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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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1회차 — 2인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연탐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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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이미 근대적 합리성으로는 존재부터가 설명이 안 되는 거예요." (지윤대원)

8월 13일, 연탐스터디 시즌5 목요모임에서는 한디디의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읽습니다. 모임을 제안한 윤희대원은 연구탐사대 안에서 '커먼즈'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지만 정확히 커먼즈의 의미와 적용이 와닿지 않아 커먼즈를 알 수 있는 입문서를 읽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이 모임에는 커먼즈를 단어로만 알던 사람들과, 중심 연구주제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였습니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서로 다른 현장에서 왔고, 그 차이가 이날 나눔의 밀도를 만들었습니다.

1/ 각자의 현장에서 바라보는 커먼즈

윤희대원은 전승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데, 무형유산은 끊임없이 변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향유하는데도 현장에서는 자꾸 박제화된다고 합니다. 그 해법을 고고학이 아니라 사회학·정책학 쪽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책을 먼저 제안했습니다.

보은대원은 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사회 문제를 풀려면 잘 만들어진 제도가 필요하다고 믿어왔습니다. 존 롤스의 철학처럼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가장 공평하다"라는 가치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합리성이 메우지 못한 구멍들이 존재하는 걸 보게 됩니다.

윤상대원은 행정학에서 플랫폼 거버넌스를 연구했습니다. 위키, 오픈소스 커뮤니티, 블록체인 탈중앙화, 경의선 공유지를 계속 봐왔는데, 고민은 "플랫폼일수록 중앙집권적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윤대원은 커먼즈를 2~3년째 파고 있습니다. 주거복지 쪽에서 도시커먼즈,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처럼 이미 법제도화된 사례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2/ 합리성의 함정에 빠져버린 순간

커먼즈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는 첫 장을 읽으면서 공정한 사회를 위해 설계된 제도 위에 더 견고하게 만들기 전 무엇이 옳은가를 되묻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옳음(right)'은 '좋음(good)' 위에 선다는 매킨타이어의 말처럼, 우리가 일궈 온 관리체계가 어떤 도덕적 기준 위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누군가를 소외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목합니다.

"자연을 관리하고 채취하고 개발하는 걸로 바라본다면, 그런 식으로 자원을 나누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커먼즈 해체와 함께 등장한 것" 아, 이게 인간주의적인 생각이었구나. 그래서 이쪽 진영의 사람들이 비인간, 인간 너머의 것을 계속 얘기했구나.

3/ 그렇다면 소유하는 것이 나쁠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커먼즈'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커먼즈의 반대편인 자본시장과 시장주의에 대한 적대감이 오히려 대안적 커먼즈를 기대하지 않게 하기도 합니다.

"사적 소유 이전이 미화되고 사적 소유가 악마시되는 느낌. 사적 소유는 자본가의 탐욕만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를 세우려던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지 않을까? 커먼즈가 개인의 권리를 배제하는 방향이라면 곤란하다." (윤상대원)

4/ 개인에서 2인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지윤대원의 한 예를 통해 다시 커먼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윤대원은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의식이 커먼즈에 꽂히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지적장애인은 지적 판단이 안 됩니다. 신체장애인은 항상 옆에 지원인이 한 사람 더 붙어 있어야 합니다. 2인, 3인으로 세트로 움직여야 하는데, 근대적 합리성은 다 1인 주의이니 애초에 인간 존재로 시작을 안 하는 것입니다. "권리의 주체로서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아예 근대에서부터는 빵이었던 거죠." (지윤대원)

그래서 필요한 것은 공동체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2인·3인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인간관. 거기에 상호의존과 위태로움이 온다고 했습니다. "합리성이 놓친 부분을 메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윤대원)

이 책은 커먼즈 영역의 입문서와 같다고 해요. 커먼즈 담론은 이미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나 지역자산화처럼 법제도로 뻗어나가 있다고도 합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커먼즈 담론, 그리고 우리가 근대적 합리성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책. 한디디(2024), 『커먼즈란 무엇인가 — 자본주의를 넘어서 삶의 주권 탈환하기』(빨간소금)


연탐스터디는 연구탐사대 대원들이 직접 제안하고 호스트가 되는 자율 책모임입니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하나의 질문을 정해, 읽는 과정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