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필요한 지식콘텐츠를 발행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시간짜리 영상을 만드는 것도 너무나 쉬워졌고, 연구보고서도 뚝딱하면 나온다. 가지고 있는 생각을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글을 쓰고, 문장력을 높이고, 오타를 점검하는 일들은 이제 손쉬운 일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AI가 쓴 건 티가 난다고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프롬프팅하느냐에 따라 그 '밤티'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하물며 AI가 썼으면 어떠하랴. 나조차도 AI의 도움을 듬뿍 받은 글들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한다. 도구 없이 맨몸으로 접근할 수 있던 정보력과 도구를 활용해서 접근하는 정보력이 천차만별이기에, "왜 기계로 만들었어? 장인이라면 응당 땀을 흘려서 만들어야지!" 하는 고정관념은 깨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또한 AI를 십분 활용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습득한 지식들이, 함께하는 순간들에서 나오는 반짝이는 사상들이 휘발되기 전에, 그리고 우리 안에서만 남는 것을 넘어 최대한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면서 AI를 활용한다. 확실히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발행하니 그 속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라졌다. 쌓여만 가던 자료더미들이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물길이 트였다. 게다가 '콘텐츠'가 되기 위한 최종 작업들(오타 점검, 글자 수, 문장 길이 등)을 거치니 이전에 발행하던 것들보다 훨씬 가독성이 높다. 우리는 그렇게 이 도구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기본을 돌아본다. 분명 AI 덕분에 흩어져 있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정갈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쉬워졌고, 이전에 직접 0에서 1을 만들 때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매력'을 기준으로 볼 때 위기의식을 느낀다. 이전에 읽기도 힘들 정도로 밀도 높은 글들을 펴낼 때, 읽는 사람은 지금보다 적었어도 글을 통해 감화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도달되는 '뷰어 수'는 눈에 띄게 올랐지만 그때의 반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마음으로 지금의 콘텐츠 시장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피로감'이다. 잘 팔리는 콘텐츠가 등장하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우후죽순 나오고, 'OO하는 법'의 ebook들이 쏟아져 나온다. 적어도 책이라면 가장 잘 기획되어 만들어진 정제된 콘텐츠라는 믿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조차도 AI를 활용하면서, 이 문제를 AI의 재생산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아이디어를 쉽게 만들어내는 '딸깍'의 도구 앞에서 흔들린 것이겠지. 그러니 우리는 가장 기본을 잊으면 안 된다.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걸까.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주인공 황동만의 형이자 시인이었던 황진만은 이렇게 말한다. "왜 글을 쓰냐면, 그건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기 때문."
어느 순간, 콘텐츠를 만드는 목적을 말 그대로 '우리가 한 걸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삼았다. '보여주기' 위해 어떤 글을,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봐줄까'를 고민하지 못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하려면 단지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라, 그 문제의 현장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힘을 다해 고민하고 마주하면서 찾은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작 우리를 보여주기 위한 글에서는 그 '힘'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연구탐사대로서 콘텐츠를 발행하는 이유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는 이들이 만든 콘텐츠'가 얼마나 가치 있고 매력적인지를 함께 경험하고, 각자의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꿈꾸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본다. "어떻게 보여줘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