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4일(월) 오전 8–10시📍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8층🙋 열댓 명 참석💬 보드 글 11개 · 댓글 10개
이 기록은 채텀하우스 룰에 따라 오간 이야기는 담되 누가 말했는지는 적지 않습니다.
발제 내용과, 보드에 각자 이름으로 남겨주신 글은 그대로 실었습니다.
“변화는 각자의 ‘새로운 경로’에서 시작된다”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8층
🤝 오늘의 질문
사회혁신 생태계가 앞으로 더 과감하게 실험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어떤 전제나 관행을 먼저 의심해봐야 할까요?
보고서의 마지막 장입니다. 지금까지 등록은 46명, 이날 아침 보드에는 체크인이 13개 올라왔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은 "지금까지의 소감과 기대" — 처음 오신 분은 기대를, 함께해오신 분은 짧은 소감을 남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데도 여기서 나온 대화가 너무 좋아 꾸역꾸역 눈을 비비고 나오게 되는 마성의 매력",
"논의하고 끝나기보다 어떤 프로젝트로 연결되면 좋겠다", "여기서 생긴 라포와 공감대가 다음 스텝으로 어떻게 이어지면 좋을지" 같은 말들이 나란히 올라왔습니다.
진행자는 이날 4장을 읽으며 "3주 동안 우리가 한 얘기를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4장에 다 나오더라"고 했습니다.
오늘 발제는 앞선 세 회차의 고민에 대한 연구팀 나름의 대답과 제안으로 들으면 좋겠다는 말로 문을 열었습니다.
발제 — 창발적 협력을 위한 새로운 경로
왜 '새로운 경로'인가
지난 회차에서 시스템 체인지의 가능성을 여는 방법으로 미션 중심의 창발적 협력을 제안했지만,
"이상적인 말로 들릴 만큼 실천이 어렵겠다"는 공감대가 연구팀 안에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자원의 논리, 강한 섹터 경계, 조직 단위에 머무는 리더십 — 이런 관성이 강한 환경에서는 창발적 협력이 쉽게 자리 잡지 못합니다.
그래서 변화의 주체인 조직과 개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존 방식을 반복하지 않고 다른 질문과 다른 실천을 시작할 때
비로소 변화의 조건이 만들어진다고 봤습니다. 그 다른 질문과 다른 실천에 붙인 이름이 새로운 경로입니다.
새로운 경로란
시스템 바깥에서 완성된 대안을 가져오는 일이 아닙니다.
생태계 안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언어·자원·관계·판단을 이전과 다르게 조합하고 실행해 다른 가능성의 통로를 만드는 일입니다.
다섯 개의 레버리지 포인트
레버리지 포인트는 개입 자체는 작아 보여도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건드려 큰 파급력을 만드는 지점입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을 우리 생태계 맥락으로 재구성해 다섯으로 정리했습니다.
들으면서 "내가 이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혹은 "우리에게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겠구나"를 짚어보시라고 했습니다.
1 비전과 방향성
무엇을 문제로 인식하는가 · 협력의 방향이 시작되는 조건 인식의 전환·문제 재정의 — "무엇이 부족한가"에서 "무엇이 이 반복을 만들어내는가"로 질문을 바꾼다 기존 내러티브의 해체 — 개인 책임, 효율성 부족, 자원 한계 같은 익숙한 설명이 어떤 관행과 자원 흐름을 정당화해왔는지 다시 본다 공동의 비전 수립 — 차이를 없애 하나의 답을 얻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면서 함께 갈 방향을 만든다
2 관계와 권한
누가 발언하고 결정하는가 · 협력의 흐름을 바꾸는 조건 권력 구조의 진단 — 누가 말하고 누가 결정하고 누구의 경험이 반영되지 않는지 협력 구조의 조율 —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어긋날 때마다 계속 튜닝하는 지속적 노력 자기 위치의 점검 — 조율하는 주체도 영향력 있는 위치에 서게 되며, "당신은 이런 권한을 갖고 있다"는 불편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3 실험과 학습
어떤 실험이 허용되는가 · 협력의 미래를 바꾸는 조건 실험 공간의 조성 —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지는 조건을 만드는 일 실패의 자산화 — 무엇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해석해두면 실패가 다음 실험의 근거가 된다 학습의 순환 — 보고서에 머물지 않고 다음 기획과 자원 배분에 실제로 반영되는 공동의 지식
4 제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가 · 협력의 규모를 넓히는 조건 제도적 언어로의 번역 — 현장의 반복적 어려움을 정책 설계자가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현장과 제도 간 연결 — 서로 다른 언어를 오가며 잇는 역할 변화의 제도화 — 법을 바꾸는 거대한 일만이 아니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주체에게 결정 권한을 주는 것, 여러 조직이 함께하는 형태를 지원사업이 정식으로 받아주는 것도 제도화다
5 자원
어떤 기준·시간표로 흐르는가 · 모든 협력의 시작과 끝을 만드는 조건 가치 기준의 재정의 — 자원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무엇을 가치 있는 시도로 인정할 것인가 평가 방식의 재설계 — 중복 사업이 얼마나 줄었는지, 어떤 관계가 새로 만들어졌는지, 학습이 얼마나 쌓였는지도 성과로 자원 타임라인의 재조정 — 한 조직의 사업비가 아니라 협력체 전체를 지원하고, 실행비 말고 조정과 학습에 드는 비용을 인정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협력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문제를 다르게 정의하고, 관계와 권한을 다시 놓고, 실험할 여지를 만들고, 제도와 자원의 흐름을 바꿀 때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여러 개의 새로운 경로가 서로 연결될 때 생태계 안에 다양한 협력의 패턴이 쌓이고, 그때 시스템 체인지의 가능성이 확장됩니다.
토론 — 여덟 갈래로 흘렀습니다
보드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글이 돈 이야기였고, 토론의 절반이 거기서 흘렀습니다.
① 돈 이야기가 터부가 된 자리
첫 발언은 자원의 문법 자체를 겨눴습니다. 기업에서 이런 사업을 함께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예산을 꼼꼼히 챙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고착된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 "효율적으로 잘 관리되며 운영됐다"가 성과인 것처럼 이야기하게 되고, 결국 성과를 예쁘게 포장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복잡하고 때로 지저분한 과정이고, 현장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가 바뀌는 게 어쩌면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그 과정을 관리하려는 자원의 주체들에게 플레이어들이 종속되면서 우리의 본성과 야성이 훼손되는 것 아닌가.
신앙생활에서 모든 욕망을 죄처럼 느끼듯, 이 생태계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뭔가 이루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억제하고 있고 그래서 폭발적인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었습니다.
대안으로 꺼낸 것이 엑스프라이즈였습니다. 과정을 일일이 관리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든 노하우든 제도든 가져와서 증명하면 상금을 주겠다"는 방식이야말로 판을 바꾸는 어프로치라는 것입니다.
② 운영비와 인건비 — 보이지 않으면 설득되지 않는다
"운영비 안 쓰는 조직, 100% 수혜자에게 가는 조직에만 기부하겠다"는 인식 때문에 비영리 스스로도 인건비를 줄일 궁리를 하게 되는데, 돈이 있어도 그 돈을 쓸 사람이 없으면 그 돈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다른 각도가 붙었습니다. 펀더가 인건비를 설득당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색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성과를 타입별로 나눠 가치 차트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눈에 보이지 않아서인데, 비영리 쪽은 "우리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이니 다들 인정해주겠지" 하고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실패를 하고 뭘 배웠는지를 돈 내는 사람과 잘 공유하지 않아온 것 아닌가. "우리는 그냥 열심히 했어"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해온 것 아닌가.
진행자도 자기 견적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이니 인건비를 최소화해서 했더니 프로젝트는 좋은 성과를 냈는데 조직은 만신창이가 되어 "다음에 또 할 수 있을까" 싶더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펀더 입장에서는 내부 프로젝트면 인건비가 어차피 나가니 운영비만 보이는데, 외주로 나가는 순간 인건비가 얹히니 "이 돈이면 할 수 있는 걸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집니다. 머리로는 양쪽 다 이해되는 딜레마인데, 한쪽으로 넘어가면 한쪽이 소진된다고 했습니다.
③ 임팩트냐 수익이냐가 아니라, 언제 무엇이 먼저인가
비영리는 돈을 벌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비영리는 벌어들인 이익을 구성원에게 나누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영리 법인으로 운영해도 조직에 나누는 것보다 사회에 나누는 게 우선이라면 그건 비영리라는 것.
"여기 계신 분 중에 돈 필요 없는 분 있어요? 월급 제로로 줘도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미션 달성에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를 건강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때마다 우선순위가 바뀌는 문제"라는 정리가 나왔습니다. 조직 경영은 운전과 비슷해서 액셀을 밟을 때와 브레이크를 밟을 때를 대표가 잘 결정해야 하고, 그 스위치를 왔다 갔다 하는 걸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무자 층위의 어려움도 나왔습니다. 사회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는 역량과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역량 둘 다를, 그것도 스위치처럼 메타인지로 껐다 켰다 해야 하는데, 전략 단위에서 설계한 것이 실무로 내려오면 PM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을 이야기할 땐 열정을 불태우다가 수익·사업 이야기로 바뀌면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하고, 결국 "내가 이러려고 조직에 들어온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어온 건데"라는 말과 함께 퇴사로 이어지는 걸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내 신념을 바꿀 만큼 큰돈은 아니었다"는 감각이 겹칩니다. 수익 모델을 고민한다고 해서 내 처우가 얼마나 나아질지 보장이 없으니, 자아실현도 못할 것 같은데 돈도 얼마나 벌지 모르겠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넘어가기가 어렵다는 것. 그래서 큰돈을 벌어본 레퍼런스, 북극성이 될 모델 하나라도 나오면 설득할 힘이 붙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④ 돈을 말할 우리만의 언어가 없다
"왜 사회혁신 생태계조차 돈 버는 이야기를 하는 게 터부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두 가지 답이 붙었습니다.
판이 깨질까 봐. 좋은 뜻으로 모여 뭔가 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조건을 꺼내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부담이 됩니다. "나는 상황이 이래서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말이 프로젝트에 잡음이 될까 봐 하지 않는 것이지, 무섭고 두려워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말할 방식이 없어서. 시장에는 내가 어느 레벨인지 비교할 레퍼런스가 익명으로라도 있는데, 이쪽은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돈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걸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 열심히 했으니 다음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조직 재정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업계 안에서 내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없으니 기준 삼을 것이 없어서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
흥미로운 건 이것을 나쁘게만 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임팩트 생태계는 측정도, 자원을 다루는 방식도, 성장 과정도 상업 영역에서 많이 가져왔고 효과도 있었지만, 리워드 측면에서만은 그 논리를 가져오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누구와 경쟁해서 누구보다 낫다고 말하는 마음은 여기 있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 다만 "그럼 어떻게 서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근거를 갖고 말할 수 있을까"가 비어 있습니다.
여기서 펀더 쪽으로 공을 넘기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고 나면 다음 스텝에서 "우리 성과를 생각해 인건비를 올리겠다"고 말하기가 면이 안 선다는 것. 그러니 지원하는 쪽도 "우리가 지원하는 이 금액의 인건비가 내 조직의 인건비와 비교해 정당한가"를 생태계 차원에서 고민해줘야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원인을 성과 평가로 되짚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연봉을 말할 언어가 없는 이유는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것. 일을 잘한다는 걸 무엇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그걸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이 몇이나 있는가. 기준점이 없으니 대부분 최저임금으로 수렴합니다 — 법적 기준이 있으니 "이 정도 주면 문제 없지 않냐"로 정리된다는 것입니다.
⑤ 다섯 조건은 단계가 아니다 — 다르게 반복하기
보드에서 두 번째로 공감을 많이 받은 글이 발제 구조 자체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다섯 조건이 1·2·3·4·5로 진행되어 마지막에 자원이 해결되면 시스템이 바뀌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우리는 상당히 단선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실제로는 협력의 과정에서 저 다섯이 계속 호명되고 다시 방문되어야 합니다. 실험과 학습을 하고 나면 다시 문제를 재정의하고 싶어지고, 처음에 한 코비저닝도 다시 해보고 싶어지는 지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 사회혁신에서 흔히 쓰는 '나선형' 대신 "다르게 반복하기"라는 말을 골라 썼습니다.
연구진도 화답했습니다. 도식이나 공식이나 방법론처럼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연구진의 큰 의도였고, 창발적 협력은 의도하기 어렵고 혼돈 속에서 말 그대로 출현하는 일이라 어떻게 그 가능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제안이라고 했습니다. 새로운 경로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이 시작이고, 여러 경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패턴 — 그게 협력이라는 것.
연구진은 내부적으로 '새로운 경로'보다 '다른 경로'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존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내가 해왔던 방식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 — 그 지점에서 성찰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주 솔직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내뱉는 말과 행위가 선의와 가치에 기반하다 보니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다"는 감각이 불현듯 들 때가 있다, 내가 하는 말로 내가 설득당하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성찰이 "뭐가 좋았나 뭐가 아쉬웠나" 회고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성찰할 때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잘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처음 그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다른 경로가 된다는 건 아웃사이더, 아웃라이어가 되는 일이라 혼자서는 부담스럽습니다. 다른 경로가 많이 일어나야 저항이 줄고 도전적으로 해볼 수 있고, 플레이어만 다른 경로가 되는 건 위험합니다. 플레이어도 펀더도 각각의 역할이 동시에 다른 경로가 될 때 그들 간의 패턴도 가능해지고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⑥ 관계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보고 싶었던 아름다움
협력하는 관계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파트너를 넘어 동지애 같은 것, 'Ally'가 생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펀더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페인을 현장 사람만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코비저닝도 셰어링도 관계와 권한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고통도 함께 분담하고 작은 성과도 모두가 학습의 요소로 느낄 수 있는 방식, 매끈한 파트너십이 아니라 공동의 전선을 마련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경험을 우리는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뒤따랐습니다.
시스템 차원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개인과 개별 조직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밖에서는 수평적으로 공동의 비전을 찾는데 조직 안에는 그럴 공간이 없다면, 그걸 경험한 사람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조직을 떠납니다. 협력의 변화가 나 자신과 우리 조직을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만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피터 셍게가 소개한 어업 사례를 꺼냈습니다. 자원이 고갈되던 지역에서 국가를 넘어선 여러 노력에도 해결되지 않다가, 결국 어민들 몇 명이 설득되어 자기들끼리 Ally를 만들고 코비저닝을 하고 자기들의 규칙을 만들어 생태를 복원해낸 이야기입니다. 목표의 두 배 가까운 숫자로 회복됐으니 숫자로 보면 엄청난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그런데 셍게가 가장 강조한 것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불법 어업을 하며 고갈되는 현장을 봐온 사람이, 예전 풍요롭던 시절 물속으로 들어간 아버지가 한참 나타나지 않아 겁에 질렸던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한참 뒤 떠오른 아버지는 경탄하며 "이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네가 알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거기서 진짜 내가 보고 싶었던 아름다움을 볼 것인가
"우리가 지금 이 창발적 협력을 통해 하고 싶은 게 나도 돈을 많이 벌고 우리 조직도 로켓을 탔으면 좋겠고 규모 있는 변화도 눈에 보였으면 좋겠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처음 이 마음을 먹었던 그 사람의 삶, 변화되었으면 했던 그 사람의 삶을 사랑하는 곳에서 시작합니다.
임팩트 생태계가 경쟁력 있어지고 국가적으로 중요해지는 것보다, 거기서 진짜 내가 보고 싶었던 아름다움을 볼 것인가 —
그 마음이 있어야 저런 정서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⑦ 성찰은 행동 다음에 온다 — 질문을 바꾸면 논의가 바뀐다
성찰 이야기에 한 겹이 더해졌습니다. 성찰을 하려면 행동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하던 행동에 아무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성찰한다고 좋은 성찰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그러면서 오늘의 질문 설계 자체를 짚었습니다. "의심해봐야 할 전제나 관행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가장 먼저 무엇을 행동해봐야 할까요"였다면 오늘 논의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대학 수업 사례가 붙었습니다. 평화 수업에서 다 같이 반말을 하게 하면 처음엔 큰 저항이 있지만, 학기 말 성찰 보고서를 보면 그 행동이 어떤 성찰 지점을 가져오는지 깊게 생각해보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관습적 행동에서 벗어난 행동을 일단 한 다음, 그것이 어떤 성찰로 연결되는지 질문을 잘 설계해 마주하게 하면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성찰할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
돈 이야기도 같은 방식으로 뒤집었습니다. 우리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지친 몸으로 들어갈 편안한 집을 원하는 것이고 그걸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인데, 자꾸 돈이 목적인 것처럼 이야기하다 보니 자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⑧ 조직 바깥의 공간, 그리고 우리끼리 하는 펀딩
후반부는 "그래서 뭘 해볼까"로 넘어갔습니다.
문제 단위의 협력. 같은 문제를 푸는 조직들이 모여 이 문제가 풀릴 때까지의 과정에서 어느 조직이 어느 부분을 맡으면 전체가 해결되는지 그림을 함께 그린다면, 각 조직은 "이 파트에 집중해 확장하면 우리도 성장하고 문제도 해결된다"는 확신을 갖고 심화할 수 있다는 것. 청년마을 사업 사례가 붙었습니다. 전국에서 30여 개 팀이 동시에 운영되며 참가자를 나눠 먹는 구조인데, "우리는 20대 초중반을 타깃하고 나머지 팀들로 보내는 역할을 맡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클라우드 펀딩, 그리고 그 전에 우리끼리. 진행자는 "우리가 아는 협력은 프로젝트라는 방식밖에 없지 않나" — 누가 발주하고 운영사가 맡는 선형적 구조를 넘어본 적이 없지 않나라고 짚으며, 미션과 프로젝트를 먼저 만들고 밖에 열어 모금하는 방식을 다시 시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열기 전에 내부적으로 먼저 해보자"는 제안이 붙었습니다. "성수동 안에서도 서로 뭐 하는지 모르는데 외부에서 그 언어를 이해하고 돈을 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 헤이그라운드 안에서, 상상플래닛 안에서 작은 프로젝트에 돈을 대보는 경험을 만들고 그것이 이어진다면 어떨까. "우리는 언어가 있잖아요."
회계를 공통 언어로. 기존 자본의 문법을 따라가자는 게 아니라 펀더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측정 도구 중 하나가 회계라는 것입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고 만 원은 누구에게나 같은 만 원이니까요. 실제로 고정비가 얼마인지, 전 인원의 연봉이 얼마인지 답하지 못하는 조직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영리가 이미 쓰는 말을 먼저 하고, 그 위에 다른 말을 얹자는 순서였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기존 자본의 문법을 따르고 싶지 않다면서 왜 임팩트를 화폐 가치화하고 있을까"라는 자문도 함께 남았습니다.
크레딧을 우리 안에서 유통하기. 기업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 크레딧을 받아 현금화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내게 쌓인 크레딧을 협업하는 곳에 지원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의 화폐처럼 작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환전소 역할을 할 주체가 있고 생태계 안에서 인증된 기관들끼리 서로 믿을 수 있다면, 자생적으로 자금을 만들 방법이 이제는 가능한 시점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창발. 한 참여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소셜섹터에서 일하는 30명을 인터뷰하고 그룹 대화를 나눈 뒤 작가가 초상을 그려 전시하는 기획인데, 처음엔 셋이 출발했다가 "우리도 여기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계속 합류해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게 되게 창발적인 협력이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붙었습니다.
조직 바깥의 공간. 여러 갈래가 여기로 모였습니다. 조직은 생존해야 하니 프로젝트를 따고 기존 경로를 가야 하지만, 구성원들이 밖에서 실험하고 서사를 만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따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몇십만 원짜리, 백만 원짜리라도 프로젝트가 되기 시작하면 여기서 발화된 것을 조직이 받아가고, 가능성이 보이면 조직 차원에서 설계할 수 있으니 일종의 인큐베이팅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습니다.
멤브레인 — 밖으로 열고, 안으로 되돌리기
커먼즈 연구에서 온 말로, 바깥으로 열려 있으면서 분자가 구멍을 따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입니다.
"우리끼리 자구적으로만 하는 게 옳아"로 기울지도, "밖의 논리만 가지고 해야지"로 기울지도 않고,
밖의 것을 수용한 다음 우리가 만들어낸 것으로 밖을 다시 바꿀 수 있는 방식.
조직 바깥의 공간에서 작고도 근본적인 프로젝트를 두세 개씩 해보고 나면 그 경험이 다시 조직 안으로 들어가 조직을 바꾸는 측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늘 한쪽 방향만 생각하게 된다는 말과 함께요.
마무리에 나온 불편한 질문
진행자가 마지막에 스스로 "살짝 불편하게 가져가겠다"며 남긴 이야기입니다.
임팩트 생태계는 큰 펀더가 펀딩해준 자원 위에 생겼다는 맥락이 있고, 그래서 자꾸 큰 펀더를 다시 고민하게 되고 큰 펀더가 던진 아이디어가 발전된 형태가 됩니다.
지금 섹터의 위기를 타개하는 논의도 다른 큰 펀더를 모셔오거나 큰 펀드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흐르는 것 같은데,
진짜로 이 생태계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큰 펀더로부터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우리 스스로 사회문제를 상상하고 미션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부모 밑에서 자라다 독립하듯 자립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바깥 큰 펀더의 액수와 파워가 너무 유혹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곧바로 반례가 붙었습니다. 해외 사업에서 펀더가 원하는 방향과 현지의 간극을 메우기 어려워 자체 사업으로 자원을 조달하는 쪽으로 전환한 조직들이 있는데,
그 전환 과정에서 모든 것이 돈 버는 일로 해석되기 시작해 현지를 설득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사례입니다.
자생의 영역으로 갔을 때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길 여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겠다는 말로 이어졌습니다.
남은 질문들
이날 매듭짓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긴 것들입니다.
돈을 말할 우리만의 기준과 언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근거를 갖고 말할 수 있는 방식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 — 기준이 없으니 최저임금으로 수렴한다. 이걸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체가 생태계에 있는가
펀더 쪽의 질문 — "우리가 지원하는 이 금액의 인건비가 내 조직의 인건비와 비교해 정당한가"를 누가 물을 것인가
조직 바깥의 공간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 누가 열고, 무엇으로 굴리고, 어떻게 조직 안으로 되돌릴 것인가
우리끼리 하는 펀딩을 성수동 안에서 먼저 해볼 수 있을까 — 헤이그라운드에서, 상상플래닛에서, 그리고 서로 이어서
자립할 것인가 — 큰 펀더 위에 세워진 생태계가 자생으로 전환할 때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문제들
기존 자본의 문법을 따르고 싶지 않다면서 왜 임팩트를 화폐 가치화하고 있는가
'다르게 반복하기'를 실제 협력 과정에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 다섯 조건이 단계가 아니라면, 언제 다시 방문하는가
성찰을 부르는 행동을 어떻게 먼저 설계할 것인가 — 질문을 바꾸면 논의가 바뀐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문제 단위로 역할을 나누는 그림을 실제로 그려볼 수 있을까
다음 회차
05회차 · 8월 31일(월) 오전 8–9시 · 종합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6층 30인실
판을 바꾸는 협력
🏁 마지막 회차입니다. 자리는 6층으로 돌아옵니다.
보고서는 이날로 다 읽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회차는 무엇을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럼 우리 이제 뭘 해야 할까, 뭘 한번 해볼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합니다.
📍 네 회차 동안 보드에 모인 이야기 — 특히 조직 바깥의 공간, 우리끼리 하는 펀딩, 문제 단위의 협력 — 이 마지막 자리의 재료가 됩니다. 구체적인 진행은 메일로 따로 전합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현장 보드에 실제로 올라온 글이고, 지금도 이 자리에서 공감순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록을 읽고 든 생각·소감·다른 관점을 아래에 바로 이어 적어주세요.
남긴 글은 4회차 보드에도 함께 뜨고, 마지막 회차를 열 때 이 이야기들을 모아 시작합니다.
못 오셨던 분도, 다시 떠오른 생각이 있는 분도 환영합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
기록을 읽고 드는 생각·소감·다른 관점을 남겨주세요.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와 같은 곳에 모입니다. 못 오셨던 분도, 다시 떠오른 생각이 있는 분도 환영합니다.