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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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는 서울시립대학교 RISE사업단이 발주하고 (주)나이오트가 수행한 서울RISE 지역현안문제해결 「로컬임팩트솔루션 세부주제 도출 연구」(2026. 6. 5 ~ 7. 22)의 참여자 연구 산출물입니다. 저작권은 각 연구진에게 있으며, 나이오트는 발주기관의 동의를 얻어 웹 재편집본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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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재개발은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며, 지가 상승 및 경기 활성화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그간 긍정적으로 여겨져 왔으며, 나아가 하나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정작 그 재개발이 가져오는 기존 거주민의 소외와 이에 파생되는 사각지대는 다소 외면받아 온 측면 또한 존재한다. 이는 신당동의 재개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신당동 더하기’ 팀원 중 한 명은 평소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해당 지역을 자주 지나쳤으며, 그 과정에서 신당동의 재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재개발 구역의 분위기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신당동의 재개발에 관한 기사들 역시 재개발 이후 펼쳐질 장밋빛 미래만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엔 약자는 없었다. 재개발이 가져올 밝은 미래 뒤편에는 재개발을 위해 희생되고 쫓겨나는 이들이 있었으나, 그 누구도 그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특히나 가장 취약할 노년층의 이야기는 재개발이란 거대한 담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누구보다도 신당동에 오래 살아왔고, 그래서 신당동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들의 삶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였다.
우리 연구팀은 사전답사에서 그곳에 거주하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재개발의 당사자임에도 외부인인 우리보다도 재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분도 계셨고, 또 재개발에 대한 목소리를 냈음에도 그것이 반영되지 않음을 하소연하는 분도 계셨다. 사전답사가 끝난 후 팀원들의 머릿속엔 ‘왜?’라는 질문이 맴돌았다. 왜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왜 그분들은 당신들의 삶의 터전에서도 소외되었던 것일까? 우리 팀은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이에 신당 재개발 8·9·10구역을 중심으로 신당동 재개발 구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배제 문제를 연구하고자 하였다.
이 문제로 가장 직접적으로 고통받는 이는 신당 재개발 8·9·10구역에 거주하는 노년층, 그 중에서도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월세 세입자 독거노인이다. 이들은 보상과 이주 협상의 실질적 발언권이 소유자에게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자격조차 명확히 주어지지 않으며, 정보를 전달받고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가족이나 공동체 네트워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겪는 고통은 크게 두 겹으로 나뉜다. 하나는 재개발 이전부터 이어져 온 열악한 주거 환경 자체다. 난방과 배관이 낡은 저층 주택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진다. 다른 하나는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와 의견의 소외다. 이들은 재개발 사업의 당사자이니만큼 누구보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하지만, 정작 이들에게는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자신에게 무엇이 요구되고 무엇이 주어지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때,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더라도 그것이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경로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이 두 겹의 고통은 서로를 강화한다.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에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정보 소외 때문에 정작 그 ‘벗어남’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이들은 신당동을 떠나야 하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조건으로 가야 하는지, 또 언제 떠나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판단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정보와 협상권의 소외는 비단 고령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젊은 세입자가 정보 부재를 다른 경로로 보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고령층은 정보 접근과 활용 자체에서 이미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다. 실제로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과 함께 4대 정보취약계층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며(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0)), 재개발 공고가 우편이나 조합원 단체 채팅방 등으로 전달되는 현재의 방식은 이러한 정보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되어 있다. 즉 동일한 정보 소외라도 고령 세입자에게는 훨씬 더 실질적인 단절로 이어진다. 특히 독거노인은 가족과의 동거 여부에 따라 이동이나 의료 접근성에서 뚜렷한 격차를 보이는데,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가구에 비해 홀로 사는 노인은 거동이나 교통 불편으로 인해 필요한 도움에 접근하지 못하는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1코노미뉴스(2024)) 이는 재개발 절차상 정보를 전달받고, 필요시 대신 문의하거나 동행해 줄 수 있는 관계망 자체가 독거노인에게는 더욱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팀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어르신들 중 다수가 바로 이 자리에 있었다. 재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자신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살고 싶지도 떠나고 싶지도 못한 상태였다.
현재 국내에는 재개발 과정에서 배제되는 세입자 노인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재개발을 다루는 연구는 대개 소유주의 자산 변화, 지역 경제 효과, 도시계획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노인 문제를 다루는 연구는 대개 돌봄과 고립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예를 들어,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가 겪는 어려움을 다룬 연구(최재용 외, 2012)는 있지만 고령이라는 변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고령자의 주거환경 배제를 다룬 연구(이새롬·박인권, 2022)는 존재하지만, 재개발과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전제하기보다는 대체로 자연적 이주나 일반적 도시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즉, 재개발이라는 사건 한복판에 놓인 세입자 노인이라는 자리는 어느 쪽 연구에서도 정면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실증 연구 증거가 아직 없다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접 연구들이 이미 확인한 피해의 심각성이 이 교차점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아직 아무도 묻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도 정면으로 묻지 않았던 자리이기에, 지금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 이후 이 주제를 다룰 이들에게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이 문제는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절박하다. 신당9구역은 20년째 ‘재개발’이라는 말만 맴돌고 있다. 시공사가 선정되고 사업계획이 발표되기를 반복하면서도 실제 철거는 시작되지 않았고, 그 사이 세입자들은 비가 새는 집에서 계속 살아왔다. 소유주는 ‘곧 헐릴 집’이라며 수리를 미루고, 동시에 ‘보증금 줄 테니 나가라’고 요구한다. 세입자는 곧 떠날 곳이라 손보지 않는 집에서, 언제 떠날지도 모른 채 버틴다. 이건 특정한 사건 하나가 아니라 20년간 누적되어 온 방치이며, 그 20년 동안 이 문제를 정면으로 기록하고 물은 이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당동 곳곳에서, 그리고 서울의 다른 재개발 예정지에서 같은 시간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그만큼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짚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아무도 묻지 않는 문제로 남을 것이다.
우리 팀은 이 배제를 누군가의 악의로 보지 않는다. 소유주도, 조합도, 지자체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합리성을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 합리성들이 겹치는 자리에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세입자 어르신은 어느 관계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남겨졌다. 우리 팀은 신당동 재개발 예정지 및 진행지에서 세입자 어르신이 실제로 겪는 소외와 삶의 질 하락, 주거 선택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출처 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0).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 1코노미뉴스. (2024.05.08). 어버이날도 혼자… 독거노인 ‘사회적 고립’ 심화. 1코노미뉴스. 3) 최재용, 고민구, 서순탁. (2012). 도시정비사업에서 세입자 손실보상 실태분석과 제도개선 방안. 한국정책연구, 12(4), 591–608. 4) 이새롬, 박인권. (2022). 고령자 관점에서 본 주거환경 포용성: 이론적 개념화와 서울시 고령자의 경험. 공간과 사회, 32(3), 62–105.
문제분석
신당동에는 재개발 절차를 관리하기 위한 규정, 관리 주체, 전달 수단이 모두 존재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주민 의견 수렴을 명시하고, 조합은 정관에 따라 운영되며, 이주비와 이사 공지는 조합 사무실을 거쳐 우편과 문자로 전달된다. 그리고 기존 거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역시 존재한다. 즉 문제는 이 절차 자체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모든 자원이 향하는 대상이 처음부터 소유주로 한정되어 있다는 데 있다. 규정이 명시한 ‘주민’은 실질적으로 조합원을, 조합원은 곧 소유주를 가리킨다. 세입자는 의결권이 없을 뿐 아니라, 정보를 받을 권리도 소유주를 거치는 간접적인 형태로만 존재한다. 소유주가 전달하지 않거나 이주비를 가로채더라도 이를 확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창구는, 우리가 확인한 범위 안에서는 없었다. 신당9구역처럼 재개발이 20년째 지연되는 동안 노후 주택을 수리하거나 세입자의 임시 거처를 지원하는 장치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신당동에 추가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규정의 신설이 아니라, 이미 소유주를 향해 짜여 있는 기존 절차에 세입자라는 당사자를 실제로 연결하는 일이다. 조합 사무실이 세입자에게도 열려 있는 창구가 되고, 이주비·이사 공지가 소유주를 거치지 않고도 세입자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현장에서 확인한 ‘없는 것’의 핵심이다.
출처 1) 김승환. (2025. 07. 24). 신당9구역 재개발 20년 지연 끝에 ‘잭팟’ … 층수 2배·가구수 500가구로 확대. 뉴데일리. 2) 유승한. (2025. 07. 30). 신당9구역 ‘공공기여 완화’…재개발 ‘청신호’. 딜라이브뉴스.
신당 재개발 구역의 당사자는 크게 세 층위로 나뉜다. 하나는 조합원, 즉 소유주다. 이들은 의결권을 갖고 조합을 통해 정보를 받으며, 재개발의 진행 여부와 속도를 사실상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다른 하나는 세입자다. 이 중에서도 우리 팀이 주목하는 것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월세 세입자, 그중에서도 홀로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다. 이들은 조합원이 아니기에 의결권이 없고, 재개발 관련 정보 역시 소유주를 거쳐야만 받을 수 있는 구조에 놓여 있다. 마지막으로 조합과 지자체가 있다. 조합은 절차를 관리하는 실무 주체이며, 지자체는 그 절차를 감독하는 위치에 있지만, 세입자와 직접 접촉하는 지점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이 세 층위 사이의 관계는 수직적이며, 정보와 권한이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소유주는 조합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세입자는 그 소유주로부터 정보를 받는다.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한 세입자 어르신은 시공사가 이미 작년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문자나 우편 등 어떤 경로로도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그의 답변은, 이 정보 격차가 추상적인 구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상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보여준다.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조합원들 역시 세입자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으나, 이를 조합이 다룰 문제가 아니라 국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로 여기고 있었다. 이는 조합원들이 이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의 범위 바깥에 있는 문제로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세입자의 소외는 누군가 적극적으로 배제해서가 아니라, 각 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남겨진 결과에 가깝다.
이러한 구조가 신당동만의 특수한 사례는 아니다. 재개발 세입자 보상제도를 다룬 한 실증연구는 조합원·세입자·공무원·전문가·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세입자 집단이 보상 수준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는 반면 조합원과 협력업체는 이를 오히려 부담으로 여기는, 정반대의 인식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1) 같은 조사는 세입자의 사업 참여 기회 부족과 정보공개 미흡 역시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라고 확인했다. 즉 소유주와 세입자가 재개발을 바라보는 온도차, 그리고 세입자가 정보와 참여에서 소외되는 구조는 신당동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국내 재개발 사업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에 가깝다.
출처 1) 김진수, 「재개발 주거세입자 보상제도 개선방안 연구」, 『토지공법연구』 제90집, 한국토지공법학회, 2020, pp. 71–92.
신당동 재개발이 근거하고 있는 핵심 법률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다.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은 정비사업의 조합원을 ‘토지등소유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재개발 진행 여부와 방식을 투표로 결정하는 권리는 소유자에게 주어지며, 세입자는 이 조항의 정의 안에 처음부터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같은 법 제61조는 사업시행자가 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되는 주택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등의 시설에 임시로 거주하게 하거나 주택자금의 융자를 알선하는 등 임시거주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보상 기준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를 따르며,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는 가구원 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다.
즉 이 제도가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위치는 명확하다. 재개발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에는 서지 못하지만, 그 결정이 끝난 뒤 정해진 보상을 받고 정해진 기한 안에 나가는 자리다. 따라서 세입자가 재개발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하는 것이 절차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제39조에 따르면 그는 애초에 그 결정에 동의를 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세입자는 그 사업의 당사자라기보다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동해야 하는 존재로 위치 지어진 것이다. 보상 조항이 함께 마련된 것은 이 이동에 따르는 최소한의 손실을 메우기 위한 장치로 추정되며, 세입자가 사업의 방향 자체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절차까지는 상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설계는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서 세입자로 살아온 신당동 고령 거주자의 상황과는 뚜렷한 간극을 보인다. 법은 이들에게 보상금을 약속하지만, 그 보상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에 이들이 개입할 자리는 마련해 두지 않았다. 우리 연구팀은 이것이 실제로 세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조합 측은 이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세입자와 조합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출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우리 팀은 신당동 세입자 배제 현상을 특정 조합이나 개인의 악의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세 가지 이론적 렌즈를 통해 이 배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구조주의(structuralism) 관점은 이 연구의 기본 태도를 이룬다. 이 관점에서 재개발의 결과는 어느 한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행위자들이 각자의 합리성에 따라 움직인 결과가 우연히 겹쳐지며 만들어진다. 조합원은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고 자산 가치를 높이려 하고, 조합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합원에게만 정보를 전달하며, 지자체는 형식적 요건 충족에 집중한다. 이 각각의 선택은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그 결과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세입자라는 존재는 누구의 의도도 아니게 시야 밖으로 밀려난다. ‘악인은 없다’는 우리 팀의 문제의식은 이 관점에서 나온다.
둘째, Logan과 Molotch(1987)의 성장기계론(Growth Machine Theory)은 이 구조가 왜 하필 소유자 중심으로 짜여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 이론은 주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 즉 삶의 터전으로서의 사용가치와 자산으로서의 교환가치를 구분한다.

소유주·개발업자·지자체는 교환가치의 극대화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로 결탁하여 하나의 ‘성장기계’를 형성하고, 재개발의 의사결정을 장악한다. 세입자 역시 그 집에서 삶을 꾸려온 사용가치의 주체였지만, 성장기계의 논리 안에서는 이 사용가치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신당동 재개발 절차 전반이 소유주·개발업자·지자체가 형성한 성장연합에 의해 주도되고 교환가치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은, 세입자의 배제와 주거 방치가 왜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는지를 설명해 준다.
셋째, Arnstein(1969)의 참여 사다리 이론(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은 세입자가 절차에서 실제로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 준다. 이 이론은 주민 참여의 수준을 여덟 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아래는 비참여 단계로, 참여자를 형식적으로 교육·설득하는 조작(manipulation)과 계도 성격의 치료(therapy)가 여기 속한다. 그 위는 형식적 참여 단계로, 계획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 제공(informing),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지만 반영 여부가 불확실한 의견조사(consultation), 위원회 등에 일부 시민이 참여하지만 실질적 의사결정권은 없는 회유(placation)가 해당한다. 가장 위는 실질적 참여 단계로, 권한을 공유하며 협상·공동결정을 수행하는 공동협력(partnership), 특정 계획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시민이 갖는 권한 위임(delegated power), 시민이 기관과 계획을 완전히 통제·운영하는 시민 통제(citizen control)로 구성된다.
이 사다리에 비추어 볼 때, 신당동 세입자는 재개발 조합원 자격이 없어 애초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며, 형식적 참여 단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정보 제공 단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마저도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정보는 세입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소유주를 거쳐야 하며, 그 소유주가 전달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정보 제공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완전한 비참여 상태에 놓인다.
이 세 이론을 종합하면, 신당동 세입자의 배제는 우연이나 악의의 결과가 아니라 ① 각 행위자의 개별적으로 합리적인 선택들이 맞물리는 구조(구조주의), ② 그 구조가 애초에 교환가치를 중심으로 한 성장연합의 이해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는 점(성장기계론), ③ 그 설계 안에서 세입자가 참여 사다리의 최하단, 혹은 그 바깥에 위치한다는 점(참여 사다리 이론)이 겹쳐진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출처 Logan, J. R., & Molotch, H. L. (1987). Urban Fortunes: The Political Economy of Plac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Arnstein, S. R. (1969). 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Institute of Planners, 35(4), 216–224.
우리 팀의 초기 가설은 재개발 구역의 노인이 겪는 어려움이 재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돌봄공백과 사회적 자본의 손실에 따른 고립과 사각지대에서 기인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지역에 오래 살아왔고, 또 지역 내의 다양한 의료 및 복지 시설과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노인은 재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커뮤니티의 붕괴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돌봄공백에 민감할 것이라 보았으며, 특히 자녀나 가족의 지원이 부족한 독거노인은 재개발이라는 큰 변화 앞에서 취약할 것이라는 짐작에서 출발한 가설이었다.
이 겉보기 원인을 따라가면, 문제의 핵심은 ‘돌봄’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수렴된다. 세입자 노인이 겪는 어려움은 재개발이라는 사업 절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존재해 온 개인적 취약성이 재개발이라는 계기를 만나 표면화된 것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도출되는 해법 역시 가벼워진다. 돌봄 인력을 조금 더 배치하거나, 복지 서비스 연계를 강화하거나, 안부 확인 주기를 늘리는 식의 개인 단위 지원만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재개발 절차 자체는 검토 대상에서 빠지고, 문제는 온전히 복지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본격적인 연구를 준비하며 이 당연해 보이는 ‘고립·돌봄공백 가설’이 어쩌면 현장의 진짜 구조적 결함을 가리고 있는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되었다. 돌봄의 부재만으로는 왜 이미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는 세입자조차 시공사 선정 사실을 몰랐는지, 왜 정보가 소유주를 거치지 않고는 세입자에게 전혀 닿지 않는지를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노인 개인의 고립 차원이 아니라, 재개발 절차 자체가 애초에 세입자를 정보와 의사결정의 대상으로 상정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고립과 돌봄공백이라는 겉보기 원인은 앞으로 진행할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실제 원인인지 검증하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데스크 자료만으로는 신당동 세입자 노인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없다. 법조문과 통계는 ‘세입자에게도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가 지급된다’, ‘정비사업 관련 자료는 세입자에게도 공개되어야 한다’는 규정의 존재를 알려줄 뿐이다. 그 규정이 실제로 세입자에게 가닿는지, 아니면 조문 위에서만 존재하는지는 종이 위에 적혀 있지 않다. 시공사가 선정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낡은 집에서 손도 대지 못하고 버티는 노인의 처지는, 직접 그 집을 찾아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선행연구 자체가 부족했다. 재개발을 다루는 연구는 대개 소유주의 자산 변화나 지역 경제 효과, 도시계획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노인 문제를 다루는 연구는 대개 돌봄과 고립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그 사이, 재개발이라는 사건 한복판에 놓인 세입자 노인이라는 자리는 어느 쪽 연구에서도 정면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해외에는 도시 재생과 고령 세입자를 함께 다룬 논의가 존재하지만(Simard, 2020; Morris, 2017), 주거 소유 구조와 복지 제도 자체가 우리와 달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연구 기간 동안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국내 자료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제가 그만큼 조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공백은 법·제도 문헌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도시정비법과 토지보상법 관련 연구들은 세입자 보상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이는 대부분 설문조사나 법조문 분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세입자가 실제로 그 정보 격차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20여 년째 지연된 재개발 속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티는지 등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생동감 있는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즉 기존 문헌은 ‘보상제도가 미흡하다’는 진단까지는 도달했지만, 그 미흡함이 한 개인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으로 나타나는지를 다루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재개발 지역 노인의 생애 경험을 다룬 연구(최희경, 2022)는 존재하나, 이는 세입자라는 법적 지위나 보상제도의 미비와 결부하여 다루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 팀은 신당동 현장을 직접 찾아, 아무도 정면으로 묻지 않았던 세입자 노인의 자리를 기록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기존 연구를 보충하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까지 학계와 정책 논의 양쪽에서 비어 있던 자리를 처음으로 채우는 작업에 가깝다.
출처 1) Simard, J. (2020). Gentrification and aging in Montreal, Quebec: Housing insecurity and displacement among older tenants. In J. Krase & J. N. DeSena (Eds.), Gentrification around the world, Volume I: Gentrifiers and the displaced, 37–59. 2) Morris, A. (2017). “It was like leaving your family”: Gentrification and the impacts of displacement on public housing tenants in inner-Sydney. Australian Journal of Social Issues, 52(2), 147–162. 3) 최희경. (2022). 도시재개발 지역 노인이 인식하는 재개발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한 연구. 한국사회정책, 29(1), 113–138.
연구계획
본 연구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노년층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와 현장기록을 주요 연구 방법으로 활용한다. 인터뷰는 재개발에 대한 노인들의 인식, 재개발 사업에의 의견 반영 여부, 재개발 계획 참여 경험, 재개발 당사자 파악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노년층의 심층적인 의견을 수렴하였다. 특히 마트·공원·주택 등지에 오래 거주하시던 노인분들과 재개발 조합의 조합장·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하여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의 배제 흐름을 파악하고자 했다.
첫 2주간은 기존에 겉보기 원인으로 상정했던 ‘재개발에 따른 고립과 돌봄공백’을 파악하기 위해 신당 8·9·10구역과 보문동의 경로당·공원·마트 등을 방문해 지역 노인 주민을 대상으로 현장관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는 신당동 재개발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취합함으로써 재개발 과정에서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돌봄공백을 파악하기에 적합할 것이라 판단한 결과였다.
그러나 사전답사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기존 거주민이 이주했을 것이라 추측한 보문동 일대에서의 인터뷰에서 애초에 신당동에서 넘어온 거주민을 찾을 수 없었으며, 이후 신당 8·9·10구역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역시 재개발로 인해 이주를 했거나 돌봄공백을 겪은 노인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기존에 설정한 가설과 다르게 재개발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노인들의 의견이 더 우세하기도 하였다.
이에 본 연구팀은 상기한 답사 결과를 토대로 겉보기 원인에서 벗어나 진짜 원인을 ‘재개발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세입자 노인의 배제’로 규정하고, 3주차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고자 기사 조사와 문헌 조사, 그리고 법·제도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과정에서 재개발 과정에서 당사자인 세입자 노인이 배제되는 기제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와 실증 연구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후 추가적으로 신당9구역을 방문해 당사자 2명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에 더해 기사에서 성공적인 재개발 사업 추진 사례로 꼽힌 신당10구역의 재개발 조합을 방문하여 조합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구역의 재개발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원인을 파악하고자 했다.
| 순번 | 이름(가명) | 연령·성별 | 주거 구역 | 재개발 관계성 | 비고 |
|---|---|---|---|---|---|
| 1 | 이우윤 | 청년 남성 | 신당9구역 | 조합원 세대 | 조합원의 아들 |
| 2 | 방진목 | 중년 남성 | 신당9구역 | 조합원 | |
| 3 | 이원진 | 중년 남성 | 신당9구역 | 세입자 | |
| 4 | 김시선 | 중년 여성 | 신당9구역 | 조합원 | 통장 |
| 5 | 홍낙환 | 노년 남성 | 신당9구역 | 세입자 | |
| 6 | 박화수 | 청년 남성 | 신당9구역 | 세입자 | |
| 7 | 박태호 | 중년 남성 | 신당9구역 | 조합원 | |
| 8 | 이창후 | 중년 남성 | 신당10구역 | 조합장 | |
| 9 | 정보근 | 중년 남성 | 신당9구역 | 조합원 | |
| 10 | 서원출 | 노년 남성 | 신당9구역 | 세입자 | 월세 독거노인 |
| 11 | 김수하 | 노년 남성 | 신당9구역 | 세입자 | 월세 독거노인 |
| 12 | 이명혜 | 중년 여성 | 신당8구역 | 인근 이웃 | 미용실 운영 |
| 13 | 오상헌 | 노년 남성 | 신당8구역 | 인근 이웃 | 철물점 운영 |
| 14 | 윤택권 | 중년 남성 | 신당9구역 | 조합장 | |
| 15 | 김대준 | 중년 남성 | - | 중구청 공무원 | 도심정비과 신당 10구역 |
| 16 | 이진화 | 노년 여성 | 신당8구역 | 인근 이웃 | |
| 17 | 박수미 | 노년 여성 | 신당8구역 | 인근 이웃 |
* 본 연구는 대상자 정보 보호를 위해 임의로 가명을 사용함.
연구결과

* 관찰자에는 인근 주민 / 시군구 등이 포함된다.
신당동 일대에서는 다수의 구역에 걸쳐 재개발이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향을 보이나, 신당동의 경우 거주민의 경제적 상태나 점유 형태(조합원/세입자)와 무관하게 재개발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으로 나타난다.(이는 우리의 기존 가설과 다른 결과였다) 재개발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인식이 일부 잔존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변화를 수용하고 원하는 태도가 주를 이루며 주민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체화하고 있었다. 일례로 한 연구 대상자 박태호 씨는 재개발에 대해 “100% 찬성한다”며 강한 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태호 (조합원)(연구자: 대부분이 다 (재개발에) 찬성하세요?) 100% 찬성했어.
방진목 (조합원)(과거엔) 못하면 잘하는 줄(재개발 막는 게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나 지나고 보니까 이게 잘못됐다는 거야. 해야 되는 거야. 해야 해. 이 환경이 되면… 이게 100년 된 동네가 이렇게 있으면 되겠어? 세상이 바뀌었는데.
거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하는 원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재개발을 자산 증식의 직접적인 기회로 인식하는 태도가 관찰된다.
방진목 (조합원)(재개발에 대해 질문하자마자) 얼른 사면 돼. 얼른 빨리 사면 돈 버는 거야. 빨리 사면 빨리 사는 사람이 돈 버는 거야.
그러나 경제적 요인 외에도 현재 거주지의 물리적 낙후성에 대한 불편함이 재개발을 원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원진 (세입자)리모델링을 안 하니까 집이 막 다 비 새고… 리모델링을 돈 들여서 안 하니까.
홍낙환 (세입자)(옆 동네를 가리키며) 저기도 다 달동네였었어. 저기가 아주 유명한 달동네였어. 여기는 그래도 얌전했었는데 저기 달동네 (재개발) 다 됐잖아. 다 여기만 이렇게 남은 거야. 우리만… 서울시 대한민국 중구에서 명동이 제일 중심가 아니야. 여기 중구인데 중구에 이런 데가 어디 있어. 일본 사람들이 와갖고 사진 찍어 가, 이 동네.
박화수 (세입자)저는 재개발 빨리 되면 좋겠어요. 너무 미관상 안 좋기도 하고… 오히려 이게 진짜 집주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는데, 그냥 빨리 더 좋은 곳으로 개발이 돼서 조금 더 나은 가격에 여기를 사실 수 있으시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창후 (조합장)(여기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난민촌도 이 정도 환경은 아니지. / 다들 이 동네가 개발해야 된다는 생각을 100% 다 갖고 있지. 다른 데보다 낙후돼 있으니까 개발을 해야 돼.
서원칠 (세입자)불편한 것은 많지. 많지만 방화문 같은 거 이런 것도 해야되고. 지금도 천막이 낡아가지고 비 오면 새고.. 여기 새고 있으니까.
이러한 환경 개선에 대한 갈망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세입자 계층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세입자 역시 열악한 주거 환경의 한계를 지적하며, 차라리 신속한 재개발을 통해 동네가 개선되는 것이 낫다는 태도를 보였다(박화수, 세입자). 즉 신당동의 재개발은 단순한 발전이나 투자를 넘어 기본적 주거권 보장 및 생존 환경 개선의 차원으로 의미화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재개발이라는 일원화된 해결책을 기다리며 버티는 양상을 띤다.
〈 신당 10구역 재개발 예정 구역 〉




나아가 이러한 열망 이면에는 원주민들이 오랜 세월 형성해 온 ‘장소 애착(Place attachment)’과 공동체에 대한 정서적 소망 역시 있었다. 수십 년을 해당 지역에서 살아온 고령의 원주민들에게 재개발은 단순히 개인의 주거 편의나 자산 가치의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변 지역들이 정비되는 동안, 평생에 걸쳐 살아온 우리 동네만 낙후된 채 소외되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존재한다.
중구 일대에서 80년 이상 거주해 온 1인 가구 고령 세입자 김수하 씨(가명)의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김수하 (세입자)제가 태어난 데가 청구역 근처 문화시장입니다. 중구에서 80년 넘게 살았지. 재개발하는 게 좋지. 너무 노후화돼서 아주 옛날 집들은 그냥 빈집투성이야.
김수하 (세입자)(연구자: 재개발이 되면 더 좋은 환경으로 가실 거라는 기대가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지금 제가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요. 눈도 안 보이고 나이가 만으로 82세야. 그러니깐 (재개발로 좋은 환경에) 가나 안 가나, 살아봤자 상관없지. (그럼에도) 저기는 너무 지저분해. 서울이라고 할 수도 없어. 우리 동네가 좀 더 좋아지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지.
그는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재개발 이후의 물리적 혜택을 자신이 온전히 누릴 수 없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평생을 살아 온 지역 사회의 낙후된 현실(“서울이라고 할 수도 없어”)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재개발을 지지했다. 즉, 개인의 경제적 이해득실을 초월하여 자신이 살아온 지역 사회가 마침내 번듯하게 탈바꿈하기를 바라는 원주민의 깊은 애정이 재개발을 향한 또 다른 지지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철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리모델링과 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입자는 막대한 수리 비용을 감당할 자본이 없고, 소유주는 철거를 앞둔 건물에 투자할 경제적 유인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 모두 필수적인 유지∙보수를 유예하게 되며, 주민들은 가속화되는 노후화를 방치한 채 오직 재개발이라는 해결책만을 기다리며 감내하게 된다.
서원출 (세입자)집주인들은 집 짓고 세주고 가버리면 끝이야. 손 다 떼고… 그러니까 이제 그냥 이대로 사는 거야 (격양된 톤으로) 손도 못 대고.
홍낙환 (세입자)지금 10년 넘게 살았는데, 여기 재개발된다고 다른 데로 이사 갈까 말까 그러다가 또 참고 살았어요. 불편한데도. (그렇게 재개발을 기다렸는데도) 안 되고… 엇갈리고 막 이러니까 또 주민들끼리도 엇갈리고.
방진목 (조합원)근데 지금 있는 사람들 저런 데 빈집들이 많아, 고치질 않아. 못 고쳐. 그리고 고치려면 돈이 몇천만 원 들어가면 작게 들어가는 거야. 그런데 그걸 어떻게 손대?
그렇다면 행정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실제로 신당동의 여러 구역 가운데 유독 빠른 속도로 재개발이 진행된 신당 10구역의 사례는, 행정 개입이 어디까지 이루어지고 어디서부터 멈추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본 연구팀이 신당 10구역 담당 공무원과 신당 10구역 조합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면담에 따르면, 중구청은 통상적인 추진위원회 단계를 생략하고 공공지원 하에 조합을 곧바로 설립하는 ‘조합 직접 설립’ 제도를 활용해 절차를 신속화했다.
김대준 (신당10구역 담당 공무원)조합 직접 설립으로 가면은 이 공공지원 하에 이제 간다는 개념이에요. 시에서 예산 투입해서 이제 조합 설립까지 해준다는 건데, 그 제도를 활용하게 되면 추진위 단계가 생략되도록 돼 있어가지고.
나아가 구청은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데에도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다. 주민들이 감정평가, 세금, 입주권 등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동의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구청은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조합원들에게 1:1 상담을 지원했다.
이창후 (조합장)여기 공무원들은 작년에 조합원보다 앞서서 나온 거지. 그러니깐 36일 만에 동의서를 받는데 가장 핵심적인 걸 다 해서 나오고, 공무원들이 동의서 받거나 이런 거 설명할 때 조합원한테 대신에 다 받아와 주고. 찾아가는 주민 설명회를 해서 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서 주민들한테 설명회도 하고, 설명하면서 또 공무원들이 동의서 받으려고 집집마다 돌아다녔어. 그렇게 해주는 데가 없었는데 공무원들이 그렇게 해줬어.
김대준 (신당10구역 담당 공무원)전문가 상담이라는 게 이제 뭐 감정평가라든지 아니면 세무... 그런 것들을 이제 저희가 전문가분들을 좀 불러서 현장에서 1대 1 상담을 지원을 해드렸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궁금증이 해소되니까... 동의든 비동의든 이제 결정을 할 수 있는 단계들, 그거를 많이 도와드린 거죠.
이러한 정보 제공은 세입자를 위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되기도 했다.
김대준 (신당10구역 담당 공무원)세입자에 관련된 저희가 가이드북 같은 걸 만들었었어요. 세입자 권리 취지로 세입자 분들이 알면 좋은 내용들을 담은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배포를 했었어요.
다만 두 방식 사이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조합원에게는 감정평가, 세무 등 개별 사안에 맞춘 1:1 상담이 제공되었지만, 세입자에게는 일괄적으로 배포되는 가이드북이 언급된 유일한 창구였다. 즉 조합원의 정보 접근은 쌍방향적이고 맞춤형이었던 데 비해, 세입자의 정보 접근은 일방향적이고 정형화된 형태에 머물렀다.
또한 근본적으로 앞서 지적한 ‘물리적 거주 환경의 질’ 문제에는 미치지 못했다. 노후 위험 건축물이 발견되었을 때 구청이 수행하는 역할은 현장 확인과 소유자 고지에 그쳤다.
김대준 (신당10구역 담당 공무원)위험 건축물이 발견되면 세입자 분들에게 이제 안내를 해서 조치를 잘 취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려요.
실제로 이러한 고지가 소유주에 대한 수리 의무 부과나 구청 차원에서의 지원으로 이어지는지를 재확인한 질문에 대해, 담당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대준 (신당10구역 담당 공무원)권고 사항까진 아니고, 왜냐면... 세입자가 건물을 수리하기보다는 이제 그 건물을 소유하신 분들이 해야 되는 거고. 그걸 알려드려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집주인들 중) 모르고 계시는 분들도 상당수가 있다 보니까 알려드리는 거죠. / 근데 기본적으로 여기는 이제 조합이 구성돼 있다 보니까 조합에서 확인을 하실 수 있는 방안도 있는 거죠. 일반 재개발 구역이 아니면 그런 조합도 없잖아요. 둘러보는 사람도 없고.
이 지점은 일선 관료제 이론(Lipsky, 1969)에서 말하는 재량의 선택적 배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 Lipsky에 따르면 일선 관료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 모든 업무에 동일한 수준의 재량을 투입하지 않으며, 조직의 핵심 목표와 직결되는 업무에 재량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당 10구역의 경우 구청의 실질적 목표는 신속한 조합 설립과 동의율 확보, 즉 재개발 사업의 신속성이었다. 1:1 전문가 상담이나 세입자 가이드북과 같은 정보 제공은 바로 이 목표와 직접 맞닿아 있었기에(궁금증이 해소되어야 동의든 비동의든 결정이 이루어지고, 이는 곧 사업 추진으로 이어진다.) 담당자의 재량이 적극적으로 투입되었다.
반면 재개발 지역의 위험 건축물 고지는 사업의 진행 여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은 업무였다. 그 피해를 직접 감내하는 주체 역시 조합원이 아닌 세입자였으며, 세입자의 물리적 거주 환경이 개선되든 되지 않든 재개발 사업의 진행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재량은 ‘확인 후 고지’라는 최소한의 표준 절차에 머물렀다. 즉 행정의 재량이 어디서 확장되고 어디서 위축되는가는 그 업무가 조합원 중심의 사업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달려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시설 보수 유예 현상과 정확히 맞물린다. 소유주는 철거를 앞둔 건물에 투자할 경제적 유인이 없고, 세입자는 수리 비용을 감당할 자본이 없으며, 조합은 공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행정은 조합의 설립을 이유로 개입을 자제하는 경향이 보인다. 결국 노후화된 주거환경의 개선은 조합원, 세입자, 행정 어느 주체도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 삼중의 공백 속에 방치될 수 있는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의 방치가 계속되는 상황은 재개발 지역 주민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며(강수진 외, 2024), 이는 소수의 이웃 반대자를 향한 도덕적 타자화로 이어지기도 한다(어유경,2021).
방진목 (조합원)재개발 안 하면 이 어떻게 살겠어? 노인들이 저렇게 지팡이 짚고 어떻게 살겠어… 이렇게 하면 나라 망하는 거야. 이 못된 애들이 재개발 못하게 하잖아. 그럼 잘못된 거야. 빨리 환경을 바꿔서 환경이 좋아진 데서 살아야지. …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못된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
다만 이를 단순히 대상자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해당 대상자는 낙후된 지역에 대한 안타까움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동네 환경에 대한 개선 욕구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미루어 볼 때 단순히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가진다기보다, 재개발에 대한 반대를 자신들의 주거권, 더 나은 환경을 막는 것으로 느낀다고 해석된다. 즉 재개발을 단순히 발전의 차원에서 여기기보다 보장 및 도움의 차원으로 여기는 것이고, 그것을 제지하는 사람을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반대하는 ‘못된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태도의 기반에는 경제적 이익 추구 역시 맞물리며 더 강렬한 감정을 발생시킨다.
재개발 논의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고령의 원주민들에 대한 우려는 사업의 ‘신속성’에 대한 강박적 열망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장기간 소요되는 재개발 과정을 고령자들이 물리적으로 버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방진목 (조합원)재개발 기다리고 돌아가시는 분이 무지하게 많아. 하루하루 자꾸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힘들어지는 거야. 분양가는 계속 올라가고, 그렇지?
정보근 (조합원)여기서 뭐 오래 살던 사람들, 늙은이들 여기서 살다 죽을 것 같아. (재개발이) 빨리 돼야 되는데 안 돼.
나아가 사업 지연이 곧 조합원들의 막대한 대출 이자 및 분담금 증가로 직결된다는 현실적인 압박감 역시 작용한다.
이창후 (조합장)재개발은… 만약에 우리가 조합원 전체 대출 금액이 3천억 돼요. 그럼 3천억 이자만 해도 한 달에 몇 십억이야. 아파트 한 채 날아간다고 봐야지. / 그렇지, 세입자니까요. 근데 이 사람들 대책 안 세워주면 늦어져. 그럼 그 손해 누가 봐? 조합에서 보는 거야.
윤택권 (조합장)이렇게 갈 수록 기간이 늘어나죠. 그러면 이제 (분담금이) 늘어나죠.
이렇듯 신당동 주민들에게 재개발은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수단’인 동시에 고령 거주자들의 생존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노인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사냐”는 현장의 목소리는 열악한 환경이 촉발한 주거권 확보의 절박함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이처럼 경제적 이익 추구라는 자본주의적 욕망과, 인간다운 삶을 향한 생존권적 요구 등 다층적 논리가 맞물려 재개발에 대한 찬성 여론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역 내에 얽힌 모든 조건들은 ‘신속한 재개발’이라는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압도적인 찬성 여론 이면에는 재개발에 이견을 표출하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이들 반대 집단의 주축은 지역 내 큰 규모의 건물을 소유하고 그 임대 수익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층이다. 이들에게 재개발은 비록 향후 신축 건물 입주라는 미래의 자산 가치 상승이 보장되어 있더라도, 사업이 진행되는 수년의 기간 동안 당장의 생계 기반인 임대 수익의 단절을 우려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즉 이들의 반대는 지역 환경 개선에 대한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자산의 유동성과 즉각적인 생계 수단 상실의 우려라는 실존적 위기감에서 비롯된 방어적 선택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오상헌 (인근 이웃)여기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 세(임대료) 받아먹고 살았잖아요, 나이 먹은 분들이.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사는데… 재개발하면 다 철거되면 그 평수대로 아파트를 주는 게 아니고 돈을 더 내고 들어가야 되니까.
이창후 (조합장)반대 동의서가 많은 게, 이 집들이 여기 보면 거의 50평이 넘는 집들이 굉장히 많아요. 아까 말씀하셨던 월세나 이런 것 때문에… 여기 한번 돌아다녀 보면 이 안에는 다가구 해서 세입자들이 한 건물에 일곱 개, 여덟 명 뭐 이렇습니다. 그래서 월세가 많이 들어오죠. 그러니까 (해당 주택 소유주 어르신들은) 반대가 많죠.
나아가 찬성이나 반대라는 명시적인 의사 표현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된 채 구조적 침묵을 강요받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세입자 계층은 실제 해당 공간을 점유하고 삶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논의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재개발로 인해 이미 원주민 이주가 완료된 신당8구역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명혜 씨의 증언은 이러한 구조적 소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명혜 (인근 이웃)이게 세입자들이 문제였죠. 사실 어르신들이라 하더라도 돈 있는 분들은 상관없었죠. 세입자가 대부분이어서 반대를 할 수가 없었어요. 힘도 없고…
본 연구는 세입자, 특히 고령 세입자일수록 재개발에 반대하거나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세입자 역시 재개발을 통해 동네의 주거 환경이 하루빨리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조합원에게 재개발은 자산 증식의 기회이자 생존을 위한 환경 개선을 의미했으며, 개인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입자의 경우에도 열악한 거주 환경을 벗어나려는 절박함과 평생을 살아온 동네에 대한 애정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이 압도적 찬성 이면에는 사업의 ‘신속성’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다. 지연될수록 고령자는 그 결실을 못 누리고 생을 마감할 위험이 커지고, 조합원은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반대자는 종종 ‘못된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이를 개인의 인성 문제로 보긴 어렵다. 조합원, 세입자, 반대자, 그리고 행정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생존과 삶의 질을 지키려는 절박함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으며, 이 점에서 이 갈등에는 특정할 수 있는 악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행위자 차원에서 악의가 없다는 것이 곧 구조적 불평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세입자 계층의 목소리는 재개발 논의 과정과 정보 제공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어 있었으며, 재개발이 착공이 될 때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즉 이 갈등의 참여자 누구도 의도적으로 세입자를 소외시키려 하지 않았음에도, 그 결과는 세입자의 구조적 배제로 귀결되었다. 이는 다음 장에서 보다 상세히 정리하고자 한다.
출처 1) 강수진, 최윤영, 김지현. (2024). 주거환경요인이 거주민의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연구: 지역 애착과 집합적 효능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주거학회논문집, 35(2), 1–10. 2) 어유경(Yookyung Eoh). “일상 스트레스가 친밀한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 정서표현의 조절효과.” 발달지원연구 10.2 (2021): 1–18.
재개발의 신속한 진행은 신당10구역에서 전형적으로 확인된다. 해당 구역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조합을 설립하였으며, 높은 동의율 속에 시공사 선정까지 완료하였다. 언론은 이를 민주적 절차의 모범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때의 민주성은 의결권을 가진 소유주 내부의 민주성에 불과하다. 조합의 신속한 합의와 높은 동의율은 소유주 간 의견 수렴이 빠졌음을 의미할 뿐, 세입자의 참여를 포함하지 않는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세입자가 개입할 여지는 오히려 축소된다.
Chapter 1이 조합원과 세입자를 아우르는 신당동 거주민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면, 본 장에서는 그 여론의 이면에서 의결권도 정보접근권도 갖지 못한 고령 세입자에 초점을 맞춘다. 본 장은 사업 초기 단계에 있어 세입자의 정보 소외가 두드러진 신당9구역의 월세 독거노인 2인에 대한 면담을 중심으로, 이 배제가 네 층위에서 작동함을 분석한다.
재개발은 오래 지연되어 왔고, 철거까지 다시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세입자는 낡은 집에 그대로 산다. 소유주에게는 수선의 의무가 있지만, 곧 헐릴 집에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
서원출 (세입자)그냥 이대로 사는 거야. 손도 못 대고. / 불편한게, 여기 재개발 지역이라 불편한거 뭐 여러 가지 있어도 저 뭐 도움이 안되고 있어. 현재 개선이 안 되고 있어. 왜냐하면 지금 이게 재개발 지역으로 다 들어가고 해서, 기관이나 구청이나 이런 데서 특별히 뭐 어떻게 불편한 상황이 있어도 뭐 안 되고 있어.
방진목 (조합원)근데 지금 있는 사람들 저런 데 빈집들이 많아 고치질 않아. 못 고쳐. 그리고 고치려면 돈이 몇 천만 원 들어가면 작게 들어가는 거야. 그런데 그걸 어떻게 손대?
소유주는 주택 수선의 의무를 지지만, 철거를 앞둔 주택에 비용을 투입할 유인이 없어 수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선을 요구할 경우 그 요구는 보증금 반환을 조건으로 한 퇴거 압박으로 이어지곤 한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세입자는 다시 그 집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
법적으로 임대인의 수선 의무는 민법 제623조에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특약으로 일부 면제될 수 있다. 다만 판례는 대규모 수선까지 면제하는 특약의 효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 91343 판결). 방진목 조합원이 언급한 “몇 천만 원 들어가는” 수준의 보수는 이러한 대규모 수선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확인된 사례들 역시 단순한 소규모 파손이 아니라 지붕이나 보일러 등 주거의 기본 기능과 직결되는 하자였다는 점에서, 이는 특약상 면제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고 퇴거 압박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법적 의무와 실제 이행 사이의 간극이 대기 기간의 주거 차원에서의 배제를 만든다.
재개발 정비구역은 노후환경이 심각하더라도, 서울시의 집수리·빈집정비와 같은 기존 주거환경 개선 제도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거나 지원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와 주민의 노후 주거환경 문제는 공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신당 8·9·10구역은 각각 서울특별시 고시 제2023-250호, 중구 고시 제2025-3호, 서울특별시 고시 제2010-390호 등을 통해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따라서 사업에서 기존 주택의 수선·개량을 전제로 하는 사업의 대상이라기보다 장래 철거와 정비를 전제로 하는 공간으로 분류된다. 서울시의 안심집수리 보조사업 역시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예정지역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재개발구역 내 세입자가 현재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안전을 결정짓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3조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대상지역을 정비해제지역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미 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신당 8·9·10구역은 그 전형적 대상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행정은 이러한 구역에 대해 조합이 현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정 부분을 조합의 역할로 전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구청 도심재정비과 (김대준)암튼 뭐 중간중간에 위험 건축물 현장 확인해 가지고 주민, 소유자 분들한테 얘기하고 있고. 어차피 조합이 구성이 됐다 보니까 조합에서 이제 현장을 계속 보게 되잖아요. (중략)
질문자 (여)그러면 재개발이라서 더 위험 건축물 그 조사하러 돌아다니시는 게 더 많아지거나 좀 더 잘 들여다보는 그런 건 없고, 그냥 기존에 돌아다니는 점검 어 과정 그대로 가는 거죠?
중구청 도심재정비과 (김대준)그렇죠. 근데 기본적으로 여기는 이제 조합이 구성돼 있다 보니까 조합에서 또 확인을 하실 수 있는 방안도 있는 거죠. 일반 재개발 구역이 아니면 그런 조합도 없잖아요. 둘러보는 사람도 없고.
그러나 조합은 사업 일정, 사업비, 추가 분담금 등의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주체로서, 세입자의 현재 주거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 조합의 입장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은 개선의 대상이라기보다 재개발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재개발 구역의 노후환경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발굴하고 개입하며 책임질 주체는 행정과 조합 사이에서 서로 미루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그 결과 세입자는 “문제는 존재하지만 책임지는 주체는 부재한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는 현행 정비 및 주거지원 체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이주비와 이사비는 제도상 지급되지만, 지급 시점과 이주 일정에 관한 공지는 소유주를 경유하여 전달된다. 소유주가 이를 전달하지 않거나 누락할 경우 세입자는 정보를 확보할 통로를 갖지 못한다. 한 대상자는 공적 지원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뒤로 아무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서원출 (세입자)정보 받은 거 없어. (…) 서울시에서 (…) 빨리 될 겁니다, 하는 것만 들었지. 그 후로 (…) 받은 거 전혀 없어. / 언제쯤 이주비가 나가고, 언제쯤 이사할 이제 이주 예정이 됐다는 이런 정보를 줘야 하는데 모르고 있어 지금.
김수하 (세입자)건설 회사가 선정이 됐으면 빨리 이주비 결정이 되고 (…) 이사를 갈 거 아니야. 그런데 (…) 연락이 없어.
윤택권 (조합장)사업에 대한 거는 우리 조합원들 사유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일이고, 그런 부분까지 그 세입자한테 알려주고 그렇게 할 수가, 일할 수가 없어요. (정보를 세입자까지 알려주면 조합 차원에서) 일이 너무 많아져서 할 수가 없어요.
이원진 (세입자)아니 그러니까 이게 뭐 서류가 날아가서 주인한테 날아가는 거니까.
정보의 부재는 이주 준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주처의 탐색과 결정은 제도적 지원 없이 가족 또는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한 대상자는 동생이 거주하는 임대주택으로의 입주를 고려하였고, 다른 대상자는 이를 개인이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였다. 어디로 갈지 알아보고 정하는 일은 어떤 공적 창구도 없이 각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김시선 (조합원)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 왜 그렇게 이상하게 뭘을 알려고는 그런 것까지 왜 알아야 돼? 각자 이사 가는 것은 각자 알아서 갈 일이고, 여기서 또 돈을 주면은 각자 가는 거고 각자 맞춰서 가는 거지. 아가씨가 그런 것까지는 알 필요도 없는 거고, 돈 여기서 주면은 이사 가는 거여. 오랫동안 있으면 뭐 해. 누가 뭐 가라고 한다고 하고 가지 마라 간다고 안 가고. 뭐 그렇게 답답하게 물어보면 어디 가서 욕 먹어 여기.
서원출 (세입자)동생이 있는 임대주택에 방 하나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냐.
김수하 (세입자)그건 알아서 하는 거다. (…) 어머니 모시고 들어갈 예정이다.
세입자 서원출씨와 김수하씨 두 사람 모두 이주처를 가족 안에서 찾고 있었다. 고령의 세입자에게 낯선 동네를 알아보고 실제로 짐을 옮기는 일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며, 그 부담이 제도의 안내 없이 개인과 가족에게 넘어진다는 점에서 정보의 배제는 준비의 배제로 이어진다.
서원출 (세입자)소유주가 나가라고 하면 그대로 나가는 것, 그것뿐이야.
이명혜 (인근 이웃)세입자들이 문제였죠. 사실 어르신들이라 하더라도 돈 있는 분들은 상관없었죠. 세입자가 대부분이어서 반대를 할 수가 없었어요. 힘도 없고.. 그리고 다들 너무 착하셨어요. 그래서 강력하게 자기들 의사표현 할 줄도 모르셨고, 버티고 투쟁했었으면 뭔가를 더 얻어내셨을텐데 그냥 다른 저항 없이 떠나셨어요. 20년동안 투쟁하다가 이제는 포기하신거죠. 보통 이런 분들은 이사멀리가거나 보상도 별로 못받으셨어요.
재개발의 의결권은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원에게만 부여된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제1항). 세입자는 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하므로 사업의 찬반을 표결할 수 없으며, 진행 여부와 시점에 관한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에서 세입자의 거취는 소유주의 결정에 종속된다. 대상자 서원출은 자신의 처지를 “소유주가 나가라고 하면 그대로 나가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의결 구조에서의 배제는 이후의 모든 배제가 발생하는 출발점이 된다.
네 층위의 배제는 서로 연결된다. 의결 구조에서 배제된 세입자는 정보의 경로에서도 소외되며, 그 결과 이주를 준비하지 못한 채 노후 주택에 방치된다. 나아가 행정적 지원 체계에서도 배제됨으로써 주거환경 개선의 공적 경로는 차단된다. 신당10구역과 신당9구역의 대비는 이 연쇄가 절차의 성숙도와 무관하게 작동함을 보여준다. 절차가 신속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된 신당10구역에서도 세입자는 의결과 정보의 바깥에 있으며, 절차가 지체된 신당9구역에서는 정보의 공백이 더욱 두드러진다.
재개발 절차의 개선이 세입자 배제의 완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배제는 절차의 미비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개별 절차의 완성도나 속도와 무관하게, 재개발 제도의 구조적 권리 배분 방식 자체가 세입자를 배제의 위치로 고정시킨다.
출처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법률 제21065호, 2025. 10. 1. 시행, 제39조(조합원의 자격 등). 2)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 91343 판결.
결론 및 제언
Chapter 1과 Chapter 2를 종합하면, 신당동의 재개발은 소유 및 점유 형태와 무관하게 빠른 찬성으로 수렴하며 진행되었고, 그 흐름의 바깥에서 월세 독거노인은 의사결정·정보·대기 기간의 주거, 그리고 이를 해소할 행정적 경로에서 배제되었다. 세입자의 배제는 의결 구조의 바깥에 있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보 부족과 수선 공백, 행정적 사각지대로 이어지며 일상적 거주를 직접적으로 악화시킨다.
이 배제는 특정 주체의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소유주는 철거를 앞둔 건물에 투자할 유인이 없고, 조합은 사업의 진행과 조합원의 부담을 우선하며, 행정은 사업의 신속한 추진이라는 목표에 재량을 집중한다. 이들 각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행위하며, 그 합리성이 겹치는 지점에서 세입자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자리로 남겨진다. 세입자의 주거환경 개선은 어느 행위자의 목표와도 직접 맞닿아 있지 않기에, 누구도 그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누구도 그것을 자신의 과업으로 떠안지 않는다. 악인 없이 성립하는 이 배제야말로,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연구가 무엇보다 주목한 것은, 이 배제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태라는 점이다. 세입자는 지붕이 새고 보일러가 멎는 노후 주택에 오늘도 그대로 거주하고 있으며, 그 열악함은 재개발이 ‘곧 온다’는 이유로 개선의 대상에서 밀려나 있다. 재개발 논의는 이미 오랜 기간 이어져 왔고, 철거에 이르기까지 다시 수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문제는 그 남은 기간의 길이를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세입자는 끝을 알 수 없는 유예 속에서, 개선되지 않는 주거를 무기한 감내하도록 요구받는다.
이 지점에서 재개발의 시간은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소유주에게 대기 기간이 자산 가치의 실현을 앞둔 유예라면, 세입자에게 그것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현재가 무기한 연장되는 시간이다. ‘곧 철거될 곳’이라는 규정은 그 공간을 개선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근거가 되지만, 정작 그곳에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다. 재개발이 지향하는 ‘더 나은 미래’는, 그 미래에 온전히 포함되지 못하는 이들의 현재를 담보로 유예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재개발 세입자 문제를 ‘이주 시점의 보상’ 문제로 좁혀 보는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세입자가 겪는 가장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어려움은 이주의 순간이 아니라, 이주에 이르기까지의 길고 불확실한 대기 기간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다만 면담에서 당사자들이 반복적으로 드러낸 욕구에 비추어, 이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방향이 필요한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당사자들의 욕구는 ‘이주 이후’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거주 조건에 집중되어 있었다.
첫째, 당사자들은 정보에 대한 갈증을 일관되게 드러냈다. “정보 받은 거 없어”, “연락이 없어”라는 말은 사업의 당사자임에도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하는 처지를 보여준다. 이는 정보가 소유주를 경유하지 않고 세입자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이주처의 탐색이 가족과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 상황(“동생이 있는 임대주택에 방 하나”, “그건 알아서 하는 거다”)은, 어디로 어떻게 이주할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공적 상담 창구가 요청됨을 보여준다. 고령의 세입자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이 과정을 지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셋째, 인터뷰 대상자 서원출씨가 16년째 같은 병원을 다니며 이 지역을 떠나기 어려워한 사실은, 이주 지원이 단순한 거처 제공을 넘어 기존 생활권과 의료 접근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머무르고자 하는 욕구를 고집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으로 이해할 때, 이행기의 임시 거처와 정착 지원 또한 이 조건 위에서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이 특정 주체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제도적으로 마련되기 위해서는, 세입자와 직접 접촉하는 공적 주체의 역할이 요청된다. 조합이 세입자 문제를 자신의 역할 밖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절차에 연결하는 일은 지자체와 행정의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방향이 비현실적인 이상론이 아니라는 점은, 신당10구역이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공공 주도로 세입자 정보 전달 체계를 일부나마 갖춘 사례와, 서울시가 정비사업 정보몽땅을 통해 이주대책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사례에서 확인된다. 다만 후자는 온라인 정보 제공에 그쳐 고령 세입자의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우선 본 연구는 사실상 핵심 당사자 2인의 면담에 기반하기에 표본 수가 부족하며, 그로 인해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 겉보기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주로 흩어진 관계망을 확인하기 위해 인근 경로당을 조사했으나 당사자를 찾지 못하였고, 복지관·노인센터 역시 개인정보 보호를 근거로 명단 제공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관계적 돌봄망의 해체를 직접 기록하지는 못하였다. 이후 진행한 인터뷰 대상자 역시 소유주나 조합원, 조합장 등이 주였으며, 우리가 찾고자했던 돌봄의존계층이나 세입자 노인의 표본 수는 2명으로 절대적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표본 수의 한계는 자연스럽게 표본의 대표성 문제로 이어지며,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엄밀히 검증된 일반화된 결과라기보단 현장에서 파악할 수 있는 생동감있는 현장의 목소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초반 2주간의 인터뷰에 있었던 추적의 실패는 이주한 이들의 행방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배제의 또 다른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선행연구가 국내에 많지 않다는 점도 조사의 폭을 제한했다. 재개발과 노인, 혹은 재개발과 세입자를 각각 다룬 연구는 존재하지만, 그 교차점에 있는 ‘재개발 과정의 세입자 독거노인’을 직접 다룬 연구는 우리가 찾은 범위 안에서는 거의 없었다. 이는 앞서 밝혔듯 이 연구의 문제의식이 그만큼 새롭다는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참조하고 비교할 수 있는 이론적·경험적 축적이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결과 우리는 성장기계론이나 참여 사다리 이론처럼 재개발에 특화되지 않은 일반 이론을 가져와 현상을 설명해야 했고, 이 이론들이 신당동이라는 구체적 맥락에 얼마나 정확히 들어맞는지는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