-level

조직 차원 Organization-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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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은 행위자들의 단순한 연결만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역할을 분담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형성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생태계에는 협력의 필요를 말하는 언어에 비해 협력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설계와 조율의 기능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부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거나 특정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협업은 작은 결정 하나에도 큰 동력이 소요되고, 피로와 오해가 누적되기 쉬워집니다. 협력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협력의 작동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부재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현재 한국 생태계는 개별 조직을 운영하는 조직 단위 리더십에는 익숙하지만, 생태계 단위 리더십은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개별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역량과 서로 다른 조직과 섹터를 결합하여 공동 방향을 형성하는 역량은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후자에 대한 투자와 학습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협력의 중요성은 반복적으로 강조되지만, 그것을 지탱할 역할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회혁신 전문 미디어
책임자 A
생태계 단위 협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역량이 절대적으로 비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이 시도들이 굉장히 낮은 레벨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키워내는 건 이 생태계가 해야 할 중요한 미션입니다.
사회혁신 네트워크 조직
팀장 C
협력이 어려운 이유는 조직 단위의 리더십을 넘어 생태계 단위의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충분히 길러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생태계 차원 Ecosystem-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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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기반 창발적 협력은 ‘시스템 리더십(systems leadership)’으로 명명되는 생태계 단위 리더십이 협력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듭니다. 시스템 리더십은 단일 주체가 중심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협력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각각 상이한 경험과 맥락, 속도와 판단 기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단일 명령 체계로 결합하려 할 때 협력은 경직되고 형식화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각자가 보유한 맥락과 판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은 신뢰와 자율성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때 변화의 주체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리더라기보다, 서로 다른 사람과 자원, 관점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하나의 ‘노드’로 참여합니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시스템 리더십의 감각을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신뢰와 자율성 위에서 작동할 때, 협력은 참여자들의 가능성을 확장합니다. 각 변화 주체가 자기 위치에서 판단하고 이동할 때, 협력은 단순한 역할 수행을 넘어 상호 실천을 확장하는 과정이 됩니다. 협력의 중심에 있는 행위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지 않을 때, 인정과 책임, 리더십이 공유될 여지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협력은 단일 행위자의 통제 아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체계가 아니라, 각자의 자율성을 유지한 채 공동의 목적을 향해 함께 움직이는 살아 있는 과정이 됩니다.

이상의 세 가지 대비를 통해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과 기존 협력이 갖는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기존 협력이 자원의 조건을 따라 형성되고, 익숙한 섹터 경계 안에서 반복되며, 특정 조직이나 개인의 조율 역량에 크게 의존해 왔다면,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공동의 목적을 기준으로 관계를 재배열하고, 문제의 복합성에 맞게 경계를 가로지르며, 신뢰와 자율성 위에서 리더십과 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창발적 협력을 위한 마인드셋

이러한 협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는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다섯 가지 마인드셋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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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불편한 차이 수용하기

시스템 내에서 변화를 추구할 때, 동일한 언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변화 주체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시스템을 움직이는 자원과 제도, 관행과 영향력은 특정한 변화 주체들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위치와 이해관계를 가진 행위자들 사이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익숙한 언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주체들끼리의 협력만으로는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언어, 다른 속도, 다른 우선순위를 가진 행위자와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때의 핵심은 처음부터 완전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제거하지 않은 채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된 문제의식과 목적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은 불편을 수반합니다. 서로가 중시하는 가치와 성과 기준이 상이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 내에서, 기존에 결합되지 않았던 자원과 관점, 실행력이 하나의 흐름으로 만나 교류하게 됩니다. 요구되는 것은 매끄러운 합의의 기술보다,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행위자들과 함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유연하고 적응적인 태도입니다.

2시스템 안에서 가능성 읽기

창발적 협력을 위해서는 경직된 시스템을 단순히 극복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시스템 내부에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자원과 기회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도 내 예산, 기존 인프라, 형성된 네트워크,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언어 등은 본래 다른 목적을 위해 설계되었더라도, 그것을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경우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핵심은 자원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고 해석을 변화시키는 작업입니다. 제도권의 자원을 활용하되 기존 방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협력 구조를 다르게 설계할 수 있고, 기존 플랫폼이나 조직 기반을 새로운 실험의 발판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부재할 경우 ‘아직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력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경로는‘완벽한 외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내부’에서 가능한 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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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로 다른 언어 연결하기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단일 중심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협력 주체들이 사용하는 언어, 시간 감각과 성과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누군가가 정답을 보유하고 전체를 이끌려할 경우, 협력은 형식화되거나 와해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에서 요구되는 역할은 중심에서 통제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와 이해를 번역하고, 차이가 있는 기대를 조율하며, 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조율과 번역의 역할은 가시화되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협력의 지속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기능합니다. 어떤 주체는 문제의 시급성을, 다른 행위자는 제도의 한계를, 또 다른 행위자는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핵심은 어느 하나의 언어를 표준으로 설정하여 나머지를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이해가 가능하도록 매개하는 것입니다.

4권한 나누기

일반적인 협력은 고정적인 역할 구분 위에서 진행됩니다. 자원을 가진 주체가 방향과 기준을 설정하고, 현장과 가까운 주체가 실행과 책임을 담당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협력을 수동적인 역할 분담으로 협소화하기 쉽습니다. 문제에 가장 근접한 주체의 판단이 결정에 반영되지 않거나, 실행 주체가 조정의 여지없이 주어진 틀 안에서만 작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이러한 관행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신뢰를 기반으로 누가 의제를 형성하고 판단하며 책임을 부담하는지 재배치합니다.

권한과 책임의 분산은 단순히 민주적 외관을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문제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체의 판단이 실제 결정에 반영되고, 실행 주체가 일정한 조정 권한을 가질 때 협력은 보다 살아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협력은 누군가의 선의에 의존하는 동원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과 통찰이 함께 발전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모두를 동질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권한이 일방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분산하고 조정하려는 노력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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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완결 대신 여지 남기기

상이한 이해관계를 일거에 조정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완성형의 구조를 만들려 시도하기보다, 가능한 작은 실험을 통해 다음 가능성을 여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함께 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우선 연결하고, 작은 변화를 함께 만들어보며, 그 경험을 기반으로 더 큰 협력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합의를 요구할 경우 협력은 시작 전에 난관에 부딪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작은 성공과 실패를 함께 경험하며 신뢰와 언어, 정당성을 축적할 경우, 이전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다음 단계가 가시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노력은 현재의 조건 안에서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는 협력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은 결과를 위한 도구에 머물지 않고, 기존 시스템이 쉽게 수용하지 않던 변화를 점진적으로 현실에 정착시키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 마인드셋은 개별 실천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할 때 의미를 갖습니다. 서로 다른 위치의 행위자들이 차이를 수용하며 연결되고, 시스템 내에 분산되어 있던 자원과 기회가 새롭게 배열되며, 통제보다 조율과 번역을 통해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될 때, 처음에는 부재했던 질의와 해석, 관계와 실천의 가능성이 출현합니다. 따라서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한 번의 시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드백과 공동 학습을 통해 계속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입니다. 그럼 이러한 협력이 시스템 내에서 만들어내는 변화의 모습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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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적 협력이 가져올 변화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그 자체로 시스템 체인지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협력 사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제도와 관행, 자원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시스템 체인지의 가능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기존 시스템이 자원의 논리, 섹터의 경계, 조직 단위 리더십의 관성 속에서 반복적으로 작동해 왔다면,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그와 다른 방식으로 주체들을 연결하고, 문제를 해석하며, 실행을 조직합니다.

시스템은 다양한 행위자와 자원, 규칙과 인식이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유지됩니다. 따라서 시스템의 변화 역시 하나의 강한 개입이나 단일한 해법만으로 발생하기보다, 상호작용의 방식이 달라질 때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서로 다른 주체들이 공동의 목적을 중심으로 연결되고, 기존에 만나지 않던 자원과 관점이 결합되며, 작은 실험과 학습이 다음 실천의 조건이 될 때 시스템 안에는 이전에 없던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창발적 협력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상호작용의 조건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협력의 양보다 협력의 문법입니다. 더 많은 회의, 더 많은 네트워크, 더 많은 공동사업이 자동적으로 시스템 체인지의 조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중심에 두고 연결되는지, 누구의 언어와 판단이 반영되는지, 어떤 실험과 학습이 허용되는지, 자원과 권한이 어떻게 배치되는지가 달라질 때, 협력은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그런 점에서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시스템이 다르게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접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시스템 체인지 자체는 다수의 요소와 우연, 상이한 수준의 상호작용이 결합되어 발생하므로 누군가에 의해 완전히 의도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창발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의도적으로 형성할 수는 있습니다. 서로 다른 주체들이 공동의 목적 아래 결합되고, 분산된 자원과 기회가 재결합되며, 실험과 학습이 축적되고, 권한과 책임이 조금씩 재배치되는 과정은 시스템 체인지의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이 됩니다. 따라서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은 시스템 체인지를 보장하는 해법이라기보다, 시스템 체인지가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적 조건을 만들어가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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